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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고양이만도 못한 놈2020.09.18 PM 11:00
고양이만도 못한 놈
어... 금요일 밤이네. 그래. 다들 잘 보내고 있지? ...난 기분이 싱숭생숭해. ..뭔가, 보지 말았어야 할 걸 발견한 것 마냥..
죽은 새끼 고양이를 봤거든. 창문 너머로. ..전에 말했었나? 집 앞 지붕 위에 터를 잡은 어미 고양이가 있다고. 따뜻한 봄날 4마리 놓더니 그새 또 새끼를 가졌어. 이번엔 딱 한 마리였지만. 그 녀석이, 아직 회색 빛깔도 벗지 못한 아기가 세상을 떴어.
사실, 이틀 전부터 이런 결말 예상됐지. 바둥하던 울음소리에 점점 힘이 없어졌거든. 쌀쌀한 밤 기온에 비까지 내렸으니. 크흠 ..그러고 보니 이제 가을이잖아?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디높아서 비 하나 볼 수 없는 절기! ..그런데 왜 이런 거야? 왜 흐림 비 연속이야!
결국 오늘 아침, 생을 마감했어. 미동도 않는 새끼를 어미가 뒷산에 물어 나른 것으로 짧은 여정 마쳤지.. 뭐 어쩌겠어. 태어나고 죽는 것이 생명인 것을. 다만.. 인간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일이 그 후에 벌어졌어. 새끼 잃은 지 30분도 안 된 어미 곁에 웬 노란 덩치 녀석이 어슬렁거리는 거야.
영역다툼인가? ..아니! 페로몬에 온 몸을 문대고 있는, 그야말로 사랑 넘치는 사이였지. 이후 벌어진 일은 상상에 맡길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무하잖아! 365일 발정기인 건 인간 하나로 충분하다고! 시체 온기도 가시지 않는 자리에서 그 짓을 하다니!
후우, 내가 꼰대라서 이런 거야? 같잖은 인간 잣대 들이밀어서? ...그럴 수 있지.. 그저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종족번식” 목표로 열심인 동물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잠깐, 생각해 보니 그렇네. 애 죽었다고 붕가 못 하냐? (찰싹!) ..미혼모는 평생 독수공방으로 살아야 돼? 아니!
그럼에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은 요지부동이야. 오히려 내 속에 선민사상은 이 일을 계기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졌다니까. ..저 동물새끼들 봐라. 색정과 번식에만 몰두하는 자식들.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핫.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도덕? 도덕이라기엔 너무 거만한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인간 자존감 맞보려는 찰나, 뒤숭숭한 뉴스가 눈에 들어와. 의붓딸 학대한 아버지, 방치된 라면 형제! ..아이를 가방에 가두질 않나, 찜통 차에 넣고 술집을 가지 않나! ..우리, 동물이랑 다른 거 맞아?
...내 자신이 두려웠어. 인간이라 칭할 수 있는 끈이 생각보다 너무 가늘었거든. 정신줄 조금만 놓치면 그냥 짐승 되는 거지. 짐승이 뭐야, 짐승보다 못한, 악마도 울고 갈, 그저 본능에 충실한 한 마리 침팬지일 뿐.
이 사실을 턱하고 느낀 게 바로 이 기사야. 모잠비크 군인, 나체 여성 때리고 총살. .,반군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때리고, 총알 36발을 무참히 갈긴 사건. ..이 소식을 접하고 분노와 부끄러움에 현자타임 맞았어. 인간, 이 쓰레기 같음에 대하여!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거야. 나는 그들처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는 곳에서, 나는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 ..반군은 다 죽여야 한다 뿌리박힌 상태에서, 나는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총 들며 희열에 찬 동료를 보고, 난 말릴 수 있을까? ..없을 것 같아. 아무 죄책감 없이 살인자 되겠지! 똑같이 여자 강간하고, 애들 강간하고!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이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을까? ....종교? 종교를 믿기엔 뿌리깊은 광기가 겁나. ....이성? 첨엔 정답이라 생각했어. 그러나 이성은 너무 냉혹해. 자신에게 유리하면 서슴없이 받아들여. 비록 그게 죽이고, 자르고, 처박는 행위라도. ..이성은 아냐. ...그렇게 마지막 남은 것이 감정이었어. 가슴 속에 뛰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보면 용솟음치는 그것! 안타까운 것을 보면 뭉클한, 말하지도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그...무엇.
호오. 이런 결론 나올 줄 꿈에도 몰랐는데. 짐승이 되지 않으려면 감정부터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건만! ..뭐, 어디까지나 이건 내 결론이니까 여러분은 알아서 각자 인성 지킬 그 무언가 간직했으면 해. 찡긋!
아무튼. 오늘 눈 감은 새끼 고양이를 인간적으로 애틋해 하며. ... 이젠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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