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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건물 밖 에스컬레이터 길2021.06.09 PM 11:38
건물 밖 에스컬레이터 길
안녕하신가! 난 안녕 못하다. (어쩌라고!) ..이사 앞두고 온 가족이 화에 굶주려 있어. 뭐 하나 잘못 건드리면 고함소리가 그냥. 어후.. 오늘 아침에도 엄마랑 대판 싸웠지. 여기 가자, 저기 사자, 우리 주제에 매매가 뭐냐, 전세가 답이다, 아니다, 이참에 세 살이 끝낸다.. 언성은 높이지만 화는 나지 않아. 이 모든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바로 부동산, 집 없는 설움, 고공행진 전세!
반나절 꼬박 달동네 돌아다니며 집을 찾았어. 전세 최대 4천 이하! (요즘 그런 집이 있니?) 그럼, 있고말고. 단지 벽이 쓰러질 기세거나, 창문을 열더라도 암흑만이 마중하거나,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약한 물줄기 집들이지만 말야. 거기다 계단! 경사의 고장 부산인 거에 더해, 산복도로 위주로 걸어 다니니 환장할 노릇이었어. 이 더위에!
청바지가 땀 때문에 스키니진이 될 때까지 타고, 또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도중 할머니 한분을 만났거든. 구부정한 허리, 한 계단 내딛을 때마다 손이 떨려와. ..도와드릴까요? 아니, 그냥 지나가소.. 살얼음 걷든 위태로운 걸음에도 날 피하시더라? 머쓱하게 지나칠 무렵, 마스크 넘어 맡은 인분 냄새.. 그래, 할머니는 부끄러우셨던 거야.. 후우.
공교롭게 이 상황을 마주한 내 눈 앞에는 북항 재개발 지역이 펼쳐져 있었어. 부산 북항. 200미터짜리 협성 마리나 G7이 완공됐고, 그 옆에 210미터 롯데 드메르와 280미터 동원 더 게이트가 속속 들어설 장소. 최고층까지 버튼 2번만 누르면 도달 할 수 있는 마천루.
기분이 끈적찌뿌둥 하더라고. .아잇,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요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없는 건물이 어디 있어? 계단은 비상구로 밖에 쓰지 않잖아? 건축법에서 조차 승강기 설치조건을 명시해놓고 있는 마당에, 왜! 가장 필요한 장소엔 그것들이 없는 건데! (...)
워워, 펀쿨섹. ..아무튼. 그때 느낌표 떠올랐지. 아! 산동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압도적인 전기모터가 필요하구나! 사람을 힘차게 위 아래로 보내줄 빠워! ..사실 이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절실히 느끼지 못 했어. 아니, 오히려 계단이 좋았지. 그나마 계단 때문에 투기꾼들로부터 이 동네가 보호받는다 생각했거든. 끄응.. 반성합니다. 순전히 내 입장만 고려한 안목.. 하지만 오늘 힘겹게 내려가는 할머니 모습을 보고나선 완전 바뀌었다! 계단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행히 부산 산복도로 여러 곳에 모노레일이 설치됐어. 이를테면 168계단 모노레일, 좌천동 증산공원 모노레일, 영주동 오름길 모노레일, 중앙공원 충혼탑 모노레일. ..흐음. 여기서 질문, 왜 하필 모노레일일까? ..뭐, 나야 느릿느릿 운치 있고 좋다 생각해.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선, 글쎄, 답답하걸랑! 예를 들어 168계단 모노레일, 한번 놓치면 최소 5분은 기다려야 해.(그건 건물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잖아?)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엘리베이터 단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모노레일보다, 24시간 풀가동 에스컬레이터가 낫지 않나? 앙? 계단엔 에스컬레이터! 인정? (...)
몰라, 내가 파악하지 못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흐음.. 혹시 어르신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때문에 그런 걸까? 타고 내릴 때 움찔하니까? 그러기엔 요새 지하철 계단도 죄다 에스컬레이터잖아? ...아니면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빗물 때문에? ...누구 아는 사람? 자수해서 영광 얻자. (...)
아무튼. 에스컬레이터가 건물 밖에도 왕창 설치되길 기원하며, 에스에스 바라 엘레.
엘리베이터가 발전시킨 현대 마천루 세계 - 아틀라스뉴스 (atlasnews.co.kr)
`계단 지옥’ 부산도시철도, 에스컬레이터 추가 확보 계획 수립…문제는 돈 : 국제신문 (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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