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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너무 아픈 추억은 추억이 아니었음을2020.05.30 PM 10:39
너무 아픈 추억은 추억이 아니었음을
오삼 불고기가 생각나는 오늘. 핫. 안녕들 해? ..난 안녕 못 해. 엄마한테 된통 한 소리 먹었걸랑. 끼요옷!
아니, 이번엔 진짜 억울하다고. 난 가만히 있었는데, 엄마 혼자 억눌린 분노게이지를 폭발시킨 거지. 원인은 청소! 아항? 갑자기 그런 날 있잖아. 쓸모없는 것 다 버려야겠다. 옷장이고 책장이고 털기 시작하는데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 ..엄마! 피곤하다면서 이런 힘은 있나!
사건의 발달은 제일 안쪽 옷장을 뒤질 때였어. 안 입는 옷 골라낸다며 뽑아낸 것이, 내가 아끼는 베이지 정장! 캬하하. 베이지라니... 알아. 그땐 철모르는 고딩 때라 몰랐다고. 양복은 자고로 거무티티 한 게 범용성 최고란 걸. 그래도 갤럭시야! 제일모직! 3일을 고르고 골라서 고른 보물!
엄마는 버린다, 난 안 된다. 결과가 보이지? 고작 옷 한 벌인데. 끄응. 평소 담아뒀던 울분을 쏟아내셨어. 뭐 먹고 살래, 집에서 빈둥거리니 세상 돌아가는 줄 모르지, 코호호. 이 상황에 왜 이런 꾸중이 나오는지 논리적으론 알 수 없지만, 에휴, 어쩌겠어. 취직 못한 죄인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네이 네이.
다만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있다고, 주인아줌마까지 다 들으라는 듯 샤우팅 치는 모습에 나도 속이 꿍하더라. 아랫집 신혼부부고, 옆집 아침예배 드리는 노부부님도 알거야. 저 집 자식 아직도 취직 못 했어요? 엄마가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네. 흑흑.. 어머니!
그래서 옷은 어떻게 됐냐? 핫, 내가 누구야. 욕은 먹을지언정 목적은 지키는 흑우고집! 잘 게서 다시 고이 모셔뒀어. 그렇게 폭풍우가 지나가고 다시 정리에 들어갈 무렵, 알아차린 거야. 엄마가 왜 이렇게 민감했는지.
버릴 거라고 내놓은 건 죄다 아빠가 사준 옷. 여러분도 삘이 오지? 그래, 부부 간 불화를 대청소라는 수단을 통해서 풀어낸 거야. 이건 두 차례 검증으로 확인했어. 첫째, 유독 엄마 본인이 사준 옷은 버리지 않는다. 둘째, 이게 중요해, 신혼살림이었던 바느질통을 버린다! 요오, 볏짚으로 만들어서 꽤 운치 있는 물건임에도 버리다니. 끄응.
아무리 그래도 이혼 사유를 자식에게 풀면 안 되지! 인정? 인정! 내가 효자라서 다 받아넘기지만 말야. ...응? 아차, 두 분 사이가 안 좋아.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별거 시작해서 대학 때 이혼도장 찍었으니. ...에이, 괜찮아. 이 생활 오래하니 오히려 둘이 있는 모습을 못 보겠어. 어색해서. 아니다. 어색함을 넘은 무언가. 어... 공포? 그래! 솔직히 말하면 충격과 공포 수준이지. 또 싸울까봐.
...스탑! 유머스탑! 아잇, 뭔 얘기하다 하소연 쪽으로 간 거야? ...워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엄마 마음을 헤아리면서 나도 이것저것 정리했어. 두 상자나 나오더라? 덕후 아니랄까봐 어떤 제품이든 풀박스로 소장했걸랑. 아항? 언제 중고로 팔지 모른다는 마인드. 그러나 이제 놓아줄 때. ..오래돼서 중고로 내놓을 수 없는 컴퓨터 부품 상자부터, 혹은 너무 애정 들어서 남에게 팔 생각 없는 카메라 박스까지. 요오.
책장에서도 한 줄 빠졌어. 보지도 않는 토익책은 왜 그리 많이 샀는지 몰라. 연도 지난 공무원 서적도 다 정리! ..근데 이상하지. 까만 페이지며 붉으락푸르락 그어진 책인데, 내 노력과 고통이 들어간 추억인데, ..버리기가 아깝지 않아!
...뭐? 아냐! 이번에도 엄마가 시켜서 정리했지, 내 본래 성격으론 제품 비닐조각도 안 버리는 타입이라고! 하물며 책은 어떻겠어. 고등학교 지리부도, 역사부도, 작문, 일본어 원 투를 아직도 갖고 있는 책 보관 성애자! 그런데 취직준비서에는 왜 이렇게 미련이 없단 말인가!
...너무 아팠나 봐.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어쩌면 부끄러워서일 수도 있고. 자칭 취포했다는 녀석이 취준서는 꼽아놓고 있다? ...끄응. 아무튼 그래! ...그제야 엄마가 이해되더라고. 엄마도 같은 심정이겠지? ..너무 아파서 버린다...
아잇, 분위기 이게 뭐람! 미안합니다! 내일은 무조건 저질 변태 개그로 준비할게! 더럽더라도 무겁지는 않게 말야. 아무튼, 여러분 앞에는 버리기 힘든 물건만 가득하길 주 예수 붓다 알라 아테나 님의 이름으로 기원하겠어! 그런 의미에서! 사랑아 모여라!
둘이 나눈 콘돔까지 사랑할 정도로, 사랑아 모여라! ...왜! 똥꼬팬티보단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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