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건전한 격리엔 폰허브2020.03.25 PM 10:24
워허. 어제 밤은 정말 공포였어. 엄마가 갑자기 기침을 하는 거야! 철렁했어. 하필 내가 어제 밖에 쏘다닌 후였걸랑. 후우. 이 시국에 무슨 사진을 찍는다고! (찰싹!) 변명하자면, 사람 있는 곳에는 안 갔어. 접촉률 제로. 아무도 없죠~. 이것이 진정한 모쏠 본능이다!
다행히 오늘은 안 하시는데, 크흠. 이제 더 조심하려고. 근데 여기서 더 조심할 방법이 있긴 한가? ..없는데! 이제 사람도 모자라서 개, 고양이랑도 만나지 말라면 할 말 없어. ...아잇, 몰라. 이상하게 나가지 말라면 더 나가고 싶다니까! 평소 집구석에만 있던 녀석이 왜 밖으로 나가려는지 참. 봄이라서? 인정.
아무튼. 난 특히 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왜? ..A형이니까! 농담 아냐. 기사 못 봤어? A형이 코로나에 가장 취약! 중국 우한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라고. 확진그룹에서 A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37.75%로 가장 높아. 더 중요한건 사망률! 0형보다 사망자수가 63% 더 많네? 호오. 혈액형 따지는 바이러스라니, 언버빌러블!
혈액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기 혈액형 따라 성격개조술 믿는 사람 손? ...뭐야, 왜 아무도 안 들어? 미신이나 믿는 비과학적인 인간이라 욕하지 않을 테니 솔직하게 들어 봐. ..안 속네. 크흠. 그렇다면 내가 자진 신고 한다! 제가 바로 혈액형 성격 믿는 사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믿음과 반믿음의 중간이랄까? 다른 사람 성격에 혈액형 대입하진 않아. 근데 나 자신한텐 들이댄단 말이지. 아니 그도 그럴 것이 꽤 그럴싸하게 맞으니까. 앙? A형의 특징이 뭡니까? 소심하다, 깐깐하다, 한번 삐지면 죽을 때까지 맘에 담아 둔다, 그렇지만 미친 짓은 안 한다. 이거 뭐 완전 내 성격 판박이야.
썸 탔던 후배님도 그러더라고. 오빠, A형이죠? 코호호. ...응? 니 주제에 무슨 썸? 야! 모쏠이라고 썸도 없었던 건 아냐! 전에 말했잖아. 이래봬도 여자사람에게 고백까지 받아본 몸이라고! 후우...그러면 뭐해. 이 소심한 성격에 진도가 안 나가는 걸. 얼마나 답답했으면 혈액형까지 들었을까. 씁쓸하구만.
참고로 혈액형 신봉자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많아. 애니메이션까지 나왔지. A형 소심이, B형 관종, 0형 쿨가이, AB형 미쳤거나 돌았거나. 핫. 근데 이 근거 없는 혈액형별 성격나누기 원조가 한국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믿거나 말거나. 얼마나 퍼졌으면 메이저리그 투수, 다르빗슈 취미가 혈액형 맞추기야.
...뭔 얘기하다 혈액형에 빠졌지? ...어. 그래. 워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A형이라 더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하핫!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 이 몸 안에 이미 다른 바이러스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단 말씀! B형간염과 러브레터라는 내 평생 함께한 친구이자 말썽꾸러기. 끼요옷!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제가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세포보다 못한 바이러스라고 아무 생각 없이 살지 않아. 거기서도 무한경쟁 속에 살고 있지. 누가누가 숙주랑 찰떡궁합해서 증식 하냐를 두고. 아항.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는 상극관계야. 한 쪽이 득세하면 다른 한 쪽은 떡락해. 스코틀랜드 3만 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니까 믿어도 좋아. ...응? 감기와 독감의 구분? 끄응. 이건 그냥 영어로 외우는 게 빨라. 감기는 COLD! 독감은 FLU! 여기서 예방접종 가능한 건 플루. 독감예방접종, 오케이!
