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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대부2020.09.09 PM 11:13
대부
요오. ...정신이 없어. 오른쪽 전두엽과 눈깔 사이가 돌 뭉치에 흔들리듯 아파. 오른쪽 목과 어깨를 타고 위장까지 낙지 3마리가 들러붙은 기분. ..이건 딱, 상온에서 곰팡이에 잘 숙성된 식빵 2조각을 집어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하하하. 미쳐가고 있어! (찰싹!) ...부디 빌어줘. 굵직한 아나콘다 쌀 수 있게. ...아니, 아무리 아파도 똥 한번 싸고 나면 씻은 듯이 낫더라. 크흠.
여하튼! 밤에 잠을 못 잤어. 식은땀이 목덜미를 감싸는데, 이건 추운 것도 아니고 더운 것도 아닌 환장할 컨디션이었지. 그러다 문뜩 떠오른 거야. 이 느낌, 처음이 아닌 걸! ..핫, 때는 세상 무서운 줄 몰랐던 초등학교 1학년. 땀까지 쏟아내며 잠을 못 잤어. ..왜? 친구, 아니, 친구 아니지. 개 호루라기 김 모씨에게, 빌린 돈, 아니, 뜯기 돈 어떻게 상납할지 고민하느라!
그 쌍쌍바의 수법은 아주 간단했지. 왜, 역사시간에 전설로만 듣던 방식 있잖아? 진대법, 의창, 상평창, 환곡! 일부러 돈 빌려 준 다음, 상상 초월 이자율로 뜯어먹는 방법! 원금 못 갚을 시 하루 이자 500원!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근데 신기하지. 그럴듯한 약속이며 이유가 있으니까 어떻게 저항할 수가 없는 거야. 물론 그 죠스바가 주먹 좀 쓰는 인싸긴 했지만.
그렇게 지옥맛 느낄 때쯤 천사가 한 분 내려오시니,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만난 고등학생 누나였지. 뭐 일자 안면인식도 없었어. 그러나 누나는 지나치지 않은 거야. 초등학교 꼬꼬마가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모습을! ..니 뭔데 애 돈 뺐는데? 빌려 준 돈만 갚았으면 됐지 왜 계속 뺐는데! 쌤한테 이를까! ...아아, 복 되도다 여고생. 이 자리를 빌려 그랜절 올리겠습니다. 부산 남성여고 다니시던 이름 모를 누님! 보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때 혹독하게 조기교육 받아서일까, 백수 신세지만 어디 빚은 지지 않았어. 내면에 체득한 불편함 때문에 참을 수가 없걸랑. 핫. 3개월 무이자 할부? 안 해! 남자는 오직 일시불! (찰싹!) ..학자금은 대출 받은 날로 원금 갚아가기 시작했다니까. 몰라, 그 땐 공사판이고 알바고 가리지 않았어. ...잠깐, 근데 지금은 왜 이렇지? 호오. 설마 빚이 있어야 생활력 터지는 부류? ..아잇! 그래도 싫어!
난 복 받은 거지. 금수저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채 쓸 일은 없는, 행복한 놈. ..사실 이해할 수 없었어. 바로바로론? 맞지? 요새 유튜브 광고에 뜨던데?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도 뭐야, 리드코프? 아, 대출은 리드코프! ..이런데서 왜 빌릴까? 금리는 법정최고한도에서 놀고, 신용등급 떨어질 수 있는 곳인데? 앙?
최고금리는 예전보다야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높아. 연 24%! 이참에 이재명 지사가 한 마디 했더만. 연 10%로 하자! 민주당 176인 국회의원 모두에게 편지까지 보냈대. ..와우, 이 분 경기도지사 맞아? 어째 하는 일이며 발언 수위는 대통령 같다 야. ...아니 그렇다고. 크흠.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왈, 그렇게는 어렵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불법사채만 늘어날 수 있다. 8%만 내려도 65만 명이 사채로 내몰린다. 헤에? ..그렇군,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서 보상이 줄어든다? 그럼 리스크 쓸 필요가 없잖아. 무조건 안전빵, 든든한 자산가에게만 대출 해 주겠지. 결국 신용등급 아래에서 노는 우리네 서민들은 저축은행은커녕 신장콩팥 개업장 갈 수 밖에 없고! 끼요옷!
신용등급도 중요한 요소지. 익히 들었어. 한번 저축은행에서 빌리는 순간, 너님의 신용등급은 바닥을 기고, 그에 따라 1금융권에선 영원히 대출 받을 수 없고, 영원한 2금융권 우수고객으로 등극한다는 설계! 놀랍게도 소문은 사실이었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으면 평균 1.61등급 하락! ..다행히 19년부터 이런 관행 없애겠다 했지만, 글쎄. 고금리 대출자에겐 알짤 없거든요! 빌리는 순간 브실골 심연의 계곡으로 떨어지는 거야!
그럼에도, 이 모든 수박바 시츄에이션 알지만, 어떡해. 빌릴 수밖에 없는 걸.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느꼈어. 살다보면 급전 필요할 때가 생기는구나. 사람들이 무식해서 사채 쓰는 게 아니구나. ..이런 경우 많지? 자기 또는 가족이 아프다든지, 자식이 하필 등록금 비싼 의대에 합격했다든지, 오늘 저녁 먹을 쌀 한 톨 조차 없다든지... 뭐 개중엔 샤넬과 에르메스에 눈 돌아간 영혼도 있긴 하지만. 크흠.
어렵다 야. 괜히 환곡이 삼정의 문란에 일등공신이 아녔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도 환곡, 그러니까 대부업이 제일 무섭네. 어떻게 해야 할까? ...흐음, 맘 같아선 이재명 지사 말을 덥석 물고 싶긴 해. 10%로 낮춰버리기! 캬하하. 부작용이 있든 말든 일단 화끈하잖아! 거기다 이 분, 왠지 이쪽에 전문가 느낌이 난단 말야. ..대부, 조폭. 응? (찰싹!)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있어. 소비자신용법 제정 추진! 이제 막 협의 들어간 법이라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몰라. 단, 기존 대부업법을 상당부분 개선한대. 이를테면 빚 독촉은 일주일에 최대 7회 제한! 도저히 갚지 못할 사정이 생기면 서로 조정하기! 등등.
아무튼. 모두들, 빚 없는 행복 삶 누리시길. 건강 하고! ...응? 그래도 구찌 BMW? 야! 욕심을 버려!
불법 사채 겨눈 이재명, 서민 약탈 방지도 국가의 일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0620171340377?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은성수 금융위원장, 급격한 인하 어렵다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6PU5HBFL
2금융권 대출, 신용등급 하락 관행 사라진다?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906244120Y
금융위, 소비자신용법 제정 추진 : https://www.etnews.com/2020090900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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