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찍새의 변명2020.05.03 PM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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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새의 변명

 

 

이야, 무슨 비가 이렇게 내려? 천둥 번개에 장마인 줄 알았어. 여기는 부산!

 

, 오히려 다행이려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방구석 만세. 예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걸랑. 그게 비록 한량 백수라도 말이지. 금요일 우체국에 가야했어. 하하하, 이놈의 카메라! 또 고장이야! 미쳐버리겠네! ..돈 아끼려고 중고 구매했더니 수리비가 더 나오고 있어. 끼요옷!

 

제발 이번엔 3만 원 아래로 깨져라 기도메타 드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호오, 범상치 않은 사람 무리를 발견했어. 머리엔 벙거지 모자 다들 쓰고, 특유의 낚시 조끼, 아항? 그 있잖아. 주머니 주렁주렁 달린, 우성이 형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아재룩. (찰싹!) ...거기에 각자 카메라 한 대씩 거치하고 있는 모습.

 

호오, 말로만 듣던 사진동호회인가! 내가 또 누구야. 찍으라는 사진은 안 찍고 장비에만 미쳐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는 장비충! 어떤 카메라 쓰는지 눈이 절로 가더라고. 사실 놀랬어. 전부 아날로그 감성 물씬 풍기는 DSLR만 있더군. 시커멓고 우람한 거 있지? 그래도 몇몇은 똑딱이, 아니, 미러리스 쓸 줄 알았는데, 제로!

 

아무튼. 사진기보다 더 뚫어져라 본 것이 있으니, 바로 성비! 여기서 퀴즈. 누가 더 많았을까요? 남자, 아니면 아름다우신 여성분들. 정답은요! ...믿기 힘들지만 여자가 더 많았어! 그것도 2:1! 남자 2명에 여성 4! 이런 젖과 꿀이 넘치는 곳이 있었다니! 당장 가입하자!

 

...라고 하기엔...안 돼! 내 안에 히키코모리 정신이 말리고 있어! ..뭐랄까, 꼭 함께 한다고 좋은 건만은 아니잖아? 이를테면 군대 예비군 아저씨! 군복 입고 전우야 23일 같이 훈련받자 후엔 정신줄 놓아 버리지. 평소 하지 않던 길에서 쉬 누기, 똥 누기, 쓰레기 투척, 길빵, 지나가는 여고생 보고 여어, 시간 있어요. 코호호. 평소 볼 수 없는 객기!

 

사진동호회도 비슷해.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두려움이 없다! 출입금지 구역 펫말 따위야 가볍게 무시하지. 사유지? 상관없어, 들어가!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 일단 찍고 보자. 그러다 찍지 말라고 하면, 뭐요? 어쩌라고요? 크흑. 정말.. 철판구이 생각나는 짓이야.

 

, 그래도 이 정도야 이해할 수 있어.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찍겠다는데, 그 정도야 참아주지. 근데요! 왜 가만있는 나무를 부러뜨리고 난리야! 잘 살아가는 야생화를 왜 꺾는데! 아오! 단체로 셔터질 할 놈들! 도촬보다 더 나빠! ..?(찰싹!) ..사람이 먼저다. 몰카 신고는 112.

 

워워. 일부 싸가지 없는 찍새들이 그렇다는 거지 오해는 말기. 크흠. ..솔직히 나도 찍새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카메라를 들었다는 것 자체부터 어쩌면 원죄의 시작이니까. 아무리 자연을 그대로 둔다 하지만, 사람은 찍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늘 마음 한편 무겁거든.

 

최근 우리집 유리창 반경 5미터 아래 고양이 가족이 둥지를 틀었어. 새끼 4마리, 어미 1마리해서 아주 귀욤귀욤해. , 찍새가 어떻게 이걸 놓칠 수 있겠어. 어떻게든 찍어보겠다고 스리슬쩍 보는 거지. 내적갈등과 싸우며! 어떤 내적갈등? ... 관종과 양심 사이!

 

관종의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들이대고 싶어. 유리창 활짝 열고 또렷하게 찍어야지! 새끼가 놀라든 말든 인생컷 찍어서 인스타에 자랑질 해야지! 웟더. ..이에 양심이 속삭이는 거야. 미친놈아! 그만해! 평화로운 가족 파탄나면 네가 책임질 수 있냐! 자연이 그대를 거부하리라!

 

그래서 합의점은요! ..007 뺨치게 몰래 찍고 있어. 도촬의 극의!(찰싹!) ..나도 이런 식으로 몰카 연습하게 될 줄 몰랐다고. 호우! ..뿌연 유리창을 방패삼아, 호랑이 발걸음으로 사뿐히, 어미 동태를 매의 눈으로 캐치하며! 다행히 갖고 있는 카메라가 몰래 찍기 최적화된 카메라야. 손휘 아르엑스 10. 무음셔터에 25배 줌으로 당길 수 있어. 여름 해수욕장에서 쓰기 딱이지. ...? (찰싹!) ...죄송합니다. 전 해수욕장 자체를 가지 않습니다. 오해마시고.

 

그래서...아잇. 말해놓고 보니 변명만 늘어놨네. 이렇게 한들 절대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 없으니까. 혹시 새끼가 놀라기라도 하면, 끄응. ...알았어! 그땐 카메라 집어 던질게! ...는 아니고! 중고장터 올릴게! 그래, 순간을 영원히? 찰나의 순간? 일상을 포토그래퍼처럼? 은 개뿔! 고양이 5마리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무슨 사진을 한다 그래. 그 날로 찍새인생 끝이야.

 

아무튼. 몰래 지켜보고 있어. 궁금하면 칼린쇼 사이트에서 새끼 고양이를 검색하시라! ...맞아, 홍보야. 끼요옷! ..뭔 얘기하다 이러고 있지? ... 그래, 자길 컨트롤하기 위해서라도 난 혼자 다녀야 돼. 그래야 사고 안치지. 그럼!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동호회, 클럽이 안 좋다는 게 아냐. 단지 생각차이! 내 고집! 오케이!

 

이런 독고찐따 구해줄 사진카페 누님 없습니까? 우리 침대에서 작품을(찰싹!).. 에라이 내 똥꼬 접사나 해야지. 일요일 즐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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