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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중고로운 아픔나라2020.05.06 PM 11:22
중고로운 아픔나라
콜록콜록. 워후. 미안해. 나도 이 지경에 이를 줄 몰랐어. 안심해. 머리 아프고, 으슬으슬 춥고, 딱 인플루엔자 전조증상이지만, 다행히도 냄새는 잘 맡으니까. 코로나 걸리면 똥냄새도 못 맡는다며? 킁킁. 오우야. ...크흠.
집구석 인생인데 왜 이런 시련이 생겼을까? 열 차인 눈깔 만지며 생각해 봤는데, 원인은 하나야! 고장 난 카메라! 수리비 40만 9천원! 하하하. 사람을 맛 가게 하는데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요? 40만원! (찰싹!)
...아니, 그건 아무리 아끼는 상대라도 돈이 없어서 고쳐주지 못할 금액! 마치 부모님이 자식이 아파 죽는데 못 데려갈 때의 심정이랄까. ...왜? 야! 장비를 딸처럼 생각하는 나 같은 인간도 있다고. 마이 프레셔스, 아빠가 내일은 고쳐줄게. 하악하악.
갑자기 그 시가 생각나네. 제목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 있잖아. 끙끙 앓는 어린 짐승을 위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 ...오, 김종길 시인에 성탄제야? 고마워. ..아파서 저녁도 굶었는데, 딱 하나, 붉은 양념치킨은 먹고 싶어. 기름과 칼로리에 적절히 튀긴 겉은 바사삭, 속은 촉촉! ..근데 아빠보고 사달라기엔 너무 커버렸어.
고칠 수밖에 없나? ..고칠 수밖에 없다. 그래! 아픈 것도 서러운데 취미생활은 해야지! 다행히 중국산 알리바바 센세 도움이면 조금이나마 흥정 볼 수 있어. 185달러. 23만원. 부품 사서 어떻게 잘 조립하면 되겠지 뭐. 흑흑.
자! 여기서부턴 하소연을 넘어서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야. 중고 카메라 구입 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점! ..일단 셔터 3만 번 이상 왔다 갔다 한 제품은 걸러. 일반인이 3만 채울 일이 없어. 이 정도 수치 달성하려면 진짜 찍는 사람이 썼다는 거야. 아항? 우리가 찾는 장롱표 고이 모셔진 제품과는 거리가 멀지.
외관이야 다들 매의 눈으로 살펴 볼 테니 패스. 문제는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진심! 핫, 기계도 마음이 있다고. 이걸 알아내려면 진상짓 좀 해야 돼. 버튼은 잘 눌리는지, 셔터음은 경쾌한지, LCD는 제대로 플립 되는지. 그리고 USB 포트는 문제없는지! 내가 이걸 확인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야! 치킨 20마리가 공중분해 되는 상황!
이왕 진상짓 하는 김에 상진상이 돼보자고. 요즘은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시리얼번호만 불러주면 AS내역이 다 떠. 수리역사가 상당하다? 살짝 위험한 제품이야. 더 위험한 건 고장내역은 있는데 고치지 않은 거고!
기사님이 그러시더군. ..어? 이 카메라 예전에 이미 이걸로 입고된 적이 있네요? 예?! 그때 수리를 안 하셨어요. ..왜죠? 아니, 왜! 끼요옷! ..하긴 누가 40만원이나 주고 USB 포트를 수리하겠어. ...는 개뿔! 판매자 양반! 이런 문제가 있었으면 말을 해줬어야지! 아오! ...이미 끝났어. 연락처며 거래내역 지운 지가 2달 전이야.
여기서 교훈. 상거래 할 땐 사람 믿지 말자! 불신천국 신뢰호구! 앙? 돈, 정보, 심리전만이 오고가는 냉혹한 시장이지. ...응? 판매자가 예쁠 땐? 어... 안 돼! 얼굴이 밥 먹여 주냐! 한번 빨아준다면 모를까! 응? (찰싹!) ..왜 이게 한남이야! 남자도 예쁘고 빨아줄 수 있지! (찰싹!)
커헉. 미안합니다. 아프니까 헛소리다. ...후우. 아무튼! 내일은 아름다운 날이 될 거야. 사진기가 새 생명을 얻고, 돌아오는 길에 붉은 고추바사삭이 들려있겠지. 대신 내 통장은...끄흑.
아참, 이거 내 돈 아니지. 불효자는 웁니다! 아버지!
김종길, 성탄제 : http://www.prak.or.kr/home/backyang_recommend_poem/6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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