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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작고 넓게 빛나는 조명을 찾아서2023.08.20 AM 12:24
작고 넓게 빛나는 조명을 찾아서
토요일은 카메라 장비 썰! 저번 주에 이어 “조명”에 대해 고민을 이어갈게.
난 지금 딜레마에 빠졌어. 혼자 충분히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우면서, 반면 50mm 렌즈로 여성 전신을 담을 만큼 떨어진 거리에서도 빛이 화사하게 흩뿌려질 만큼 광면적을 가진 조명을 찾고 있어. ..하! 앞뒤가 뒤틀린 소리잖아? 평소에는 작은데 섰을 때만 크고 굵고 거대한 걸 원하는 꼴이잖아? (...)
맘 같아선 듬직한 조명 삼각대에, 지름 85cm 소프트박스에, 소니 HVL-F60RM2 플래시를 무선 동조 시켜서 찍고 싶어. 그러나 현실성이 없지. 내가 그 크고 무거운 조명 장치들을 무슨 수로 들고 다닐 것이며, 사람 많은 행사장 가운데 무슨 낯짝으로 펼쳐 놓을 것인가! 결정적으로 플래시 지를 돈 없어!
아무튼. 조명 삼각대가 필요한 안은 포기했어. 함께 무선동조 또한 배제했지.. 남은 건, 플래시를 카메라 핫슈에 결착한 상태에서 승부 보는 법. (...) 아잇, 나라고 이렇게 쓰고 싶겠니!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플래시를 쌩으로 쓰자는 건 아냐. 광면적을 넓히면서, 조명 높이 역시 고각을 그리는 방안을 아등바등 찾아봤걸랑.
그야 천장이나 벽 반사를 이용하는 법이 가장 간편하고 효과가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문제는 뭐다? 내가 플래시를 사용할 장소가 하필 “벡스코”다. ..벡스코 천장은 높아도 너무 높아서 천장 바운스를 쓸 수가 없어.
그러니 자체 반사법을 찾아야 할 터인데, 막 생각난 제품이 바로, 오로라 조명에서 제작한 “스피드 바운스”!
지름 40cm. 소형 소프트박스에 맞먹는 광면적을 확보할 수 있어. 괜찮지? (...) 헌데, 그게, 난 스피드 바운스에 만족이 안 되더라고. 난 그저 코스어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파스텔이 부서지듯 풍부하고 부드러운 빛을 바라는데 말야. ..에휴, 취미장비가 주제에 대체 얼마나 큰 광원을 써야 만족을 할까? 이 허세만 가득한 놈!
더 큰 문제는 조명의 높이! 너무 낮아. ...가로 촬영일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세로 촬영에서는 광원이 아래로 깔리겠더군. (..?) 가령, “토니”가 플래시로 촬영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
카메라를 세로로 드는 순간 플래시 역시 옆으로 누워버리니까. 이래서야 직광에 가까운 빛이 들어가지 않을까? (....) 아참, 참고로 토니가 쓰고 있는 제품은 ROGUE사의 FLASH BENDER야. 국내는 판매처가 없더라고.
여하튼. 스피드 바운스니, 미니 소프트박스니, 매그모드니, 플래시 벤더니, 이러한 장비로는 내 이상을 채울 수 없었어. 그러던 와중에 광명의 가르침이 내려왔으니, 파블로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반사판”!
아하! 반사판을 이용하면 더 넓은 광면적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명의 위치도 높일 수 있겠구나! ...는, 그런데 한 손은 반사판을, 다른 한손은 카메라를 들고 내가 촬영에 집중할 수 있으려나? 손 덜덜 떨면 어쩌지? 걱정인데, 끄응...
딴에 반사판을 모노포드에 거치하는 방식을 생각해 봤거든? 가벼운 반사판 정도야 괜찮을 거라 넘겨짚을 즈음, 쓰읍,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 언제 모노포드가 넘어져서, 모델에게 쓰러질지 모르니까. 아무리 바람 없는 실내에서 쓴다 한들, 그래도 만에 하나가 모르니까.
정 모노포드를 반사판 받침대로 쓰려면 더욱 안전장치를 달아야겠어. 이를테면 카운터웨이트.
근데 4.3KG에 달하는 카운터웨이트를 다는 순간, 이건 더 이상 모노포드가 아니잖아? 쇳덩어리잖아? (...) ...아니면, 모노포드 하단 지지대에 배낭을 올려놓는 건 어떨까? 호오, 배낭으로 무게중심을 잡는 건 가능성 있네. 좀 더 연구해 봐야겠어.
이상, 플래시를 카메라에 직결한 상태에서도 부드러운 빛을 내기 위한 고군분투였어. 참, 고군분투만 했네. 답을 못 찾았네... 처음부터 어림없는 도전이었을까? 휴대성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얻으려 하다니...
단! 아직 내가 희망을 걸고 있는 방법이 있어. 바로 벽 튕기기! 제 아무리 벡스코 천장이 높다 한들, 벽은 늘 옆에 존재하니까. 근데 벡스코 벽면 색깔이 뭐였더라? 바운스를 썼을 때 잡색이 끼지 않을까, 근심이 남아. ...한편 기껏 플래시를 갖춘다 한들 주변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제약이 날 웃프게 해.
...그렇구나. 빛을 자유롭게 다루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구나. 허리와 무릎을 혹사시키고, 어깨가 결릴 만큼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구나. 이건 진정한 자유인가? 차라리 하늘 높은 태양과 구름을 벗 삼아 촬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갑자기 개똥철학이었고요.
에잇! 자연광이니 인공광이니 따지는 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둘 다 빛인걸! ...그, 나도 언젠가 찬란한 빛을 포착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쭉쭉 떨어져... 이런 날에는 아름다운 사진으로 분위기를 전환합시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사진 중 하나.
Tom Halliday 작가님 사진. ..똑같은 구도, 똑같은 분위기로 베껴 찍고 싶을 정도야... 엇? 잠깐만. 이 사진이 소위 조명 빵빵한 사진은 아니잖아? 환한 빛이 얼굴을 드리우는 것도 아니고, 자칫 눈동자마저 그림자가 덮어버릴 정도니까. ...그런데도 난 이 사진이 사랑스러워. 왜죠? (...) 크흠. 수수께끼가 하나 더 늘었네.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 곡은 조용필의 바운스! 다 바운스 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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