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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행복한 부양의무인을 위하여2022.01.27 AM 12:07
행복한 부양의무인을 위하여
경고. 오늘 쇼는 전혀 유쾌하지 않을 거야. ..간병과 그로 인한 가족의 파괴와 몰락에 대해 떠들 거거든.. 그래도 들을 분들만 남아주세요.
작년 12월, 안타까운 뉴스가 떴어. .,.22세 청년, 아버지를 “간병 살인”하다... 뭐, 전후사정을 풀자면, 그...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고, 그러다 치료비가 모자라 할 수 없이 퇴원하고, 그렇게 집에서 22살 아들이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결국 지아비를 굶겨 죽인 사건이야.. 참..
모르겠어.. 아들이 죽일 놈인가! 아버지를 죽인 자! 아잇, 죽일 거면 고통 없이 한 방에 죽이던가! 굶겨 죽일 건 뭐야! ..죄송합니다. 정신 나간 소리 했습니다... ..반면, 자식이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큰지 절로 느껴지기에, 선뜻 욕할 수 없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가 부를 때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라, 부탁했대..
글쎄다.. 내 이성은 유죄라고 외쳐. 어찌됐든 사람을 죽인 거니까. 낳아주고, 키워준 아버지를 포기했으니까.. 다만 감성은, ..자신이 없어. 내 주제에, 나도 똑같이 도망가고 싶고, 책임지기 싫고, 엄마 아빠 돌볼 여력 없는 놈 주제에, 예비 간병 살인자 주제에! 어찌 이 사안을 칼 같이 비판할 수 있겠어.. 못 해.
오히려 죄책감만 늘어. 뻔히 일어날 줄 알면서 방조한 죄 값이랄까. 그래, 언제 어디서나 항상 있는 일이나, 애써 모른 체 외면하는 것.. 간병으로 인한 가족 간 비극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잖아. 치매 시어머니와 함께 저수지에 투신한 며느리, 엄마를 한겨울에 알몸으로 내쫓아 숨지게 한 중증 장애 딸, 본인이 건강을 잃자 아내를 먼저 보내고 목숨을 끊은 남편.. 심지어 그 옛날 고려장까지. (고려장은 아냐)
고려장은 우리나라 역사에 존재한 적 없는 악습이다. 일제가 조선인을 비하하기 위해 전파한 용어에 불과하다. “에도장” 혹은 “우바스테야마“로 불러야 옳다. ..나도 알아! 하지만! 인생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우리나라에 고려장이 없으리라 확신을 못 하겠다! 효가 제일이었던 조선시대야 남의 눈치 때문에 없었을 지도 몰라. 근데, 고려시대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알게 모르게 국가에서마저 고려장을 강요하는 거 같은데!
언제까지 가족에게만 족쇄를 채울 텐가... 법으로까지 가족 부양의무를 명시하는 나라. 뭐, 좋아. 법관님들이 시키지 않으셔도 내 가족은 내가 부양하고 싶어. 근데 나도 돈이 없네? 아픈 가족 돌보려면 남은 삶 전체를 바쳐야 하네? 꿈도 희망도 사랑도 직장도 없는 삶! 이건 마치 기갑사단에 맨몸으로 꼴아 박으라는 지시 아니냐? 지원은 없다. 그냥 반자이 무대뽀 돌격하라! 에라이!
의무로 지정하셨으면 지원을 해줘야지! 그래야 옳게 된 나라지... 물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는 건강보험이니, 요양급여니, 장애연금이니, 긴급 복지비니, 재난적 의료비니, 여러 지원책이 있다지만, 이거 다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잖아? 정부 정책을 꼬치꼬치 꿰뚫고 있는 사람만! 그 놈의 신청, 신청! 거기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장례비조차 빌려주지 않는 차별!
내가 한이 맺혀서 그래.. 할머니 돌아가시자 장례비용 걱정에 바닥이 꺼졌다. 이건 걱정이라기보다 공포에 가까웠어. 그 사이에 할머니와의 추억, 진짜 슬퍼해야 할 것들은 깡그리 까먹어버렸지.,. ..그런데 이 경험을 언젠가 또 다시 마주쳐야 해. 아빠, 엄마.. ..그때 또한 관도 없이, 식장도 없이, 초대할 사람도 없이, 그저 가장 저렴한 장례 방식에 몰두할 것 같아.,. 어쩌면 이마저도 못 해서, 뒷산에 내가 직접 묻으러 갈 수도 있고...
부디, 여러분은 이런 걱정 따위 전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나 또한 이런 두려움 에 더 이상 시달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 모두가 도와주십시오. 사회가 나서주십시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에게 건강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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