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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 심리학] 올바른 육아란 무엇일까? '본질육아'를 읽고..2023.07.19 PM 05:06
출처 : 『터보832』 님 블로그
1. 소아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인 지나영 교수가 쓴 책 [본질육아]를 읽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이 책을 읽고 있길래 내용이 괜찮냐 물으니 한 번 읽어보라 권하더군요. 내용을 읽어보니 사유를 조금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컨텐츠라 생각해 지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했습니다. 일독을 하고 나서 함께 육아 교육에 대한 유튜브 컨텐츠를 찍자고 제안했더니 모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같이 영상을 찍은 지인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면, (아직 촬영을 안했지만..곧 촬영해 토론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자 합니다.)
남중구 변호사 = 울산에서 출생해 대학 때 서울로 올라와 현재 자신이 창업한 법무법인 대표로 있습니다. 평소 친한 형이자 육아와 가정에 대한 태도가 저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 패널로 참가 요청을 드렸습니다.
이한얼 원장 = 울산에서 출생해 대학 때 역시 서울로 올라와 현재 강남 신사동에 성형외과를 개원했습니다. 한얼이형은 워낙 오래 알던 사이고 저의 절친의 친형이라 10년을 넘게 알고 지냈습니다. 형 역시 육아에 있어 저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 패널 참가 요청을 드렸습니다.
원더엑스 님 = 서울에서 출생해 대학 졸업 후 미국 MBA 졸업 후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와 여러 컨텐츠들을 함께 했는데 위의 두 분과 육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를 수 있어서 패널 참가를 요청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남중구 변호사와 원더엑스 님은 서울대학교를, 이한얼 원장은 의대를 졸업해 모두 학창 시절 공부는 '한가닥'했던 사람들이라 어떻게 자녀 교육을 바라볼지 궁금해졌습니다.
2. 계속 하락하던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2022년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0.8명도 깨진 0.75명. 이 수치는 OECD 국가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입니다. (홍콩 제외) 전 세계 10위 수출국이자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웬만한 EU국가들 보다 높습니다.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경제사와 스스로의 힘으로 형식적/어느 정도 실질적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한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최근 K 컨텐츠의 힘으로 한국의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높아졌음을 해외에 나가면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 속합니다.
그러나 OECD국 중 자살율은 10년 째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산률 0.8명 시대에 10만 명 당 25.7명 (2020년 통계)이 자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민 행복도 조사를 해보면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OECD국 중 하위권에 속한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아니, 객관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그 어떤 나라보다 부지런하고 똑똑한 국민들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왜 삶의 행복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출산율은 국가 소멸이 우려될 정도로 낮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로 1). 젊은층들의 주거 안정성 하락 2).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그리고 3). 높은 사교육비를 꼽습니다.
3. 한국 사회에서 높은 자존감을 갖고 사는게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경쟁 문화와 '초연결 사회의 그늘' 때문입니다. 남보다 더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진학해야 출세한다는 신념이 학벌주의와 높은 대학 진학율을 만들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통신 인프라는 그 어떤 사회보다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긴밀하게 연결된 온라인 그물망은 남들과 다른 혹은 남만큼 하고자 하는 비교-경쟁 심리를 심화시킵니다. 외모, 학력, 재력, 차, 사는 아파트 브랜드 등 끊임없이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자아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4. '몰입의 환상'
한편 육아 하는 여성들은 소수의 전문직 등을 제외하고 대체로 경력 단절을 경헙합니다. 웬만한 연봉을 받지 않는 이상 산후도우미/육아도우미(씨터) 등을 쓰는 것이 버겁기만 합니다. 남편들 입장에서도 씨터 비용+씨터가 바뀌면서 드는 탐색, 채용, 감시 비용 등을 생각하면 고연봉(최소 세전 연봉 7000 이상)의 여성이 아닌 경우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해주기를 바랍니다. 아주 일부 여성들을(남성도 마찬가지지만) 제외하고 계속 일을 함으로써 기대되는 소득이 크지 않다면 어차피 '벌어온 돈이 씨터 비용+감시비용'으로 모두 나가기 때문입니다.
