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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삼각대를 처분하다2023.03.28 PM 10:25
삼각대를 처분하다<-meta />
오늘, 내 장비인생에 기로가 섰어. (?) 삼각대! 처분 했다! 삼각대뿐이겠니. 플레이트, 클램프, 유선 릴리즈 또한 다 팔았어. ...후우, 중고로 내다팔면서 얼마나 손해를 받게요. 구입가에 30% 남짓 건졌을까! 인생...
그래도 후회 남지 않습니다! 배웠으니까. 정말 배웠으니까. 나와 삼각대는 어울리지 않구나.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 내가 장노출을 선호하길 하나, 야경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삼각대 펴 놓고 단체 사진 찍을 일도 없고, 셀카 찍을 일은 더더욱 요원하고, 삼각대 쓸 일이 정말 없어.
그런데 왜 삼각대를 샀냐? 그야 몰랐으니까! 장비 초심가 시절, 내 취향이 뭔지 알게 뭐니. 그저 남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 샀지. ...게다가, 동경했거든. 거대한 삼각대를 들고 야생을 누비는 작가님들을... 멋지잖아! 또, 천체사진! 내가 밤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시 야경을 말합니다. 별빛과 하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경외의 우주! 담고 싶다! 거대한 삼각대로!
욕심만 앞섰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야. 삼각대의 무게를 각오한 자만이 천상에 닿을 지어니! 무게만 짊어지면 끝났나? 아니지. 내 고향 부산을 벗어나서 야생으로 떠나는 삶은, 어후, 하루 앞날도 모를 나에겐 너무 벅찬 꿈이었어...
이렇듯 무너진 꿈이지만, 그래도 경험은 유효합니다. 나, 여러분 앞에서 삼각대만큼은 당당하게 떠들 자신 있다고! 그럴 자격 있다고! 인정해! 흑흑.. (...) ...만약 나보고 삼각대 딱 하나만 추천하라면, 무조건 큰 거! 무거운 거! 헤드는 묵직한 비디오 헤드를 고르겠어. 자고로 삼각대란 태산처럼 듬직하게 자리 잡는 것이야말로 본분이니까. 반박 시 비실이. (...)
아참, 비디오헤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권학봉 센세는 사진용으로 비디오 헤드를 추천하지 않으시더라?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비디오헤드야말로 정밀 조절이 가능한 최적의 사진용 헤드였어. 일례로 여러 야생 사진 작가들이 비디오헤드를 애용하시지. 물론 삼각대에 하프볼이 있어야 해!
몰텐 힐머 작가. 내게 삼각대 뽐뿌를 제대로 넣어주신 분이야. 푸하. 이 분도 헤드가 뭐다? 비디오헤드다. 그것도 “셔틀러”네. 오우야. ...단! 명심하시라. 비디오헤드는 무지막지하게 무겁고, 가방 터질 정도로 크다는 걸! 당신은 비디오 헤드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
아무튼 삼각대. 사놓고 야외에 2번은 들고 나갔나? 그저 집에서 아령 대용으로나 썼던 삼각대... 이제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제 역할 뽐내기를 빌어... 그나저나 사용빈도로 치자면 삼각대 외에도 처분할 장비 많지.
이를테면 모노포드! 역시 쓰질 않아. 지스타에서는 쓸지도 모른다, 망상을 했지만, 천만에! 지스타에서도 안 썼죠! 이게 현실이죠! 꺼흑... 그럼에도 모노포드는 중고로 내놓지 않았어. 모노포드마저 내놓으면 내 이상을 포기한 셈이거든. 나의 이상은, 언젠가 소니 400GM 대포 렌즈를 써 보는 거야. 그 대포를 편하게 지탱할 모노포드! 그 때를 위한 희망고문! 응? ...크흠, 잠시 진심이 튀어나왔습니다. 하아... 모노포드도 처분해야 할까? (...) ...흑흑. 아니! 400GM이 안 되면 200600G에라도 받칠 거야!
다음은, 플래시! ...난 플래시를 사용한 사진을 좋아하지 않아. 사진 결과물을 넘어서, 순간광을 상대 눈에 쏘는 일에 죄책감이 들어... 플래시, 사 놓고 5번은 썼나? 하! 집에서 실험삼아 끄적거린 거 빼고는 이용량이 전무해.
나랑 플래시가 어울리지 않다는 걸 역시나 플래시 다 질러 놓고 나서 알았어. 삼각대랑 패턴이 똑같지 뭐. 나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 아닌, 편하게 남들이 떠밀어준 대로, 사진 찍는다면 필수라니까, 꾸역꾸역 받아먹었어...
그럼 이참에 중고로 내놓지! ..그랬어! 판매글 작성했어! 헌데, 끝끝내 보류했어... 혹시 모르잖아. 우주가 도우사, 내가 모델님과 단독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 그때는 나도 순간광, 지속광 다 써보고 싶어. 내 딴엔 최대한 큰 엄브렐러를 써서 찍어드리고 싶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역광에서도 인물이 피어오르는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어. 그러고 싶어.. 그래서 플래시는 판매 보류했어! 잘 했지? (...) 후우, 만약 올해 안에 플래시를 단 한 번도 안 쓴다? 그때는 진심으로 처분하겠습니다.
여하튼. 삼각대가 없는 자리를 보며 애틋한 한편 시원섭섭해! 잘 됐어! ...삼각대 팔아서 얻은 돈은, 글쎄다... 이번엔 진짜 내게 필요한 장비를 사고 싶어. 뭐가 좋을까? 400GM? (...) 농담! 400GM은 내가 원하는 거지, 필요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400GM 가격이 얼만데! 어림도 없는 소리. ...그럼... 지금으로선 컴퓨터 업글이 급선무일까. 혹은 그토록 바라던 투 바디 구축? 둘 다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구나. 더러운 자본주의! (짝!)
이상! 전 삼각대와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삼각대와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라면서! 삼각!
- SEMPER72
- 2023/03/29 AM 04:35
- 풍신의길
- 2023/03/29 AM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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