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데스 스트랜딩을 끝내고 나서2024.10.20 PM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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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을 끝내고 나서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난 오늘 ‘데스 스트랜딩’ 끝을 봤어. 소감을 풀자면, (누설 없음, 개인적 평!)

 

우선 서사가 심오한 듯 공상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야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기괴한 현상 이래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 설정부터가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내가 아쉬웠던 부분은 세세한 부분이야.

 

가령 왜 ‘인간’이 배달 업무를 맡아야 하는가? 데스 스트랜딩 세계관에서는 세계 곳곳에 그림자 유령이 돌아다니고, 그 그림자 유령에게 산 사람이 잡아먹히면 핵에 준하는 폭발이 일어나. 그런데도 주인공은 홀로 택배를 배달하며 세상을 연결해. 그 택배를 받은 사람들은 기뻐해. ...이게 현실성 있나? 내가 데스 스트랜딩 세계관의 사람이었으면 인간 택배원을 볼 때마다 공포에 떨었을 거야. 살아있는 핵폭탄.

 

그야 택배를 배달할 수 있는 수단이 인간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 그런데 데스 스트랜딩 속 인류는 로봇으로 택배를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을 갖추었거든. 전기차, 로봇, 인터넷 망, 화물 자동 분류 택배 시설, 지하 도시까지.

 

 

아무튼 나는 게임의 근원적 설정부터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운 이야기야. 각 인물 간의 갈등, 말 못할 사정, 그리고 ‘코지마 히데오’ 감독 식 반전까지. 다만 나는 데스 스트랜딩 등장인물에 애착이 가지 않아. 왤까? ...그들은 인간이라기에 너무나 완벽해. 절망적 상황에서도 신념을 놓지 않아. 그 굳건한 모습에 난 오히려 이질감을 느꼈어.

 

주인공만 해도 그래. 마치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자긴 관심 없다며, 그저 택배를 나른다지만, 아니! 그러면 ‘주인공’이 되겠니? 말만 세상을 등졌을 뿐, 실은 세상을 연결하는데 목숨을 걸었어. ..그렇기에 주인공에게 믿음이 가. 주인공은 항상 옳은 일을 할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을 구할 거야. ..그런데 이 믿음이 ‘흥미’ 측면에서는 감점 요소로 작용해. 인물이 뻔해지니까.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도 고뇌가 반감되니까.

 

인물이 영화적이어서, 전형적이어서, 완벽해서 애정이 가지 않는다. 이 점은 내가 메탈기어솔리드 때부터 코지마 감독에게 가졌던 불만이야. ‘스네이크’? 인간이 아냐. 스네이크의 신체적 강함뿐만 아니라, 그의 선택 하나하나가 너무나 진중해. 멋있어. 그래서 도리어 정이 안 가. 사람 같지 않아서, AI 같아서.

 

다시 데스 스트랜딩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애정캐 하나를 꼽자면, 프래자일(Fragile)!



 

 

프랑스 출신 배우 ‘레아 세두’를 본떠서 만든 캐릭터래. 프래자일 역시 사연이 있고, 집념을 갖추었어. 단 다른 캐릭터와 차별되는 점은 그 집념의 이유가 인간적이라는 것. 어떤 이유인지는 직접 게임을 해 보시라!

 

 

서사는 여기까지, 게임으로서 재미를 평하자면, 난 정말 재밌게 했어! 난 데스 스트랜딩이 건설게임이라 생각해. 국도를 건설하고, 집라인을 건설하고, 최적의 연결망을 찾는 재미가 있거든. ..단 국도와 집라인이 전부란 게 문제야. 여타 구조물은 효율이 떨어져서 안 쓰게 돼.

 

전투는 쉬운 편이야.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난이도를 어려움 이상으로 할 것을 추천했어. 하지만 난 ‘가장 쉬움’을 추천하는 바야. 난이도가 낮을수록 건물 부식 속도가 느리거든. 데스 스트랜딩 구조물은 시간에 따라 부식되고, 내구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일일이 해당 구조물까지 가서 수리를 해야 해. 귀찮기도 하거니와 기분 나쁘잖아. ‘낡아짐’은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만 해도 충분한 것을...

 

하지만 ‘부식’을 게임에 접목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의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냐. 부식 되고, 쓰러지고, 늙어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고치고 고쳐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류를 그린 게임이니까.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부식이란 개념을 도입했나 봐.

 

전투 관련, 게임 중반 무렵부터는 그림자 유령과 싸워야 할 때가 와. 난 오히려 이때부터 긴장미를 잃어버렸어. 그럴 게, 최고의 공포는 ‘미지’에서 온다잖아. 유령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심장이 두근거렸어. 그러나 그 흉측한 모습이 목격하고 나서는 경외가 사라져버렸지. 유령들조차 이제 잡아 족쳐서 자원으로 만들 대상으로 보였어.

 

 

이상 데스 스트랜딩. 나는 추천해! 참고로 나는 일반판으로 했고, GTX 1070으로 돌렸음에도 잘 돌아갈 만큼 최적화가 훌륭했어. 그래픽 좋고, 배경음 정말 좋고. 엔딩까지 난 63시간 걸렸어. 스토리 진행만 한다면 50시간 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100% 즐기자면 100시간 이상 걸릴 것 같아.

 

끝으로 데스 스트랜딩2 예고편을 보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주의 : 2편 예고 영상에서 살짝 1편 내용을 누설합니다!

댓글 : 2 개
코지마가 일단 주인공은 세계관 최강이다 라는 설정을 깔고 가기는 하죠 ㅋ
전설의 용병 솔리드 스네이크, 전설의 포터 샘 포터 브릿지스
말씀대로 코지마 감독의 세계관에서 주잉공은 출발부터 전설인 경우가 많군요! 그래서 성장의 묘미가 조금 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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