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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의 진짜 주인이었을까2021.03.05 AM 12:13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의 진짜 주인이었을까

차 긁은 폐지 노인 그냥 보내준 뒤 통 크게 보답 받은 사연.. 3월 3일자 머니투데이 김소영 기자님이 쓴 기사야.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그려지지? ...예아. 새벽, 리어카에 폐지 줍는 할머니가 자신의 차를 긁었음에도 담대하게 넘어갔던 주인공. 3개월 뒤, 이번엔 자신이 “벤쯔”를 긁어버렸네? 보험금 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신은 착한 사람을 돕는 법. 자신이 할머니를 이해한 것처럼, 밴쯔 차주분도 주인공을 넘겨주었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 권선징악! 고진감래!(찰싹!) 박수 한번 주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둘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사실, 차 긁고도 무사히 넘어갈 변수는 3개월 전 선행이 아니잖아? 순전히 상대방 오너 성격, 당시 기분에 달린 거잖아? 인정?(찰싹!) ..인생사를 물로 보지 말라고! 착한 사람 복 받는다 논리면, 예수님은 살아생전 이미 로마 황제가 됐어야 해!(찰싹!) 커헉.

미안하다. 방구석 찐따는 모든 일이 다크하게 보이는 것이에요! 잘 했다 칭찬하고, 아직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북돋기만 하면 될 것을, 굳이 삐딱하게 논리질 하니, 에잉! ..아는데, 아잇, 내 천성은 밴댕이 흑우딱지라 전혀 동감하지 못 했어. 오히려 반발심마저 들더라고. ..벤쯔 뒷광고인가? 벤쯔 몰면 다 천사? 핫! 폐지 줍는 할머니가 실은 청담동 빅맘이었다면! 두둥탁!(찰싹!) ..에휴, 이 못난 자식.

그렇게 자조 섞인 미소로 기사 댓글 훑어보는데, 맙소사, 심장을 울리는 답글이 있는 거야. ..차가 나의 주인인지, 아니면 내가 차의 주인인지 성찰해 볼 일입니다. 와우.. 불알이 두 쪽 나는 줄 알았어.(찰싹!) ..그래, 진짜 주인들은 고작 도장 긁힘에 자아를 버리지 않아! 차, 그게 뭐라고. 애지중지 전전긍긍, 누가 한 대 쓱 쓰다듬기기만 해도 인간성 포기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를 필요가 없다! 그러기엔 내 위신이, 성품이 아까우니까!

...당연한 거야? 호오, 안타깝게 난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후우.. 둘러보니 내가 주인인 것이 없어. 한정판매 피겨? 박스 모서리 한톨 찌그러질까봐 다락방에 모셔두고 있어. ..20년 전 해보지도 않은 고전게임? 그야말로 장식용이야. 명절 사촌동생이 손댈라 치면, 그게 얼마짜린데! 야속한 구박이나 했어. ..그리고 카메라. 기스 날까 어디 함부로 놓지도 못해. 비 오는 날 멋진 광경이 펼쳐진들, 응, 내 장비에 수분을 침투시킬 순 없다! 이건 뭐 사진을 찍으러 산건지, 아니면 제 2의 거시기 대용으로 산건지 모르겠다니까.

나만 이런 거 아닐 거야. 너님들도 한 쉽덕 하잖아?(찰싹!) ..우린 노예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 주인이 될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감도 안와. 적정선이 어디지? 물건을 아끼는 것과, 그것에 종속되는 것. 이 알다가도 모를 경계선에 머리가 터지겠어. 끄응.

그래서 찾아봤어. 사진작가는 장비를 어떻게 다루나! 그 분들은 혼모노니까.(찰싹!) 나처럼 본질은 망각한 채 기기에 매몰된 사람이 아니니까. ..모탠 힐머. 구독자 38만에 풍경 사진가야. 이 덴마크 성님 카메라 다루는 걸 보니, 캬하, 역시 거침이 없어. 저 비싼 렌즈를 물 젖은 바닥에 턱턱! 눈 오는 날 들소 찍겠다고! 정말 주인으로서 행할 수 있는 자세!

그래! 이젠 나도 장비병 따윈 버리고 사진에 집중하겠어! 내가 사랑하는 부산, 고양이, 들개, 아스러지는 추억들! 그러다 셔터 박스가 갈리면 어때, 렌즈 깨지면 어때. 도장 다 벗겨지면 어때! 내 자유의지! ..끄흑.. 아니! 못 해! 중고로 팔아야 한단 말야!

난 포기..도저히 주객전도 상황 역전 못 시키겠어. 그러기엔 초등학교 때부터 체득한 물품애용 정신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 모든 근심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신품급! 미개봉!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강박! 호오. 그럼 처음부터 B급 중고를 구입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전투형 카메라, 비트코인으로 굴린 그래픽카드, 굴러만 가는 벤쯔, 밤꽃 냄새 나는 피겨같이, 앙?(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