씨터가 키우는 것 보다 엄마가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이의 발달과 정서, 교육에 더 좋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보통 육아를 위해 경력이 단절되면 고학력 여성일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경력이 단절되고 자신의 모든 일이 육아에 집중되면 커리어를 차곡 차곡 쌓아가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지기도 하고 본인은 사회에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초연결 사회에서 늘 사람은 자신보다 '나아보이는 사람', 자신이 갖지 못한 걸 가진 사람들의 삶에 (보기 싫어도)계속 노출됩니다. 이것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자존감이 낮아진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마음의 코어(core)가 단단하고 내적 자존감이 높아 '초연결'속에서 자아와 타인을 분리하고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하는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낮아진 자존감을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육아만 하는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집착하고 아이의 학업적 성취와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는 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들은 더욱 아이에게 몰입하게 되고 아이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자신의 낮아진 자존감을 높여줄 것이라는 '몰입의 환상'을 가집니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의 성적으로 엄마들의 권력관계가 재편되고 학급에서 가장 부러워 하는 엄마는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엄마로 바뀌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올인'하거나 '사치품'에 '올인'하거나 둘 중 하나로 자신의 삶의 키를 바꾸어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지인인 40대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의사고 아내는 전업주부입니다.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올인한 전형적인 '대치동 엄마'입니다. 남편분은 어떤 날 제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내가 결혼하고 무기력증 같은 게 있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자 몰입의 대상이 생겨 참 좋아하네요. 인생을 살면서 지금처럼 깊게 몰입해 본 적이 없다고, 살면서 처음으로 무언가에 열정을 가진 것 같다고 좋아해요."
5. 육아의 핵심은 자립
책은 자녀 교육의 핵심은 '자립'이라고 설명합니다. '자립'이 필요없다면 부모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시키면 됩니다. 반려견처럼 평생 함께 살아간다면 자립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 청년이 되고 독립된 가정을 꾸리고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대학에 가면 혹은 특정 직업을 얻으면 알아서 자립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의 방향이 특정 대학이나 직업에만 맞춰진 아이가 망망대해에서 자기 인생의 배를 슬기롭게 조종하며 자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업 성취도가 상당히 높은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립하는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6. '네 자신을 알라'
부모가 스스로 생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한 채 시류에 떠밀려 살아가는데 아이가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건 모순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많은 부분을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흔히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사고력을 키우길 바라지만 대한민국 부모들 중 독서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부모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길 바랍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여러 핑계 또는 무관심으로 스스로 책을 읽고 사고력을 확장하는 모범을 보이기보다 사교육에 아이를 전적으로 맡기는 방향을 택합니다. 평생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살아온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한다고 해서 책에 취미를 붙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책은 습관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습관이 안 돼 있으면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 취미를 붙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스스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삶에서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아이가 나를 보며 나처럼 되고 싶어할까? 내 아이가 어떤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라는가' 에 대한 진지한 자아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나영 교수는 이야기합니다.
7.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에게 어떻게 심리적 안정과 자립 그리고 행복에 대해 가르칠 수 있을까'
워킹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과 육아의 병행입니다.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육아만 하는 건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교육과 지식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특수한 경우(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엄마가 하는 일이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일 혹은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직장)가 아니면 녹록치 않습니다. 많은 엄마들은 육아를 위해 경단녀가 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여기서 많은 경단녀들은 육아를 위해 자신이 포기해야만 했던 길에 대한 아쉬움, 억울함, 보상심리, 박탈감과 싸워야 합니다. 이것은 부부 사이에 금을 내기도 하고 자신의 박탈감을 아이의 성취도와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아이의 학업 성취도, 아이가 입고 있는 옷, 학부모 회의, 국제학교/영재학교 등 듣기만 해도 질릴 것 같은 일들이 아이가 자라나는 내내 펼쳐집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
8. '라떼는 말이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기 시대의 성공법칙이나 가치를 아이에게 그대로 주입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들을 많이 봅니다. 특히 사회적 성취가 높고 성공한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자신의 길을 그대로 따라오길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기술이나 자격증 그리고 학벌 하나만으로 인생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거나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197~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는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그리고 지금 펼쳐지고 있는 인공지능+딥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까지 모두 겪고 있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이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혁명도 그렇죠.
기술 혁신이 느린 시대에는 하나의 기술이 사람의 생애 주기 보다 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연장자의 지혜가 중요했습니다. 농업 사회를 생각해 보면 가장 연장자의 경험과 지식은 생존과 직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이 빠른 시대에는 하나의 기술이 사람의 생애 주기 보다 훨씬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스마트폰이 나온 건 불과 (약) 2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부모들이 '라떼는 말이지~' 하며 자기 시대의 성공 법칙/안정적으로 사는 법칙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정작 아이들에게 키워주어야 할 능력은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결법을 찾아가는 사고의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미취학 아동들이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시기는 앞으로 25~30년 후입니다. 30년 후면 2053년, 한국의 인구구조만 보아도 2050년 이후의 한국은 전혀 다른 세상일 것입니다. AI와 같은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촉발하는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빠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 때도 지금 좋다고 여겨지는 직업이나 자격증이 좋은 위치로 남아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좋다고 여겨지는 특정 전문직(예컨대 의사)'을 위해 미취학 아동때부터 어느 학군에 편입되어 어떤 테크트리를 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의 교육 방식에서 과연 자립+경쟁력 있는 아이들이 길러질지 회의적입니다.
