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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자발적 교무실 청소2021.02.09 PM 11:26
자발적 교무실 청소
이야, 이제 갓 흑염룡기 지난 중3이,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면 믿어져? 더구나 이겼어! 주문, 교무실 등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하는 것은 부당하다!
내참, 어이, 나 때는 말야! 학생이 교무실 물걸레질이고 쓰레기통 비우기고 다 했어! 어이! (찰싹!) ..후우, 난 급식 때 인권적 사고, 시도조차 못 했어. 선생님 시키시는 일이면 그저 눼이눼이, 크흑.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니 정말 이상해. 최저시급도 아닌 무급으로 노동한다? 그것도 등록금 당당히 낸 학생이? 호우!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당장 주체의 이름으로(찰싹!) 권리를 부르짖겠다! ..는 개뿔. 여전히 청소반장 역 자처할 것 같아. 왜! 난 선생님의 명령에 구속되는 행위를 즐겼으니까! 하악하악. 센세! 좀 더 조여주세요! 손바닥 맴매로 가버렷~(찰싹) 커헉. 누군가에겐 포상입니다. 찡긋.(찰싹!)
쇼에서 몇 번 말했지? 중1때 교직원 화장실 청소했다고. 학업 시작을 변기 청소로 했어. 왜 하필 나였을까? ..그야 학교에 일찍 오니까! 아침 7시 되자마자 교문 박차고 도착한 인간이 나밖에 없었걸랑. 당시 한 근면 성실했지. 캬하하! ..사실, 일진들 등교 전에 다용도실로 숨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어. ..갑자기 슬프다. 끄응.
아무튼. 원래는 선생님들끼리 돌아가면서 청소해야 하는 것을, 아름아름 수업준비 바쁘시니 나한테 짬처리 한 거지. 얼마나 좋아. 교장 선생님도, 교감 선생님도, 학생 인권 챙기는 선생님도 보지 않는 꼭두새벽에, 노예마냥 넙죽넙죽 따라주는 호구가 있으니. ..뭐, 불만 없었어. 명령자가 내 사랑 국어쌤이었거든. 3일에 한번 꼴로 상상의 나래에 출연해 주셨는데, 까짓것 화장실 청소 정도야.(찰싹!)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찌뿌둥한 이유,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존경하고 사모하는 국어쌤이 노동착취에 앞장섰다는 사실.. 후우, 센세! 어떻게 나한테 그러실 수 있어요? 예쁘면 답니까!(찰싹!) 지금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야. 나, 여교사 화장실까지 청소했다? 여자쌤 생리대를 남학생이 치우는, 야동에서나 볼법한 상황 연출했지.
...워워! 오해 마! 그걸로 이상한 짓 안했어! 꺼흑! 난 너무 어렸기에, 무지했기에, 순수했기에! 그것이 생리대인지 조차 몰랐다! 거대한 휴지인 줄 알았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츄릅츄릅 킁캉킁캉 할 텐데!(찰싹!) ..죄송합(찰싹!) ..농담입(찰싹!) ..거 대충 넘어갑(찰싹!) ..쿨럭.
여교사 화장실 청소 스토리, 딴엔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떠들었어. 얼마나 자부심 넘쳤으면 여러분에게도 3번은 털어놨잖아. 자, 너님들 중에 센세 생리대 치워 본 사람 있어? ..없지? 핫!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다! 이 몸께선 너님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해 봤다!(찰싹!)
그러나 이 정신 나간 자랑질도 오늘로 끝이야! 흑흑.. 그야말로 권리 의식 상실한 이야기였고요, 과거의 유물이었고요, 틀딱(찰싹!), 어르신 라떼는 무용담이었고요! ..그래, 세상은 변했어! 학생이 선생 공간 뒷바라지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끼요옷!
그런데 말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 안에 꼰대심이 여전히 꿈틀 대. 어디 선생님께 기어올라! 기꺼이 쓸고 닦을 것이지! 공동체 문화 몰라! 이래서 요즘 것들은! 에잉! (찰싹!) 참, 이런 거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늙은이인가 봐.(찰싹!) ..더 늙으신 형님, 누님께 죄송합니다.(철썩!) ..웃자고 한 소리야. 동녀배들 파이팅!(찰싹!) 꺼흑.
그럼 이제 교무실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 전담? 혹은 청소업체? 이건 안 될 것 같다. 나라 살림 걱정하시는 분이 한둘이어야지. ..아니면 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어. 강제적 배당, 명령이 아닌, 부탁과 합당한 보상. 이를테면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준다든지, 생활기록부에 서울대에 합격해도 부족함이 없는 아이라고 적어준다든지, 아항?
..잠깐, 이거 너무 이해타산적 같다? 명색이 스승과 제자인데, 사랑과 존중으로 뭉치길 바라건만. 참.. 에잇! 그냥 나 꼰대 할래! 사서삼경 정신 못 버리겠어! 그냥 자발적으로 할 친구 뽑자! 분명 있어! 센세를 향한 열망으로 교무실 청소 기꺼이 할 변태(찰싹!), 아니, 누님연방 새내기가! (찰싹!).
이 몸이 그 산증인이다! 바닥 쓸면서 아래만 보는 게 아냐! 므훗! 뭔 말인지 알지?(찰싹!) ..죄송합니다. 선생님!
인권위 “학생 교무실 청소는 인권침해”…일부 교사 “이타심 기르는 활동” -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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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10 AM 12:16
- 풍신의길
- 2021/02/10 AM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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