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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아기 고양이 살아 돌아오다2021.08.31 PM 11:22
아기 고양이 살아 돌아오다
오늘은 고양이 사진으로 시작해 보실까!
작년 4월이었어. 어미, 그리고 알록달록 4마리 새끼가 바로 내 방 건너편, 아랫집 지붕에 터를 마련했거든. 녀석들 뛰어노는 모습 찍느라 한 동안 즐거웠지. 안 들키면서 카메라 들이대느라 심장이 콩콩 뛰었다니까. (..?) 응? (...) 워워! 오해 마시고! 냥이 찍은 거야!
아무튼. 1년 사이 많은 일이 있었어. 새끼들이 바스락거릴 만큼 움직이자, 어미가 담벼락 타기를 가르치더라?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대뜸 새끼 한 마리를 물어 난간에 올려버려. 그 뒤 자기는 남은 새끼들에게 젖을 주는 거 있지? 표본실의 고양이 된 녀석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말야. 뭐, 결국 자기 발로 내려오더라. 엄마 쮸쮸 찾아서..
그렇게 한 달 지났을까?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더 큰 장소로 집을 옮겼어. 50미터 떨어진 풀밭에 새터를 잡았더라. 내가 새끼들을 본 건 그게 마지막이야.. 다만, 어미는 얼마 안 돼 다시 지붕으로 돌아왔어. 다시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고, 모든 자식을 잃어버렸지.. (왜?) 글쎄.. 자연은 새끼라고 어여삐 봐주는 법이 없잖아. 자세한 건 묻지 마. (.,.) 어미 또한 작년 겨울부터 모습을 감췄어. 봄이 됐음에도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 영원히 떠났나 봐..
텅 빈 지붕... 그런데! 최근 들어 뭔가가 왔다! 바로, 노랑 무늬 치즈볼! 4인의 새끼 중 한 마리가! 키야, 박수 한번 주세요! (오!)
솔직히 난 저 세상 간 줄 알았어. 야생 고양이 삶은 항상 죽음과 함께 하잖아? 평균 길고양이 수명이 2년이라며? (...) 그런데 이 놈 봐봐. 사료터 3개 털어먹는 듯한 배둘레햄! 토실토실! 게다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도시의 버스 경적, 망치, 와장창 소리 따위 흘려버리더라고. 당당히 지붕 모든 곳을 활보해. 인간 따위가 자길 쳐다보든 말든 상관없이! 앞발 다듬으며 으르렁 거리고, 아랫집 할아버지 구경하고, 옆집 창문 기웃거리고, 난리도 아냐.
이 녀석, 인간화 사료라도 먹었나 싶어 살펴봤더니, 아뿔싸. 귀 한 쪽이 잘렸네? 짤태식이! 잘렸구나! 켈켈켈! (뭔 소리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고자가 된 냥이는 그 표식으로 한쪽 귀 끝을 상실할 지어니! 캬하, 사진 다시 봐봐. 왼쪽 귀가 뭉툭하다. (그러네.) 이 말은 곧, 사람 손길에 이끌려 수술대 위에 올라간 “유경험묘”다. 본능 상실 순둥이!
그제야 모든 전후 사정이 이해됐어. 대충 이런 스토리지 않을까? 4형제 중 유일하게 포획 틀에 잡혀, 거시기 커팅식을 치르고, 근처 공원에서 사료 먹으며 인간 친화력을 높이던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어린 날의 추억! 그 장소로 가고 싶다! ..해서 오늘의 지붕냥이로 변모한 거지. 인정? (뭘 인정해!) 크흠.
아무튼. 돌아온 지붕냥에게 기념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싶은데 말이지, 고민이다, 참. (..?) 내가 자연은 그대로 두자, 주의자잖아. 제 아무리 길냥이들이 온 몸을 비틀며 애교를 부려도, 난 빵 부스러기조차 건네지 않았어. 헌데 이번 경우는, 끄응.. 새끼 때부터 관찰한 정에 마음이 흔들려. 더욱이 얘는 모쏠 거세 냥이잖아? 우리랑 같은, 보살펴야 할, 동족! 앙? (짝!) 딱 한 번만 참치통 제공할까? 너님들은 어떻게 생각해? (...)
어오, 망했다. (...?) 고양이 상봉 기쁨에 정작 오늘 본 주제는 꺼내지도 못 했어. 대본 대로라면 냥이 도촬 건으로 빌드업 한 뒤, 아프간에서 온 소녀를 망원렌즈로 마구 담은 행태에 대해 일장연설을 할 참이었는데, 어후, 분량초과 해버렸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남은 얘기는 내일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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