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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선물의 고민학2024.04.14 PM 11:00
선물의 고민학
평안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나는 오늘 문득 ‘선물’에 대해 생각해 봤어. ..,난 예전에 선물을 ‘차갑게’ 따졌지. 잘못 선택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짐만 되는 선물, 고맙기는 한데 어색한 정적만 흐르는 선물, 이럴 바에 현금 다발이나 상품권을 건네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실제로 난 포장지에 쌓여있는 선물보다야, 하루 먹고 위장 속으로 사라질 케이크보다야, 차라리 현금을 원했어. 여러분도 동의? (...) ..근데 지금은 생각을 고쳐먹었어. 선물에는 현금 이상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내가 이걸 친구 결혼 선물을 고르면서 체감했어. 무슨 선물을 하면 뜻깊을지, 친구가 좋아할지, 정말 고민되더라고. ..비용 또한 따져야지. 내 맘 같아선 소중한 친구에게 억만금의 선물을 하고 싶다만, 현실은 5만원만 넘어가도 벌벌 떨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선물을 골랐을까요? (...) ...볼펜을 골랐어. 고급 볼펜! 황동으로 마무리 된 볼펜! 독일제 메이커로! 적립금과 쿠폰을 동원해서 최대한 내 형편에 맞춰 질렀어. ...보통은 만년필을 선물하다만, 아니, 난 알아. 친구 녀석은 만년필을 쓰지 않아. 서랍에 처박아두기만 할 거야. 그럴 바에 그나마 실용적인 볼펜이 낫지. ...나 잘 했나? 제발 잘 했다고 말해줘.
아무튼. 선물. 이제는 알아. 선물에 담긴 고뇌와 설렘을... 그런데 나는 과거에 선물을 너무 하찮게 봤어. 내게 필요 없는 것이라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싫은 티를 팍팍 내기까지 했어. 선물을 고민 고민하며 골랐을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야. 반성합니다...
지금부터는 그 어떤 선물이라도 진정 고마움을 담아 받겠습니다! ...근데 이제는 내게 선물을 줄 사람이 없네? 내게 고민이 담긴 선물을 줄 상대가 남아 있을까? 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나 자신 빼고는 말야. 푸아하...
물론 우주의 기운이 도우사, 내가 만약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당선 됐다 쳐. 그럼 선물을 받을 수 있겠지. 전국 남녀노소로부터 각종 향응을 대접받겠지. 몇몇은 공직자윤리법과 청탁금지법에서 정해 놓은 기준을 한없이 뛰어넘는 선물도 내게 줄 거야. ...그래서 난 그 선물을 받고 기쁠까? ...그닥 기쁠 것 같지 않아. 진심이야!
으레 권력을 위해 주고받는 선물에 그 무슨 고민이 담겨 있겠어. 아닌가? 출세와 욕망의 고민이 담겨 있긴 한가? ...이런 점에서 오히려 선물은 돈과 멀어질수록 그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아. ..아닌가? 행복은 금액 순인가! 대뇌과부하! (..,) 워워! 오해 마시라! 내가 ‘탐욕’의 선물이 나쁘다는 거지, 사회생활을 위한 선물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십시오.
여하튼. 선물... 나는 액수보다 사랑을 택하겠소! 내게 비싼 카메라 장비를 줄 바에 사랑을 주시오! 나의 마음은 기성품으로 채울 수 없나니, 오직 그대의 애틋한 마음으로만 넘실대리라! ...는, 잠깐만. 방금 내뱉었던 말 취소. 생각해 보니, 내게 카메라며 렌즈를 사줄 분이라면 분명 나를 엄청나게 애정하시는 거야. 아무렴. ...왜 결론이 이딴 식으로 났지. 크흠.
어쨌든! 배려가 담긴 선물을 받고 싶은 밤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DICK IN A BOX 듣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뜨거운 육봉을 선물하세요. 진짜 선물을요! (짝!) ...이상, 다음 한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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