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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식당 사장님께 죄송하지 않을 맛 평가2024.05.20 PM 10:16
식당 사장님께 죄송하지 않을 맛 평가
뉴스 하나 보며 시작하겠습니다.
개그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을 관광하며 후기를 남겼는데, 그 내용이 시청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나 봐. ..영양은 특색이 없다, 여기는 롯데리아조차 없다, 여기 중국 아니에요? 강물이 똥물 같다, 할머니 살을 뜯어먹는 듯 한 맛이다.
글쎄다. 여러분은 이번 피식대학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난 상반된 감정을 느꼈어. 만약 누가 내 고장 부산을 저 따위로 비판했다? ..기분이 상할까나? 피식대학이 선 넘은 행위를 했을까나.. ..,.한편으로 피식대학 측이 이해되기도 했어. 아잇, 누구나 자신의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지. 세상은 건전한 비판 속에 발전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짝!)
다만, 아무리 옳은 말이더라도 상대방 기분을 헤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까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상대방을 위해서 까야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지. ...유쾌함을 펼쳐야 할 코미디언이 도리어 주변에 불쾌감을 전파했다는 점이 아쉽네.
아무튼. 이번 사태를 통해 나 스스로가 제일 부끄러웠어. 내가 풍자라는 빌미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지역 비하도 서슴지 않았어. 내 고장 부산에 대해 앞장서서 비판했지. 고층 숙박시설에 올라야만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일자리 없는 도시! 인구는 갈수록 주는데 아파트만 계속 짓는 도시! ...는 잠깐만. 적어도 부산토박이인 나는 부산을 깔 자격이 있지 않나? (짝!)
한편, 내가 맛집 탐방이라며 가혹하게 식당을 평가했던 적이 있어. 그때 일이 떠올라 가슴이 뜨끔거렸어. 난 무슨 자격으로 남의 장사를 방해했는가? ...아닌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식당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가? 그것이 자유인가? ...어렵네.
해당 질문에 스스로 명쾌한 답을 내리기 전까지는 감히 식당 혹평은 절대 내리지 않으려고. 대신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은 식당만 소개하려고. 그래서 준비했어. 자칭 초딩 입맛, 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이 몸께서 추천하는 부산 중구 동구 맛집!
첫 번째 식당. 부산 중구 동영로 83. 중구기사식당!
기사식당이라고 해서 백반집을 연상하면 오산. 여기 밀면집이야! ...사실 난 중구기사식당에 혹평을 남긴 적이 있어. 이 식당 특유의 양파 양념이 너무 맵네, 면이 과도하게 익었네, 물밀면의 경우 차가움이 덜하네, 등등의 이유로 턱걸이 점수를 내렸지.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혹평을 내렸으면 두 번 다시 안 가야 타당하잖아? 그런데 나 저번 주에도 중구기사식당에 들려 물밀면을 먹었다? 비빔밀면도 먹었다? 어느덧 여름철이 되면 생각나는 맛이야. 내 다른 밀면집에는 이런 중독성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이상해, 내가 생각하는 최상 밀면, 면은 딱딱하나 씹으면 부드럽게 부서지고, 국물은 살얼음으로 덮여 냉기를 뿜어내며, 육수는 비린내 하나 없는 깔끔한 맛이 나는 밀면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데, 그런데도 왜 나는 중구기사식당 밀면을 다시 찾는 걸까? 내가 너무 맵다고 비판했던 고유의 양념장이 비밀인가! 여러분도 중구기사식당만의 매콤한 맛을 찍먹해 보시련 지요. (참고, 전 신라면도 맵다고 안 먹습니다)
두 번째, 중구 광복로 38번길 21-1. 국제시장 한복판에 있는 신창토스트!
달달한 콩국에 토스트, 아주 좋죠. 내가 어릴 때도 여기 사장님이 토스트를 구우셨으니까, 역사는 더 이상 말 하지 않아도 되겠지? 처음에는 길거리 가판대에서 출발하셨는데, 지금은 점포까지 마련하셨어. 이것만 봐도 맛은 보장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특별한 토스트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거야. 절대 인스타용은 아냐. 그 뭐냐, 부산 송정 해수욕장에 문토스트? 그런 MZ~한 풍은 아니지. 그렇기에 나는 신창토스트가 좋다! 근본의 시장 토스트! ...근데 요즘 고물가에 가격이 꽤 올랐던데요! 사장님! (짝!)
세 번째, 부산 동구 중앙대로 226번길 7-2. 달과 6펜스 경양식 돈까스 집!
부산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어. 눅진한 경양식 돈까스를 맛볼 수 있지. 내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바삭 돈까스보다, 오래된 경양식 돈까스를 더 좋아해. 스프 나오고, 깍두기 나오고, 진득한 케첩마요네즈에 양상추 나오고, 맛있습니다. 단, 사람에 따라서 너무 ‘무겁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어. 전체적으로 상큼한 반찬이 부족하거든.
참고로 달과 6펜스 맞은편에 ‘스완 양분식’이라고 경양식 돈까스집이 또 있어. 내 감상으로는 달과 6펜스가 전통에 더 가깝다면, 스완 양분식은 살짝 더 가볍고 세련된 느낌이야. 참고로 두 곳 사장님이 아름아름 아는 사이인 것 같더라고. 전에 달과 6펜스에서 밥 먹고 있을 때 사장님 두 분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거든.
이상. 내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더라도 해당 식당 사장님께 죄송하지 않을 장소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어. 조금이나마 부산 여행 왔을 때 도움이 되면 좋겠네. ...허나 알지! 내 입맛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거! 먹어보니 자기랑 안 맞다고 울고불고 짜도 소용없습니다. ...대신 이들 식당은 그래도 시간을 버텨온 곳이니까, 오래된 척 하는 식당이 아닌, 진짜 내력을 쌓아온 식당이니까, 패착은 안 하리라 믿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피식대학, ‘똥물이네’ ‘할머니맛’ 영양군 콘텐츠 사과…“코미디언 사회적 역할 되짚겠다” < 노지민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 chimbang
- 2024/05/20 PM 10:34
- 풍신의길
- 2024/05/20 PM 10:41
- GBT군
- 2024/05/20 PM 10:53
이 두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군요.
- 풍신의길
- 2024/05/20 PM 11:43
조롱 또한 대상에 따라서는 (권력자?!) 시원한 일갈이 될 수도 있어서, 참 어렵네요. 솔직함과 정중함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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