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인간이기 때문에2019.12.11 PM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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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중산층이라 자부하는 사람? ....호오. 생각보다 적네. 더 많을 줄 알았는데. 하긴 중산층 기준 조차 애매해. 어디선 4인가족 기준 년 5천을 벌어야 한다, 저기선 1500 이상만 벌면 된다 말이 많아.

 

그럼 제 기준을 말해드리죠. 우리가 TV, 교과서에서 보는 아주 평범한 가정을 중산층이라 하자고. 그림이 바로 그려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모실 수 있고, 직장 근처에 방 4칸 넘는 집 갖고 있고, 뭐 전세냐 자가냐는 상관없어. 자식 하나 정도는 대학까지 키워낼 수 있고, 집에 삼성폰은 몰라도 LG5개는 구비할 수 있으며, 현대자동차 SUV 한 대 뽑을 수 있으면 중산층이지. 여기서 아내가 암에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

 

너무 기준이 높아? ...아냐. 이 정도는 해야 평범하게 중간은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중간만 가면 됩니다...어른이 돼서야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습니다. 코호호. 아까 손드신 분? 이 기준이면 어때요? ...! 그래도 중산층이라고요? 나가실 때 연락처 좀...크흠.

 

중산층 아래는 뭐가 있을까? ...빈민? 아잇, 빈민이 뭡니까! 차상위계층! ! 소득 하위 40%! 용어라도 좀 있어 보이게 불러야지. ...? 제가 여기 속하니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여기서 재산목록 까놓으면 나보다 가난한 사람 얼마 없을 걸? ....찰싹!

 

가난마저 경쟁해야 하는 사회. 어중간하게 못 살면 아무것도 없어.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나, 누가 동정심을 가져주나. 끼인 계층! . 대우는 이런데 마음속 죄책감은 최상위야. 그렇잖아? 돈도 없는 놈이 꿈을 찾아? 그 시간에 취업을 해! ..그렇다고 돈 없는 티내면 어떻게 돼? 어이구, 밖에 굶는 사람이 있는데 저 가난 코스프레 하는 놈들 봐라. 저거. ..호메시!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진짜 가난하다라 모두가 자부 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인가! 하도 가난해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용서받을 수 있는 사례! 이 시대의 장발장! 레미제라블!

 

처음 떠오른 건 영화 변호사였어. 아직 안 보신 분은 귀 막으시고. 지금부터 스포합니다! ... 송우석이 국밥 훔쳐 먹고 도망치다 토하는 장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돈은 없고, 국밥은 먹고 싶고, 그래서 먹었는데 죄책감에 토하고. 그 후에 그 돈으로 책 다시 사서 사법시험 보고. 키야. 물론 현실에선 여기까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그 뒤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겠지만 영화는 달랐죠. 합격! 노무현, 그는 대체!

 

당연히 각색인 줄 알았어. 그런데 비슷한 일이 진짜 있었더라고. 배경은 부산이 아닌 울산이지만. 노대통령이 막노동할 때 밀린 밥값 2000원을 갚지 못해 도망쳤다가, 사법시험 치고 나서 다시 찾아갔대. 결국 야간까지 뛰어가며 하루 280원 벌어서 다 갚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코호호. 이 정도는 해야 한 나라 대통령 하는구나.

 

이와 비슷한 예로 반도의 진짜 생계형 범죄를 들 수 있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남아있던 형도 원인 모를 변사체로 발견.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던 그는 장발장 마냥 양로원에서 밥을 훔쳐 먹었습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했을까? ... 경찰은 그에게 돈 3만원을 쥐어준 후 복지공단과 연결해줬어.

 

뒷이야기는 더 놀랍습니다. 한 달 뒤 그가 다시 경찰서에 간 것이죠. 또 훔치다 걸려서? 아니! 3만원 갚으러! ...크흑. 이거 현실세계 맞아? 왜 여기도 영화를 찍고 있어? ! 3만원 뭐 한다고....고작 3만원. 두 마리 치킨 시키면 끝나는데... 그냥 꿀꺽 하지. .....으힉! 부러움이 물결친다!

 

말해놓고 보니 정말 잘못된 예시만 들었네! 이 분들이 무슨 가난이야! 부럽기만 하구만. 돈은 없을지 몰라도, 양심과 희망이 불타오른다! ..그에 반해 난 정말 최악이야. 어떻게 보조금, 지원금 타먹을까, 어떻게 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고민했지. 국밥 외상? 3만원? 어이쿠, 이게 웬 꽁돈이야 먹을 생각만 가득했겠지! 갚을 생각 1도 없이. 당당한 자립체로서 자존심 없이...가난에 잠식돼 버렸어.

 

어쩌다 보니 결국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불쌍한지 코스프레 하고 있구나? 어오, 원래 오늘 주제는 이게 아니었는데. 아잇! 예시를 잘못 들어도 너무 잘못 들었어! 아무튼. 이제 코스프레는 벗어야 할 때 입니다!

 

일단 경제적으론 앞서 말한 분들에 비해 넉넉하죠. 직장 없고, 차 없고, 자가주택 없고, 여친도 없지만 아직 굶지는 안으니까. 내 형편에 절도를 했다? 바로 쇠고랑 찹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인데, ...이게 어려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며 살기 위한 요청! 정부미 조금이라도 더 타먹겠다는 기생충 마인드!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해야 돼? 당당하게 요구하면 인권선언이고, 속보이게 찌질하면 세금도둑인가? 보는 시각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기준에 갈피를 못 잡겠어.

 

워워. 아테나님. 제발 제게 지혜를 주세요! ! 그때 떠올랐습니다. 단어 하나만 바꾸면 된다는 것을. 가난이 아니라 인간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마음껏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나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아항! 이거야! 인간이기 때문에 삼성 갤럭시 10+, 아이패드프로, 테슬라 모델3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이상하잖아. 드디어 기준이 정립되었군요! 가난보다 인간이 먼저다! ....하지만 LG G7 씽큐가 출동하면 어떨까? ..인간이기 때문에 LG폰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말 되는데? 끼요옷!

 

정부는 LG폰을 무상 공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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