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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13일의 토요일2020.06.13 PM 10:52
13일의 토요일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후덜덜. 나 떨고 있니?
노이로제 걸린 망둥어 마냥 눈알 부라리 큰 하고 있어서 미안해.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 ..바로 2020년 6월 13일! 지방공무원, 지방교육청 시험일! 취직 못한 불효자들이 공포에 떠는 날!
아침부터 이 시국에 시험이라고 뉴스 빵빵 나오기 시작하는데, 어우야. 엄마 귀에까지 들어갔네? 자, 다음 중 엄마의 적절한 반응을 고르시오. 하나, 어머나, 우리 아들 코로나 걸리면 어째. 이번에는 집에 있으렴. 둘, 니 오늘 시험인 거 왜 말 안 했노? 이번에도 떨어지면 아주 그냥 떠나라! ..정답은요, 2번 되겠습니다. ...응? 불효라니! ...아픈 데 찌르지 마. 어머니!
내가 사는 부산은 1300명 가까이 뽑아. 이 중 가장 만만한 일반 행정직이 약 400명 되지. 규모로 보자면 역대급! 이러면 또 국가 미래 걱정에 여념이 없는 분들께서 한 소리 하시지. 이게 나라냐! 놀고먹는 공무원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더 뽑긴 왜 더 뽑아! 문재앙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어... 인정합니다. (찰싹!) ..아니! 시험 보는 나마저 찔릴 정도라니까. 이렇게 뽑아도 되나?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복지직도 아닌데? ..그럼에도 우국충정 투사님들께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 아항? ..공무원 아니면 일자리가 없어요! 65세 정년 보장하는 안전빵 일자리가! ..,.뭐? 도전정신? 노오력? 도전정신이 밥 먹여 주냐! 한국에서 한번 실패하면 낙동강 온도 체크 해야 돼! 그리고 공무원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노량진 폐인들만 봐도 얼굴 노래져서 노력만 남은 인생이잖아! 응?
크흠. 거 대충 넘어갑시다! 아무튼, 큰 산 하나 넘었군. 휴우. 내가 진짜 문제 삼고 싶은 건 따로 있어. 왜! 하필! 지금! 각종 공공기관 시험은 다 연기했으면서, 국가공무원 시험도 다 미뤘으면서! 지방공무원 시험만 못 박은 날 강행하는 겁니까! 예! 이거 지방 차별 아냐!
출발부터 환장의 콜라보였어. 부산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거든? 시간당 50mm! 호우! 13일 0시를 기점으로 기상청서 남부지방에 호우주의보 당당히 내리셨지. 그러나 수험생은 뭐다? 비를 뚫고 가야 한다. 허리케인 토네이도 몰아쳐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응? 경쟁자 줄어서 오히려 좋다고? 야! 너 공시생활 몇 년차야? 어허, 이 분 아직 수양이 부족하네. 올림픽 정신 가진 우리네 떨거지야 비 피하겠지만, 진성 합격권은 상관 안 한다고. 인생을 걸었는데 날씨가 문제냐. ..뭔 애기하다 샛길로 빠졌지? ...그래. 정리하면 호우! 호우임에도 가야 한다. 불쌍하다. 오케이!
자, 다음. 드디어 이 시국 씨를 소환할 때가 됐어. ..안전하게 한다고 하지. 마스크 필수 착용에, 발열 확인에, 개인 간격 1.5미터에, 앞에선 이 꿉꿉한 날씨에도 비닐망 뒤집어쓴 감독관님들 고생하시고. ..특별 수당 받으려나?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노력에도 허점이 보인 것이 사실이야. 일단 에어컨! 나, 분명 에어컨으로 코로나 뿜뿜 할 수 있다고 들었단 말야. 아뿔싸, 여름철 마스크까지 쓴 수험생 배려차원인지 중앙 냉방 빵빵하게 틀어 주시는데, 이거 따질 수도 없고! 어! ..사실 좋았어. 이래 죽으나 더워 죽으나 마찬가(찰싹!) ...크흠. 윌리스 캐리어님 찬양합니다.
이 모든 통제도 타종 후에는 무너졌어. 문짝 하나로 우르르 나가는데, 간격 30cm는 됐으려나? 이번에도 나야 좋았지. 오랜만에 맡아보는 여인의 향기. 킁킁. 오우야. 문제는 길빵충 호루라기들! 아잇, 충 충 거리지 않으려 했는데, 아니! 길빵 하는 놈들에겐 충 붙여도 되지! 마스크 턱주가리에 걸쳐서 그냥, 아오! 평소에도 살인충동 일었다면 이 시국에 보니 정자와 난자까지 1족을 멸하고 싶어. ..,응? 에이, 그래도 면전에선 태클 못 걸지. 알잖아. 나 방구석에서만 여포인거. ...우울해 졌어.
아무튼! 그래서 시험 잘 봤냐? ...천만에! 날 과대평가 하지 말라고! 사랑 빼곤 다 포기한 취포자. 진정한 백수왕이 되고 싶은 자. 핫. 마음에 있지도 않은 공무원 시험, 과감히 양보한다! 진짜 노력하고, 국민을 위해 일할 분들을 위해! 그럼. 문제만 훑어봤어. ...진짜야! 내가 뭔 부귀영화를 바라고 여러분한테 거짓말 치겠어. 난...다른 꿈이 있다고! 무슨 꿈? 중국 공산당 따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노르웨이에서 여생 보내..크흠. 여기까지.
제가 이렇게 공익적인 사람입니다. ..이번에 꿈을 이루실 가임기 미혼 여성분들, 연락주세요. 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세요. ..이거 왠지 느낌이 쌔 하다. 이게 아닌데! 아잇! 봉사가 왜 이렇게 음탕하게 들리지! 취소! ..그래! 적선 좋네! 제게 적선해 주실 아름다운 예비 공무원 없으십니까!
한 번 줍쇼. ..이것도 이상하잖아! 멍멍이 소리는 여기까지! ..아차, 떨어진 선남선녀들. 힘내. ..포기하면 편해. 후다닥.
19만명 본 공무원 시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6131848360645?did=NA&dtype=&dtypecode=&prnewsid=
공무원 공채 시험 풍경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9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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