[칼린풍자쇼] 블랙 로또데이

블랙 로또데이

오우. 갓! 댐 공사!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야. 나경원 누나랑 창코나베 한 사발 퍼먹고 싶은 날. 아참, 단식 중이지. 으휴! ..농담이고, 진짜 특별한 날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랙 프라이데이! 검은 금요일! 세계인이 함께하는 쇼핑의 날!

...는 개뿔! 이게 쇼핑이냐! 질렸어, 질려버렸다고! ..이것들은 팔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해. 대체 누가 이런 복잡다단계 같은 구매방식을 만들었을까? 무슨 말이냐고? 밤새도록 찾고, 할인혜택 찾고, 비교해야 겨우 10% 할인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욕 나와서 그래!

일단 핫딜 찾는 것부터가 문제죠. 미치도록 쏟아지는 딜 사이에서 뭐가 뭔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야. 이거 좋나? 싼 거 맞나? 나한테 필요한가? 끄아악! 때려치워! ..쇼핑하는데 뇌부하 걸릴 줄 누가 상상했겠어. ..그래, 단순하게 가자. 꼭 필요한 물품을 찾아봤지. 고장 난 가스레인지를 대체할 인덕션, 그리고 그녀들이 머물 하드디스크. 따라라라. 딱!

...핫딜이 없네? 그게 그 가격이야. 아마존은 카멜카멜카멜 이라는 곳에서 예전 가격을 다 볼 수 있어. 좋지? ...아니! 니들이 카멜카멜카멜, 발음하기도 힘드네, 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가격 비교하는 귀찮음을 알아! 무슨 주식투자하는 거 마냥 차트를 보고 있어야 돼. 웟더.

그나마 아마존은 양반이지, 알리익스프레스는 어떻고. 알리 예전 가격 보려면 정말 귀찮기 그지없어. 프로그램을 설치해라, 회원가입을 해라, 그래서 다 했다? 어? 존재하지 않는 정보입니다. 야!

핫딜보다 더 빡치는 딜이 있으니 플래시딜이야. 시간제한 걸어두고, 수량제한 걸어두고! 준비 땅! 핫, 덕후감성 물씬 풍기는 소수자 물건이야 구매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짜 유용한 물건이다? 너님은 절대 이 방법으론 살 수가 없습니다. 서버 버버벅! 품절!

뭐 좋아. 미끼상품이라 쳐. 그래도 쿠폰 장난질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쿠폰, 이름만 들어도 듣기 좋은 단어. 그러나 이젠 아냐. 뭔 놈의 쿠폰 종류가 이리도 다양한지. 이건 요 카테고리에서만 쓸 수 있어요. 저건 이 판매자 상품에만 쓸 수 있답니다. 끄힉! 여기에 장난질까지 들어가면 대난장판이 벌어져.

2달러 쿠폰을 드려요! 오! ...단 15달러 이상 구매하셔야 적용됩니다. 아... 20% 할인 쿠폰을 드려요! 오! ...단 최대 5천원으로 제한. 아... 이런 수박바! 이게 무슨 쿠폰이야? 합법적 주작티켓이지. 다들 그런 적 있을 거야. 쿠폰 적용 받기 위해 3천원 더 비싼 제품 찾아 삼만 리 떠난 경험. 후우...

여기까진 어찌저찌 견뎌왔다고 쳐. 진짜 빡칠 때가 언제인지 알아? 계산기 두들겨가며 겨우 장바구니에 넣어서 결제 버튼 누른 순간! ...너님의 쿠폰은 이미 만료됐습니다. 예? 카테고리, 사용기간 다 확인했는데요? .쿠폰도 선착순이에요. 흑우 음메~ ... 미쳐가고 있어!

여기까지 듣고 이해가 안 가는 분들도 있을 거야. 그 뭐 어려운 거라고. 자기가 필요한 물건 정해놓고, 평 좋은 제품 하나 집어 놓고, 가격추이 파악하고, 쿠폰 미리 받아 놓고, 딜 뜨자마자 지르는 게 뭐가 어렵다는 거야? ...브라보. 당신의 지름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런 당신도 이건 참아낼 수 없을 걸? 바로 카드사 할인코드 연동! 끄아악! 신한카드로 100달러 이상 구매 시 15달러 할인! 단 신용카드 사용자에 한합니다. 이벤트는 선착순으로 조기 종료 될 수 있습니다. 하하핫! 이베이츠 경유 시 기본 캐시백 7%. 현대카드는 무려 15% 캐시백 혜택을 누리세요! .....안 해! 안 사! 내가 안 사고 만다!

물건 하나 사려다 보험가입 계약서에 사인하는 기분이야. 이걸 할인제도라고 들이미는 거냐! 신용카드 발급 못 받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끼요옷! ....근데 있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기어이 시간투자해서 뚫는 부류가 있어. 누구? ....접니다. 시간 넘쳐흐르는 백수가 이거라도 안 하면 어떻게 가족한테 고개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할인받겠다고 발급받은 카드만 몇 장이던가! 신용카드는 아니고 다 체크카드지만, 크흠. 나도 놀랐어. 언제 그랬는지 국내 은행이란 은행 계좌는 다 만들어놨더라고. 국민, 농협, 신한, KEB하나, 부산, 우리, IBK 기업, 심지어 SC제일은행까지. SC제일은행? 여긴 대체 언제 갔다 온 거야! 부산에 지점이 있긴 해?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이!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블프 시즌에 발급받으려면 이미 늦어. 대충 감으로 전부터 준비해 놔야지. 그리고 카드는 만들지 않더라도 은행계좌는 미리 뚫어놓는 것이 좋아. 그래야 나중에 카드발급 받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거든. 이상 쓸데없는 잡학사전이었습니다.

아무튼. 예전에 비해 핫딜도 없고, 해외구매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어. 국내 수입 제품도 세계화와 연동하다 보니 굳이 해외직구 할 필요가 없어졌다니까. 이전과 달리 요즘은 정말 절묘하게 가격 책정을 해. 딱 해외구매 배송료 합친 가격보다 쬐금 비싸게. 짓궂군요.

이런저런 이유로 블프고 뭐고 다 포기했어. 합리적 소비? 그 합리성 따지려다 몸살이 먼저 들겠다. 이젠 핫딜도, 쿠폰도, 프로모션도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그야말로 정직한 가격! 네이버, 다음, 다나와, 에누리 어디서 검색하더라도 최저가 뜨면 그걸로 끝인 간편한 구매!

아니면 말이지... 로또 1등 되거나. 앙! 할인 따위가 뭔가요. 난 이대로 산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 공간, 가족 눈치 안 보고 지를 수 있는 능력! 맞아. 진정한 블랙프라이데이는 그런 날을 맞았을 때일 거야.

모두 부자 되세요! 로또 1등 되세요! ....아니지, 나만 1등 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