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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광릉 깔따구2020.07.16 PM 10:35
광릉 깔따구
포기했어. 모기! 스펀지로 창틈을 막고, 환풍기를 양파 망으로 싸고, 싱크대 하수구는 다이소표 일회용 거름망 설치해 봤건만, 어디선가 들어와. 끈질긴 놈들!
샤프심만한 녀석들이야 그러려니 해. 그런데 새끼 손톱만한 왕모기까지 들어오니 환장할 노릇. 아항? 믿기 힘들겠지만, 주작처럼 보이지만! 진짜 들어왔어! 지름 2cm 가량의 수~퍼! 한 모기가.
바로 전기모기채 장전하려는 순간, 어오, 이거 혹시? 광릉왕모기! 들어봤지? 모기계의 동족상잔. 애 한 마리가 장구벌레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대. 그렇게 웅덩이 학살자로 착실히 영양분 섭취하신 후, 성충이 되어선 꿀만 먹는 대천사로 거듭나는 거지. 와우. 박수 한번 주세요!
이런 귀한 분을 영접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 바로 장롱 속 카메라 빼들었지. 준비하시고, 찰칵!...은 그새 어디 갔는지 없어! 모기 아니랄까봐 그 큰 덩치가 뵈질 않아. 웟더. 그때부턴 기도메타에 들어갔어. 왕모기님, 왕모기님, 제 손에 잡혀야 목숨 부지합니다. 우리 어머니께 걸리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끔살이야!
그 작업을 20분 했지. 허공벽보 탐색하는 일을. 맙소사. 방구석 백수마저 현타오기 충분했다니까. 난 누구, 여긴 어디, 지금 하는 짓은 무엇? 캬하하. 그렇게 포기하고 뉴스를 보는데 웬걸,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가 나왔다는 거야. 깔따구? 다른 이름으론 각다귀. 호오. 거름망에서 꿈틀대는 쌀벌레와 구더기 중간자 애벌레가 보이는데, 오우야, 샤워기 사장님 대박나겠다.
사실 이름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어떻게 생긴 지도 몰랐어. 여기, 깔따구 성충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는 분? ...뭐야, 다들 이과였니? 생물 천재들이야? 크흠. 난 몰랐어. 최초로 실물 영접하는 순간이었지. 그 생김새는요! ...응? 이거 완전 왕모기잖아!
여기서부터 혼돈의 케오스 시작된 거야. 구글신 도움 받아 광릉킹모기랑 깔따구 차이점 찾기 시작하는데, 이게 스마트폰 기종 분석한 것처럼 속 시원히 해 놓은 곳이 없더라고. 어쩔 수 없이 내 직감대로 대충 때려 맞췄지. 앙? 묘하게 모기처럼 생겼으면 왕모기, 지면에 착지했을 때 두 번 째 다리를 들고 있으면 왕모기, 날아다닐 때 헬리콥터 소리 나면 왕모기.
문제는 아까 봤던 녀석. 애는 과연 광릉갓모기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각다귀일까? 크흠. 생김새는 모기에 가까워. 앉았을 때 중간다리 바짝 든 것도 그렇고. 그런데 웅장한 소리가 없어. 아니, 그 큰 놈이 날아다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 이거 참.
이 갈등은 20시 28분에 최대화됐지. 인간이 가장 민감하기 좋은 시각. 호우! 어디 숨어서 보이지 않던 녀석이 포착됐걸랑. 부엌 식탁 옆에 딱 붙어있는데, 이전처럼 카메라 꺼낼 생각은 1도 못 했어.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모기나 찍고 있는 자식 모습을 부모님께 보일 수는 없잖아...그래, 그건 너무하지.
아무튼. 큼직한 머그컵으로 1단계 포집망 덮은 뒤 A4로 입구를 막았어. 핫. ...유리컵? 내 말이 그 말! 어째 집에 투명유리컵이 하나도 없더라? 죄다 다이소표 중국산 백색 자기, 맥심 떨이 시커먼스 머그컵이 전부. .,.앗! 국수거름망 쓸 걸! 이 멍청한 자식!
에휴. 이미 떠난 괴 생명체입니다. 관찰할 여유도 없었어. 엄마한테 걸리는 순간 애가 죽는 건 물론이고 나도 잔소리 스턴 먹을 테니까. 슬쩍 방충망 열어서 풀어줬지. 부디 광릉왕모기여라 빌면서. 뭐, 아님 깔따구면 어때. 애는 적어도 사람 피는 안 빤다고!
이렇게 미지의 조우는 끝났어. ...응? 일기는 일기장에? 야! 나도 좀 쉬자! 매일 지지고 볶고 시사토론 할 순 없잖아! ..알았어! 이거 다 수돗물 빌드업 위한 떡밥이었어. 크흠. 각다귀 수돗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생각해? 머리 감는데 스멀스멀, 라면 끓였더니 귀중한 단백질원이 추가되었을 때 느낌은?
..난 좋다고 생각해! 친환경이고 좋네! 쌀은 무농약 찾으면서, 수돗물은 염소에 찌든 걸 찾는다? 워후. 차라리 애벌레 먹고 말지! (찰싹!) ...이 분들 원효스님 일체유심조 몰라? 마음먹기에 따라서 해골물이 에비앙 천연광천수가 되는 마법! (철썩!) ..아쿠아맨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인간 놈들! 끼요옷!
..알았어. 인천 공무원님들 일해라 어서! 됐지? 그나저나 전에도 인천 아니었나? 붉은 수돗물 사건? 앙? 마계인처어(찰싹!). 커헉. ..어쨌든! 웃자고 한 말이지만, 어.. 아니, 진심이야. 아니, 그렇잖아. 깔따구 유충마저 죽는 물인데, 사람이라고 괜찮을까?
정 하려면 대세에 맞게 친환경으로 가자고. 어떻게? 천연 방충망으로! 우리에겐 스파이더맨이 있잖아! 캬하하. 내 방 창문에도 자리 잡았어. 2마리나 말이지. 어릴 땐 왜 그렇게 거미를 싫어했는지, 어후. 미안할 지경이야. 이렇게 귀..엽고 영특한 녀석인데.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요! 모기는 왕모기에게, 깔따구는 왕거미에게! 갑자기 거미 노래 듣고 싶다 야.
광릉왕모기 대량사육 기술 개발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06120.html
대형 모기는 각다귀?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1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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