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나의 통풍 일대기2024.01.12 AM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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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풍 일대기

 


오늘따라 오른쪽 엄지발가라 모서리가 묵직 뜨끈해. 점심 때 감귤쥬스를 마셔서 그런가 봐. ...내 여러분에게 말했었나? 이 몸, 만성 통풍 환자다! 창창한 20대부터 벌써 지병을 달고 살았다! 박수! (...) 오늘은 나의 통풍 연대기를 읊어보실까!

 

6년 전으로 기억해. 부산에 놀러온 친구를 안내한답시고 8월의 폭염 속에서 곳곳을 걸어 다녔어. 수분 보충을 소홀히 한 채 14시간 가까이 걸었을 거야. 그리고 그날 밤 내 생에 처음으로 통풍발작을 경험했지.

 

오른발 엄지발가락 마디가 찢어지듯 아팠어. 그래서 난 당연 엄지발가락 부위가 골절된 줄 알았다? 실제로 고통의 밤을 지새우고, 해가 뜨자마자 ‘정형외과’를 방문했고,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무지외반증’ 판정을 내리셨어.

 

무지외반증? 이거다!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휘어서 생기는 고통! 주로 앞볼이 좁은 신발을 신는 사람에게 발병한대. 헌데 난 평소 앞볼 펑퍼짐한 운동화를 신거든? 더구나 난 방구석인이잖아? 신발 자체를 잘 신지 않는다고. 이런 내가 무지외반증이라니 기가 찼어. 너무 무리하게 걸었나 싶었어. 무지외반증 방지 실리콘 보정기까지 샀다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야. 방안에서 뒹굴뒹굴 거린 게 전부인 날에도 엄지발가락 마디가 쑤시는 거야. 더구나 통증 주기가 들쭉날쭉 이야. 낮에는 멀쩡했다, 밤 되니 아팠다, 이게 대체 뭐람! 도무지 무지외반증은 아닌 것 같은데!

 

이후 스스로 의사가 돼 보기로 했어. ..오른쪽 발가락이 욱씬거린다. 걷지 않아도 통증이 찾아온다. 통증주기가 불규칙적이다. 이 증상은 왜 나타나는가? 무슨 병인가?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정보를 해독한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 통풍!

 

그럼 내가 내린 진단이 정확한지 실험대에 서야지. 이번에는 정형외과가 아닌,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했어. 통풍은 류마티스 내과가 전문이걸랑. 어쨌든, 오른발 X레이를 다시 찍고, 피를 뽑고, 소변 통을 제출하고,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시간을 대기하고, 검사비는 검사비대로 깨지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론, ...당신은, 통풍이, 맞습니다! 요산수치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높게 나왔어!

 

결과를 듣고 나서 의외로 마음이 평안했어. 병의 진짜 근원을 알아냈으니까. 한편, 오진을 내린 정형외과 쌤! 실력 더 기르셔야겠네요! 내 성질머리 같아서는 병원 게시판에 민원이라도 넣고 싶었으나 참았어. 정형외과 쌤도 나쁜 의도를 갖고 오진을 내린 건 아니니까.

 

아무튼. 난 그 날 이후로 삶이 아주 조금 번거로워졌어. 너무 무리한 운동을 삼가고, 수분 섭취 틈틈이 챙기고, 탄산은 제로를 고집하고. 특히 과일음료는 절대 삼가! 과당 가득한 쥬스를 벌컥 마신 밤이면 어김없이 발가락이 아프더라고. 오늘처럼 말야. ..그리고 통풍에 가장 독이라는 술! 맥주! 다행히 난 술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딱히 문제 될 게 없었어.

 

통풍약 또한 꾸준히 먹고 있어. 하루 반 알, 원래는 1알을 먹어야 하지만, 내가 B형간염보균자다 보니 약을 조심히 써야 했어. 의사쌤이 내 간을 생각해서 용량을 낮춰주셨지. ...그럼에도 약 때문에 간이 상할까 걱정 돼. 왜냐하면, 내가 먹고 있는 통풍약 페북소스타트. 임상시험에서 하필 간기능 이상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



쓰읍. 씁쓸한데... 그나저나 난 하루 반 알을 먹으니까, 20mg을 섭취하거든? 1일 20mg 섭취자에 대한 부작용 통계는 찾을 수 없었어.

 

이렇게 된 거, 내가 임상시험의 표본으로서 감히 약의 부작용을 밝힐까? 페북소스타트를 하루 20mg씩 5년 이상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이상증상! ...그건 바로, 강직도! 강직도가 하락했다! (짝!) ...농담 아냐. 약 때문에 강직도가 떨어진 것 같아서 도중에 끊어버릴까 생각까지 했다고. (...) 물론 통풍약이 원인이 아닐 수 있지. 솔직히 내가 나이 들어서 단단함이 무뎌졌을 가능성이 높지. 그래도 뭐랄까... 끄응...

 

모쏠인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웃프네. ...아니! 그래도 난 화강암같은 해면체를 원한다!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기적같이 내 사랑을 만났을 때, 내 웅장하고 딱딱한 막대기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 ...알았어. 망상 그만 늘어놓을게.

 

아참, 여성은 통풍에 거의 걸리지 않는대. 여성호르몬이 혈중 요산 농도를 절로 낮추거든. ...잠깐, 그럼 우리 차라리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건 어떨까? 통풍 막아, 대머리도 막아, 앙? 이번 생에 여성과 사귀기는 어려운 우리! 이럴 거 TS로 전향합시다! (짝!) ...는, 여성호르몬 주사 한 방 맞는데 20만원이 넘구나. 너무 비싸구나...

 

뭔 얘기하다 성별역전세계를 논하고 있지... 여하튼 통풍 환자들 파이팅! 트렌스젠더 준비하시는 분도 파이팅! 우리 부자 됩시다!

 

 



통풍은 어떤 질환인가요? [건강플러스]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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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환자, 연평균 4.0% 증가…남성 비율 압도적 < 건보공단·심평원 < 정책 - 메디칼업저버 (monews.co.kr)
무지외반증 | 질환백과 | 의료정보 | 건강정보 | 서울아산병원 (amc.seoul.kr)

댓글 : 4 개
어우 리얼한 후기 잘봤습니다
보는 제가 다아프네요 잘 치료받으시길..
통풍이 여성은 잘안걸린다는거 첨알았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알았습니다! 호르몬이란 대단하군요.
TS?!! 좋군요 ^^; 저도 요산수치가 정상보다 높은수준이라 의사가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요즘 잘은 안마시지만 술마실때 맥주보다는 다른류의 술을 마시고있습니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통풍은 달갑지 않은 질병이 되겠군요! 참, 통풍, 난감한 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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