어쨌든 이 논리를 그대로 B형간염 바이러스와 코로나 19에 적용 못하라는 법 없잖아, 안 그래? 한 평생 함께해온 숙주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에 점령되는 걸 두고 보겠어? 크흑. 기특하다, B형.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간암 일으키지 말고! 알겠지! ...응? 혈액형 성격만큼이나 멍멍이 소리라고? 야! 당신 의사야! 증명할 수 있어? 어! ...내과 전문의라고요? 죄송합니다.
아잇, 홍혜걸 센세가 갑자기 그립네. FDA에서 국산 진단키트가 어떠니 보다 이런거 취재해 주면 안 되나? 간염보균자와 코로나 간 관계. 코호호. 논문 한편 벌써 나왔어. 연구해 볼 의사쌤 없어요? 제 몸 하나 기꺼이 실험재료로 바치겠습니다. 단, 19세 이상 가임기 미혼 여성 쌤만요. ..의사 가운에 안경 쓰시면 가산점 드려요. (찰싹!)
...오늘 왜 이렇게 산만하냐. 에잇! 이렇게 된 거 엉뚱한 이야기 하나 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드디어! 오늘 드디어! 요코하마항을 떠났어. 맙소사. 한 달도 넘게 크루즈국 오명이란 오명은 다 쓴 그 배가. 앙? 뒤늦게라도 정신 차린 일본이 탑승자 3711명을 전부 내렸거든. 아니, 처음부터 내렸으면 얼마나 좋아. 아니다, 어차피 본토 내부에도 다 퍼졌으니 쌤쌤이려나?
사실 부러웠어. 진짜! 한 달 동안 배에서 생활이라니, 어우야. 로맨틱. (찰싹!) ..아니! 좁은 칸막이가 거시기해서 그렇지 딴 건 정말 괜찮았다고! 식단 봤어?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는 수준과는 비교가 안 돼! 크루아상에, 과일 샐러드에, 새우무침에, 쵸콜렛에, 튀김에, 고구마깡에, 감자 고로게에, 딸기 케이크에, 삶은 달걀에, 튼실한 소시지에, 감자탕에, 아이스크림에, 미소시루에, 소고기 볶음에, 컵라면에, 심지어 우리나라 정부는 김치까지 넣어줬다고! 끄응. 여기야말로 백수가 꿈꾸는 곳이로구나! (찰싹!)
심심하지 말라고 아이폰 6S까지 우리 손정의 상이 지원해줬으니 그야말로 개꿀! ...잠깐. 그렇군! 이렇게 밥 챙겨줘, 놀 거리 줘, 해도 뛰쳐나가고 싶은 것이 인간이야. 그런데 아무 것도 없이 다짜고짜 방콕해라? 이걸 어떻게 견디겠어? 어르신들은 아름아름 노인정 앞에 모이고, 20대 인싸들은 클럽 가서 흔들고, 직장인은 일해라 어서!
이래선 안 돼. 슬기로운 방구석 생활을 위해선 정부가 뭔가 해줘야 한다고. 이를테면 맘스터치 30일 이용권이나, 가정마다 모두의 플레이스테이숀이나, 어! 아니면 폰허브라도 풀어주던가! ..당신은 집에 계세요. 폰허브가 3월 24일부터 다음 달까지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그럼 뭐해! 우린 워닝인데! 빌어먹을 세상! 이게 나라냐!
정부는 건전한 자가 격리를 위해 폰허브 검열을 해제하라!
코로나와 혈액형 : https://news.joins.com/article/23732384
독감과 감기의 관계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718282&memberNo=30120665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출항 : https://www.news1.kr/articles/?3885648
- dusldus
- 2020/03/25 PM 10:38
- 풍신의길
- 2020/03/26 AM 12:10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