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풍자쇼] 밀면집의 막말꾼

밀면집의 막말꾼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밀면 한 사발 어떻습니까! 올해 내가 자주 방문한 밀면집은 바로, 부산 중구 영주동에 위치한 “중구기사식당”이야. 양파로 만든 매콤한 양념장이 독특한 맛을 연출해. 츄라이츄라이.

최근에도 해당 밀면집에 들러서 면발과 살얼음을 쭉 들이켰어. 근데... 손님 중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큰 소리로 떠드는 분이 계시더군. ..비 오는 날 거길 왜 가냐, 멍청해서 죽은 거다, 탈출은 지능 순이다. ...그 말을 듣고 있노라니 젓가락질이 섬뜩 멈췄어...

물론 내가 그 자리에서 당차게 일어나 반박문을 발표하진 못 했어. 난 그렇게 용기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단지 여러 생각만 했어. ...죽음을 지능의 문제로 치환할 수 있는가? 그 누가 8분 만에 지하차도가 수몰될지 알았겠는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안전 시스템을 비판해야 하지 않나? 미호강 강둑이 무너진 원인부터 조사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참사의 책임자는 누구지?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고,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그렇고, 책임지고 사죄하는 사람을 못 본 것 같아. 그저 말단 공무원이 잘리고, 조사받고, 압수수색 당한다는 뉴스만 들었을 뿐이야.

글쎄다.. 난 멍청한가 봐.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헷갈려... 그나저나 오송 참사가 언제 벌어졌지? 채 1달이 지나지 않았지? 그런데 벌써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까마득한 일로 느껴져. ...희생자는 총 몇 명이었더라? ...찾아보니, 사망 14명, 부상 9명, 총 23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였어. 벌써 잊기엔 죄책감마저 드는 슬픔이구나.

아잇, 무슨 이야기 하려다 여기까지 왔담... 아무튼, 내가 털어 놓고 싶은 심정은 분노야! 밀면집에서 지능 타령하던 당신! 검은 티셔츠에, 회색 반바지에, 50대 중년의 피부를 가진 당신! 당신이야말로 지능이 낮습니다! 사이코패스도 식당 한 가운데서 참사를 두고 지능 타령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너님의 IQ는? 대학은? 하버드 나오셨나? (...)

죄송합니다. ...정작 그 자리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했으면서, 뒤늦게 여러분 앞에서나 씩씩 거리고, 딴에 도덕적인 인간처럼 행세하고, 내 자신을 변명하는 데에 급급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인간에게 고마운 점은 있어. 그 인간 덕에 내 무식함을 알았으니까.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니까. 까맣게 잊고 있던 지하차도 참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으니까.

거참, 밀면 이야기하다 이 무슨 걸쩍지근한 전개냐. 머리 박겠습니다. ..,다시 밀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중구기사식당! 식당이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주차하기 힘들어. 그러니 대중교통으로 오시라. 아니면 부산역에서 15분 땀 흘리며 걸어오면 밀면이 더 맛있어. (짝!) 진짭니다. 크흠.

양념소스가 매운 편이니 나처럼 맵찔이는 조심하시고, 사람 많은 점심에는 육수가 미지근할 수도 있으니 실망마시고. (..?) 그게, 사실 예전에 중구기사식당을 찾았을 때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어. 육수에 얼음이 없었거든. 내 밀면 지론! 살얼음 육수가 아니면 최상 밀면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얼음 동동 육수더라고. 혹시나 해서.

이상. 밀면 한 뚝배기 하실래예! 크흑!

중구기사식당 검색 - 네이버 지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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