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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사장님이 건물주2019.12.18 PM 09:43
사장님이 건물주
오호. 오늘은 기분이가 좋아요. 병원에 가는 날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병원 가는 걸 이렇게 즐기는 인간은 흔치 않을 거야. 나는 왜 병원을 즐기느냐, 간호사 누나 볼 수 있고, 상냥한 여자쌤과 대화할 수 있고, 햇볕 구경 할 수 있으니까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왜 병원은 가냐고? 제가 통풍이 있어요. 하하하...아... 요산결정이 소변으로 시원하게 나가지 못하고 뼈와 신경을 긁어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야. 한쪽 엄지발가락 뿌리 근처가 이상하게 뻐근하다? 한번 병원 가 보세요.
여기서 잠깐, 뼈가 아프니까 정형외과부터 가실 분들은 유머스탑! 부딪히거나 접질리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뼈가 아프면 류마티스내과부터 찾아 봐.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후우...내 경우엔 정형외과부터 갔다가 엉뚱한 처방을 받았걸랑. 외지무반증! 이건 말 그대로 뼈가 휘는 거야. 뾰족 구두 신는 여성분들이 위험하지.
그런데 난? 집 안에서 맨발로 발가락 쫙쫙 펴고 다니는 녀석이 외지무반증? 게다가 하루 종일 누워있는데도 밤에 아파 죽겠는 거야. 바로 자체 검사 들어갔죠. 구글신! 이런 경우 대체 뭡니까! 통풍입니다. 그 날로 정형외과 다 취소하고 류마티스내과로 갔어. 피검사 결과 요산수치가 정상에서 3배를 뚫는 기염!
뭐, 뒤늦게나마 제대로 병을 찾은 게 어디야. 크흑. 그런데 웃긴 건 똑같은 병원에서 과만 바꾼 거지. 보통 이런 경우에 병원을 바꾸잖아. 못 믿을 병원! 핫. 나도 바꿀까 하다 쌤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어. 하얀 가운 입은 여성은 항상 옳다. ...응?
아무튼. 오늘 피검사 결과 요산이 엄청나게 줄었어요! 얼마나? 정상수치보다 더! 헐. 너무 낮아져서 이제 알약을 반개씩만 먹으면 됩니다! 호메시! 3달치 약값 이제 7천 5백 원! 좋아요! 그러나 약을 완전히 끊진 못해. 당뇨, 탈모, 혈압약 마냥 평생을 함께 해야 합니다. 크흑.
아, 사실 약을 도중에 끊을까 했어. 뭐 딴 건 아니고...똘똘이가 물컹해지는 거야! 통풍 따위가 뭐냐, 강직도가 더 소중하지! 놀래서 바늘만한 약 부작용 설명서를 읽는데, 와우, 당당히 발기부전.... 그때서야 알았죠. 탈모인들의 고충을. 지금은 하체운동과 하루 한번 해피타임으로 버티고 있지만, 크흠.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그때는 끊겠습니다. 그때가 영영 올 것 같지 않지만요. 팔팔!
병원 가면서 세상 공기 맡는 일도 즐거워. 가는 길에 신기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여성 전용 에스테 숍.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 에스테라... 아는 거라곤 레즈 기획물밖에 없는데. 도촬을 가장한 여성마사지사와 손님 간의 어! ..정말 궁금합니다. 관전이라도 시켜주시면. ..찰싹! ..아니지, 왜 마사지사가 여자라고 단정했을까. 남자일 수도 있잖아. 흐음. 혹시 보조 필요하지 않으세요? 하루 두발 정도는 가능합니다. ....찰싹!
공원 근처에선 한적한 모습도 봤죠. 앉아서 핸드폰 하는 시설관리직 공무원 여러분! 아우, 꿀 빠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주 그냥 부러워 죽겠습니다. 어디 자리 안빕니까? 저도 좀 해 보게요. ...응? 돌려까기 아닙니다! 진짜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대한민국 전 일터가 이처럼 여유가 넘쳤으면 좋겠어. 대신 칼퇴는 시켜줘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오랜만에 MSG 흡입했죠. 중국집! 캬하하. 마트표 짜파게티만 먹다가 진짜 짜장면을 영접하니 정말 감동이었어. 드디어! ...그런데 면이 왜 이렇게 차갑지? 양념마저 차갑네? 이거 이거...안 돼. 의심하지 말자. 끼요옷!
먹으면서 주변 테이블 이야기 듣는데, 아주 가관이야. 부동산에 미친 나라 아니랄까봐 전부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하고 있어. 이번에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여러 내놨지? 청와대 공직자 중에 2주택자는 다 처분하라 협박?, 아니 지시했고.
그래,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냐? 갑자기 대뜸 빨갱이라는 단어가 나와. 예? 아니, 여기서? 이유라도 대면 이해하겠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허허. 어디 땅 좀 사시는 분인가? 근데 내가 짜장을 흡입하고 있는 동네는 부산 산복도로 달동네인데... 앗! 절대 우리 동네 비하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 그...아잇. 집 2채 이상 투기할, 아니, 대출받을 여력 있는 분들이 사는 곳은 아니란 말야! ...동네비하..맞네! 에라이!
아무튼. 부동산 대책 참 어려워. 내 생각은 그래. 희망을 주면 안 됩니다. 엥? 무슨 희망? 나도 언젠가 땅 살 수 있다는 희망! ...너무 갔나? 아니! 이 헛된 희망 때문에 전 국민이 부동산에 열을 올리고 있잖아! 얼마나 부동산 투기가 만만했으면! ...찰싹!
하긴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러니 연금 들 듯이 대출 땡겨서 지르고 보자! 이 논리. 산산이 박살내버리면 그날로 부동산 잡을 수 있습니다. 잘못 사면 패가망신 한다는 걸 보여줘야 아, 내가 복덕방 아저씨한테 당했구나 느끼지요.
방법은 간단해. 2채 이상 보유세 올리면 됩니다. 오늘 박원순 서울 시장이 말했더군. 종부세가 지금보다 3배 정도 되는 것이 적절하다. 아유. 원따봉 드립니다. 이게 나라다! 어디 건물 하나 사서 불로소득을 누리려고 해! ..왜 다들 눈빛이 이상해? 혹시 건물주세요? 사랑합니다.
여기에 공공주택 팍팍 건설해서 월세 15로 고정하는 거야. 어디 경쟁해 보라지. 이것이 공공이다! ...응? 누구인가? 누가 지금 빨갱이라 하였어! ..이 정도에 빨갱이 소리 듣는다면, 기꺼이 듣겠습니다. 자유 시장경쟁? 그 자유시장이 집 하나라도 마련해 줬어요? 예!
크흠. 이렇게 빨강으로 물든 날 설득할 방법은 하나야. 건물 하나 사주면 됩니다. 그 날로 자유시장의 선봉에 서겠습니다! 종부세가 웬 말이냐! 프리덤! ...어...어쩌다 이 얘기로 빠졌지? ...어....아무튼. 절 쏜 오브 리버티로 갱생시켜줄 든든한 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참고로 그 중국집엔 이제 안 갈 거야. 혼자 왔다고 단무지 꼴랑 3조각 줬어. 확! ..사장님이 건물주가 아니어서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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