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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충격요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치킨의 맛2022.08.15 AM 12:51
충격요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치킨의 맛<-meta />
부산 다대포를 아십니까? (...) 다대포는 뭐랄까.. 해운대, 광안리와는 정취가 달라. 모래부터가 살짝 서해안 갯벌 느낌이 나걸랑. 일몰의 붉은 기운과 어우러지면, 캬하! 마치 저물어가는 폐사적지 한 가운데 선 기분이다? 우리 같은 방구석 아싸들조차 편안한 공간, 추천합니다. (...)
그래서 지금 다대포 여행을 꿈꾸는 그대여, 그만둬라. (?) .. 다대포 해수욕장, 녹조 때문에 입수 금지!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까! (..,) 잘못해서 녹색 라떼 한 모금 훌쩍 들이켰다간, 폐와 간은 물론이고 생식기! 당신의 해피타임이 위험하다! (..,)
참, 몇 년 전엔 적조로 떠들썩하더니, 올해는 녹조가 창궐하고, 정말 세상이 멸망하려나.. 아참, 여러분은 적조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이 있어? 난 있어. 아빠 따라 거제도에 낚시 하러 갔을 때였어. 통통배를 타고 바다에 나섰는데, 맙소사. 보이는 곳이 온통 붉은 부패로 가득했지. (..,) 마침 날치 한 마리가 탈출을 꿈꾸듯 튀어 오르는데, 어후... 미안하더라! 충격이더라!
잠깐, 충격? 정확히는 대자연이 쓰러져 가는 현장을 체험함으로써 얻는 공포일 거야.. 이 공포감은 채석장에서도 맛 봤지.
막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였을 거야. 거대한 산이 온전히 헐벗을 광경을 목격한 게..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아파트랑, 빌딩이랑, 전부 산을 파괴한 부산물로 지어졌구나.. 당시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했거든. (...)
또, 충격을 받은 적이 언제였을까... 그래! 해파리! 부산 자갈치 앞바다를 점령한 해파리 떼!
5년 전이었나?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 자갈치와 영도 사이 바다가 온통 무척추 동물로 가득하더라고. 경악이었다. (...) 그, 해파리는 오묘하게 무섭지 않니? 조용한 공포감이랄까. 가만히 있는 듯 아닌 듯, 둥둥 떠다닐 뿐이지만, 그 압박감! 서서히 다가오는 촉수! 게다가 빽빽하게 들어섰으니 얼마나 무서웠게요! (...) 아무튼. 해파리 떼가 부산 앞바다까지 올라온 풍경을 보고나서야 경각심이 제대로 들더라. 정말 기후위기가 닥쳤구나! 해수온도가 올랐구나! 곧 대한민국도 아열대 화탕지옥이 펼쳐지겠구나! (...)
이러한 충격적인 경험 덕일까, 그나마 난 환경을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래도 분리수거는 열심히 하자, 그래도 폭염에 에어컨 없이 견디자, 그래도 소고기는 거부하자. 대신 탄소배출량 적은 닭고기를 선호하자. 이렇게. 앙! (...)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난 닭고기를 멀리하기 충분한 충격적인 경험을 겪었거든? 꼬꼬마적, 목이 잘린 채로 마당을 질주하는 치느님을 쳐다보고야 말았어. 꼬기오! (...) 내 옆에는 사촌동생도 있었는데, 걔는 그 후로 치킨을 못 먹더군. 불쌍한 녀석. (...) 근데 난, 치킨? 잘만 먹지요! 없어서 못 먹지요!
그래, 충격요법으로라도 닭튀김은 포기할 수 없는 거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맛! 이 맛있는 걸 어떻게 포기해! (...) 그런 의미에서, 비건의 길을 택하신 분들, 박수를 보냅니다! 고뇌, 결단, 실천! (...) 진심이야. 나 같이 혀의 쾌락에 굴복한 이들은 감히 따라갈 생각조차 못할 선택이잖아. (...)
여하튼. 인류를 위해 친환경! 생존을 위해 ..치킨! 충격적으로 잘 튀긴 치킨! 치킨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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