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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카메라 덕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2022.02.27 AM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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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덕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서늘한 토요일이다.. (...?) 이어령 선생께서 돌아가셨고,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침공에 고통 받고 있고.. 나는, 나는... 사진기를 중고장터에 내놨다. 내 사랑 a7r2와 아트 오식이를 말야.. 내 첫 풀 프레임 카메라. 내 첫 주력 단렌즈... 끄응. 오늘도 여지없이 장비병 환자의 하소연이니, 일반인 여러분은 내일 봅시다! (...)
내가 “방 빼” 공포증에 시달린 나머지, 광적으로 물건을 정리한 지도 어느덧 한 달. 그새 방안 가득 채웠던 수많은 추억들을 떠나보냈어. 종이책, 게임 타이틀, 음반, 수집품, 하! 그러나 카메라 장비만큼은 처분하지 않았거든? 딴엔 카메라를 사랑하고, 찍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 자부했으니까.
그런데.. 정말 한 순간이었어. 아침 눈 뜨자마자 불현 듯 현자타임이 엄습하더라.. 여태까지 난 무엇을 찍어왔지? 내 주제에 카메라를 쓸 필요 있나? 난 누구? 여긴 어디! (...) 예쁜 모습 남길 여친도 없어, 귀여운 반려견도 키우지 않아, 그렇다고 여행 돌아다닐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고, 정말.. 씁쓸했다. (...)
후우.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a1 타령 했었지? ..소니 최강의 바디! 부모님 등골을 빼먹어서라도 사고 말리라! (짝!) ..이젠 포기했어. a7r2조차 내겐 과분한 바디야. R2가 내뿜는 4200만 화소 이미지조차 차고 넘치는 걸. 아니, 1200만 화소 a7s로 충분하다! ...그래서, a7s만 남기고, r2와는 작별을 고하려고.. (뭐야! 카메라 1대 더 있었잖아!)
정답입니다! 내가 R2를 판다고 했지, 장비인생 완전히 접는다는 말은 안 했잖아! (...) 참, 돌고 돌아 결국 2014년에 나온 a7s로 회귀할 줄 나도 몰랐다.. a7s, 좋은 바디임에는 틀림없어. 무제한 FHD 촬영, 압도적인 저조도 노이즈 억제력, 470그램 대 가벼운 무게.
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비켜갈 수 없는 법. 시속 8km로 움직이는 물체조차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AF, 손떨림 방지 부재, 인체공학 따위 태평양으로 던져버린 그립 구조, 아쉬움 점이 널렸어.. 뭐, 괜찮아! 난 가만히 있는 물체만 찍으니까! 손떨방 부재는 빠른 셔터스피드로 커버하면 되니까! 저질 그립은 손가락 악력으로 극복하면 되니까! ...라고 위로해 봅니다. (...)
몰라, 올해 말 나온다는 a7r5 접하면 또 정신을 잃고 지를지도 모르지. 혹은 환골탈태한 a1m2 나올 즈음에 다시 장비병이 재발할지도 모르고 말야. 헌데 어쩌나. 정작 가장 중요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왜 남기는가에 대한 답을 못 찾겠어. 끄응... (...)
아무튼. 여러분 기분까지 심해로 만들어버릴 얘기는 이제 그만! 난 계속해서 즐거운 장비생활 할 테니 걱정 마시라. 훗, a7s 셔터박스가 갈려나갈 때까지 굴려먹을 거다! ..아참, 오늘을 기점으로 한 동안 카메라 장비 얘기는 없을 거야. 잘 됐지? (...)
안녕, r2, 아트 오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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