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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종이를 찢은 작가2020.01.08 PM 11:20
종이를 찢은 작가
겨울은 독서의 계절! ...이제 가을은 없습니다. 겨울도 없어졌지. 1월의 태양이 무기력하다고 김윤아 누나가 말했지만, 이젠 아냐. 그저 추적추적 비 내리는 가운데, 부산엔 이미 목련이 만개했습니다! ..미쳐가고 있어! .호주에나 비 좀 오지. 푸후후.
아무튼. 새해 됐고 다들 책 한권 정도는 읽으셨나요? ....이 어색함은 뭐야. 괜찮습니다. 아직 2020년 된지 8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앞으로 남은 357일 중에 한권이라도 읽으면 어디야. 1년에 한권! 제 목표입니다.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돼. 책하곤 작별한지 오래전이라. 핫!
오해할까봐 그러는데, 내가 말하는 한권 읽기란, 정말 제대로 읽는 걸 말하는 거야. 책의 선택부터 감상까지, 완벽히 자기가 주도하는 읽기! 남들이 다 읽는 책이니까, 모르면 쪽팔리니까, 인터넷에서 대충 요약정리 된 자료 보는 것이 아닌! 이런 의미에서 내 마지막 주체독서, 주체? 살짝 어감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주체독서는 언제였을까? ....기억이 안 납니다!
아! 작년에 알라딘 중고서점 돌아다니며 거금 1만 2천원을 주고 산 책이 있지! 그리스 로마 신화 100. 누가 보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지만 골랐어. 너무 식상한 신화라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는 것도 아냐. 그럼에도 왜 골랐냐? ..아테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명색이 아테나 부산지부장을 자처한다는 놈이 그 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야 신자구실 하겠어? ....근데 사실 책 내용 중에 아테나님이랑 관련된 건 3%도 안 돼. 크흠.
내가 골랐기 때문에 대하는 자세도 남달라. 의무감에 읽었던 책들... 요즘도 중고등학교 때 필독서 팔아먹어? 세계대표단편! 필독 한국대표수필! 캬하하.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합니다. 학교에 잡상인 출입금지라 해 놓고선 책장사는 오피셜로 때려버리니.
고전을 읽고, 총균쇠를 읽고, 사피엔스를 읽고, 코스모스를 읽고,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또 뭐 있더라? ...그래! 정의는 무엇인가! 눈먼 시계공, 역사의 쓸모,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끄아악! 여기에 자본론, 국부론, 인간론, 군주론, 논어, 중용, 대학마저 읽기를 강요하는 사회! 아차, 문학을 빠트렸구나! 죄와 벌, 날개, 제인에어, 삼국지, 수호지, 맙소사!
그럼에도 더 읽으라고 해. 문화시민이 되려면 읽어야 합니다. ...정말? 하긴 빌 게이츠형도 매년 추천 도서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어. 여러분의 피가 되고 살이 될 책들 소개합니다...아니, 그렇게 바쁘다는 분이 책 읽을 시간은 어디 있어요? 아무리 내가 빌형 빠라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형! 솔직히 말해 봐요. 직장에서 몰래 책 보죠?
또 책으로 유명한 분이 한명 떠오르는데, 이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 ..책 많이 읽는 사람, 누굽니꽈! 바로 안철수 전 의사, 전 프로그래머, 전 교수, 전 안랩 사장, 전 대권후보, 전 국회의원. 아항. 어릴 때부터 그렇게 책을 많이 보셨대. 그러니 그 정도 역량과 역사를 가질 수 있지. 그런 그도 정치는 어쩔 수 없군요. 아무리 봐도 정치인 철수형은...크흠. 역시 책 많이 읽는다고 교양 있는 사람 된다는 보장 없습니다. 응? (찰싹!)
아무튼 너무 많아! 면접장에서 중간이라도 가려면 대체 몇 권을 읽으라는 소리야? 이 무지막지한 숙제를, 일일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을 수 있습니까? 난 못하겠어. 차라리 유튜브 요약정리로 보고 말지.
아니나 다를까,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더군요. 바로 김영하 작가! 김영하 작가 좋아해? 난...어...그 분 책 한권도 안 읽어봤네? 이 무식한 녀석! (찰싹!) 괜찮습니다. TV에서 얼마나 자주 뵀다고.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전 이미 그 분 애독자입니다.
종이책은 어떻게 될까? 유튜브와 이북에 밀려서 죽어갈 존재? 혹은 자식만큼은 독서시켜야 하는 학부모 빨로 명맥유지? ...흐음. 알다시피 난 환경론자야. 종이 낭비하는 종이책은 반대해야 맞는데...그럼에도 서재에 꼽아놓으면 이것만큼 폼 나는 것도 없어. 시노자키 아이 화보집 같은 거 봐봐. 크흑. 모니터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종이책은 ...너무 피곤해. 비싸고, 펼치고, 읽고, 생각하고. 꿈꾸고. 그러기엔 머리에 넣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 반면 유튜브는 영상으로 다 펼쳐주는데 얼마나 쉬워. 상상할 건덕지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타닥. 딱. 정리! 완성! 들으면 절로 술술 넘어가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증명할 사람은 김영하 작가 본인 같아. ..아니! 자, 여러분 중에 김영하 작가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신 분 손? ...보세요! 없잖아! 동영상 강의, 강연, 다큐, 알쓸신잡! 김영하 씨뿐만이 아냐. 요즘 잘 나간다는 작가들은 다 영상이 먼저지. 유시민, 조승연 작가. 또 누구있어? ...아잇, 여성작가님은 생각이 안 나네.
이렇게 보면 정말 문답법으로 지혜를 나누던 공자, 소크라테스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야. 문제는...우린 유명 작가랑 만날 기회가 드물죠. 소크라테스 선생님이라면 내 엉덩이를 내주고서라도 만날 수 있다지만, 이 분들은 하늘의 스타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더 비극적인 사실...그 분들은 다 잘생기고 말빨이 좋습니다! 아항, 일류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인물과 목소리가 받쳐줘야 합니다. 지혜는 기본이고! (찰싹!) ..내가 걱정되는 건 이거야. 이런 축복받은 페이스와 매력은 극히 일부만 가질 수 있다는 거!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1명이었듯이. ...주체적으로 독서할 수 있는 선택지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더욱이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행위는 글보다 더 낯을 가리거든. 이를테면 내가 경제신문 극혐하지만 사설은 꾸역꾸역 읽을 수 있어. 아, 오늘도 대기업 빨아주기에 여념이 없으시군요. 그래도 나와 다른 생각을 보기 위해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내 눈 앞에서, 양복 입은 아저씨가 설교한다고? 바로 스킵! 스킵이 뭐야, 훡유 안 날리면 다행이지. 크흠. 그렇게 내 생각에만 함몰된 전 국민 기본소득,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섹스의 꿈만 깊어갑니다. 호메시!
뭔 얘기하다 무상섹스 이야기가 나왔지? ...아. 그래. 종이책. 종이책 문제는 간단해. 대학가 불법복제만 잡아도 70%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출판불법복제물 시장에서 대학교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 정도야. 코호호. 근데 복사기 돌린 것도 같은 종이 아닌가? ...그렇네!
전국 대학생들에게 고합니다. 이왕 복사할 거 종이낭비, 복사비 없는 이북으로 복사합시다! ....어제고 오늘이고 결론이 왜 이런 거니! 에라이! 무상학술교재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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