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상수도가 터지고 하수도가 역류한 밤2023.07.19 PM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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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가 터지고 하수도가 역류한 밤

 

 

모두 비 피해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난 오늘 새벽이 힘들었어. (..?) 새벽 3시, 그르르륵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맙소사, 배란다 하수구에서 물이 튀어 오르고 있는 거야! 놀란 마음으로 역류하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창문 밖으로 뿌렸어. 워워, 우리집 창밖은 공허한 도로입니다. (...) ..마치 구멍 뚫린 조각배를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바다노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그럼 해발 150미터 부산 산동네에 위치한 우리집이 왜 물에 잠길 뻔 했는가? ...비가 많이 와서? ...물론 어제 낮까지는 비가 쏟아졌어. 헌데 밤에는 그쳤거든? 그런데 물을 퍼내는 동안 밖을 보니, 그 새벽까지 우리집 근처 경사로가 여전히 물줄기로 한 가득이더라. 주황색 은은한 가로등 사이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더라. 대체 왜!

 

그 이유는 3시 40분경에야 알아챌 수 있었어. ...배수구로부터 분수마냥 용솟음치던 물이 점차 잦아들더니, 소용돌이 사이펀 효과를 일으키며 쭉쭉 빠지더라고. 그제야 한숨 돌렸지. 그제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샤워기 앞에 섰어. 하숫물에 불은 발과 손을 씻어내려고 하는 찰나, 어라? 물이 안 나오네?

 

혼돈의 도가니였어. 3살 어린이가 된 거 마냥 엄마에게 도움을 구했어. 엄마 물 안 나와... 그때 어머니 왈, 집 뒤에 상수도 터졌다. 지금 물 다 잠갔다. 키야! ...그래, 상수도 누수가 범인이었어! 밤새 지반을 뚫고 흘러내린 수돗물이 천지를 뒤엎은 거였어!

 

어안이 벙벙하더라. 지금껏 물 때문에 고생했는데, 정작 이제는 물을 못 쓴다고? 내 살면서 처음으로 마주한 상수도 폭파가 이렇다고? ...심지어 터진 곳이 고작 작년에 관 교체 공사를 마친 곳이야. 짱짱해야 할 곳이 1년을 못 버티고 벌써 터진 거야. 이게 나라냐?

 

억울한 마음에 아침 11시 29분까지 상수도 파열에 대해 조사했어. 상수도가 터지는 이유, 첫 째, 오래돼서! 그런데 이번 건은 절대 노후와는 관련 없지. 교체공사 한지 한 살도 안 먹은 관이었으니까. 참고로 상수도는 수명이 대략 15년에서 20년이래.

 

두 번째, 기온 변화 때문에! 철로가 겨울철, 여름철 온도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것처럼, 상수도 또한 뜨겁고 차가운 것에 따라 접합부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대. 흐음... 기온 변화 역시 이번건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아. 지금 7월 중순 한여름에 일교차가 심하면 얼마나 심한다고.

 

세 번째, 공사 중 상수도관을 건드려서! 일례로 지난 달 광주에서는 지하철 공사 도중 상수도관을 건드리는 바람에 3300톤에 달하는 물이 지하로 흘러버렸대. 행정기관에서 “상수도 지도”를 기록하긴 하지만 현장까지 제대로 전파가 안 되나봐.

 

그건 그렇고, 공사 역시 이번 건과는 거리가 멀어. 우리집 근처에서 벌어진 공사라곤 작년에 상수도 교체 공사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잠깐, 공사가 아니라 “차량 충격”이라면 어떨까? 터진 상수도가 딱 도로변이거든. 매일같이 차가 지나다니는 터라, 그 충격으로 터졌을까? 가능성 있네.

 

네 번째, 혹시 작년 상수도 교체 공사가 “부실”이었다면? 순살자이처럼 공사비 빼먹었다면? (짝!) ..그게, 상수도 공사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가를 후려칠 수 있더라고. 어떤 재질의 관을 까느냐에 따라 공사비가 달라지더라니까. 이를테면 XL이니, 에이콘이니, 강관이니, 같은 상수도라 할지라도 관의 구성과 비용은 달랐어. 각 관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는 설명을 생략할게. 궁금하면 각자 알아서 찾아보시라. 나 문과야! (...)

 

단, 여러 관 중에도 단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재질이 있으니, 바로 스테인리스! 내부식성 강하지, 강도 높지, 외부 충격에 끄떡없지, 상수도 수돗물을 수용 할 만큼 인체에 무해하지, 맘 같아선 전 세계 모든 상수도관을 스테인리스로 깔았으면 싶어. 그런데 문제는 뭐다? 스테인리스 관은 비싸대... 제발 우리집 상수도관은 스댕이기를!

 

아무튼. 아침 7시가 돼서야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복구 작업에 들어갔어. 상수도가 터졌을 땐 120번으로 전화하시라. 투다다닥 공사 소리 끝에 오전 11시 30분! 마침내 수돗물이 시원하게 나왔어. 내가 시각까지 정확히 기억해. 그때서야 내 방광과 항문을 수세식 변기에서 시원하게 비워낼 수 있었으니까. 6시간 넘게 똥오줌을 참느라 내가 얼마나 사경을 헤맸는지 몰라. 그래서 잠도 못 자고 상수도 파열을 조사했던 거야. 밤낮이 바뀌어 버린 거야! 에라이! 물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상. 전국이 수재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집도 엉뚱한 물 피해를 겪었구나. 참... 여러분은 부디 모두 평온하길 바래. 진심으로!






부산 동구 상수도관 누수로 도로 침수…2291세대 단수 (newsis.com) (2023년 7월 19일)
파열된 서울 상수도관 2곳, 노후 탓 아니다···“기온 변화 대비해야” - 경향신문 (khan.co.kr)

3300 톤 샜다.. 도시철도 공사 중 상수도관 또 파손 (뉴스데스크 2023.6.2 광주MBC) - YouTube

수돗물 걱정? 우리에겐 스테인리스가 있다 – 포스코뉴스룸 (posco.com)

댓글 : 2 개
모두에게 정말 어려운 시기입니다.......
모두 수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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