9.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
책에 나오는 다중지능 이야기는 하워드 가드너라고 하는 하버드대 교수가 이야기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지능의 영역이 있습니다. 언어, 논리, 수학, 신체, 음악, 대인관계, 자연주의 등. 이 중 우리 사회와 교육 시스템은 측정이 객관적으로 쉬운 언어, 논리, 수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지나영 교수는 언어, 논리, 수학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두고 아이를 평가하는 건 많은 아이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사회 현상이라 비판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언어, 논리, 수학을 위주로 평가하는 이유는 이런 능력을 사회에서는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논리적/추상적 사고를 더 깊게 잘하는 사람이 여러 방면에서 성취도가 높을 확률이 큽니다.
한편 현재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그 능력을 타고나는 건 우연의 결과일 뿐입니다. 농구공 하나 잘 던진다고, 피겨 하나 잘 탄다고 국민적 영웅이 되고 스타가 되어 큰 돈을 버는 건 그 시대 그 사회가 요구했던 혹은 시대와 잘 맞물린 '운 좋은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좋게 태어났든, 좋은 배경을 가진 부모를 만났든, 노력이 때마침 시대와 산업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든 생의 높은 성취는 운과 많은 부분 결합되어 탄생합니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큰 부를 쌓았다 라고 하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운을 잡으려면 늘 열심히 해야 합니다.)
10. 자존감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법은.
지나영 교수는 자존감 있는 성인으로 키워내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해줍니다. 굿 리스너(Good Listener)가 되는 것,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하지 말 것 등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전 모두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1). 굿 리스너
친구 사이에 논쟁이 생겼을 때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있다' 라는 시그널을 준 후 조심스럽게 반론을 하면 (논리가 맞다면)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히 수긍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 의견을 존중하게 되죠. 논쟁은 이성과 논리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감정입니다. 인간은 생각 보다 이성적이지 않으며 감정과 본능에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아이는 세상에 궁금한 게 너무 많습니다. 또한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며 어른들 관점에서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거나 때때로 거짓말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합니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며 진화'한 동물입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에 더 유리했다는 진화 생물학적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믿는 종교, 신념, 가치 등을 계보학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는, 특정 목적(권력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쉘 푸코는 이런 방식으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추적해 가는 것을 계보학적 방법론이라 불렀습니다.
'굿 리스너'의 관점은 아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받아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연히 잘못된 가치나 신념을 가지게 될 때에는 그것을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적/논리적으로 아이의 말을 교정해 줄 때 일단 끝까지 다 들어주었다 라는 감정적 따스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아이 뿐 아니라 성인들끼리 논쟁할 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제가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2). '조건 없는'사랑을 표현하는 것
'대학에 가면 자동차 사줄게', '이번 기말고사를 잘 보면 갖고 싶었던 걸 사줄게' 하는 등의 말을 많이 듣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이 '대학에 가면 xxx 를 사줄게' 하는 등 성취에 늘 조건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조건 있는'사랑 혹은 관심 표현은 아이에게 두 가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조건'이 만족되지 못했을 때 부모에게 온전히 사랑/지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컨데 저도 늘 그런 무의식적 불안감 속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생에서 '조건 없이'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는 느낌은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조건이 붙은' 사랑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는다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느끼기 힘들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 조건'이 만족된다 하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성취 동기를 '외적 동기'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적 동기는 주로 기업에서 주는 성과급처럼 인센티브(Incentive)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한 아이가 자라나며 자신의 학업, 성취 등의 활동에서 직접적인 물질적 보상과 관련된 외적 동기만을 찾는다면 그 아이는 타성적으로 자랄 확률이 큽니다. 외적 동기에 익숙해진 사람/집단이 직접적인 외적 동기가 사라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어떤 보상이 주어지면 그 보상이 사라지고 나서 그 일을 하지 않는다 라는게 대부분 연구들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외적 동기/내적 동기를 어떻게 줄 것이냐는 아이 by 아이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센티브가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 내적 동기가 강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효과를 잘 발휘하지 못하는데 단순 업무를 꼼꼼하게 해야 하는 집단에서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단기적으로 외적 동기를 부여해 궁극적으로는 내적 동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아이의 모습, 스스로 내적 동기를 부여하고 호기심이 넘치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면 굳이 외적 동기를 줄 이유가 없을테지만요. (물론 부모들은 대부분 자기 아이가 이런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11. 독서, 최고의 교육 방법
고전이나 잘 쓴 양서를 읽는 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했던/똑똑한 인류의 지성사를 좇는 일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가장 똑똑한 지성들이 남겨 놓은 생각과 글들을 읽는다는 건 최고의 교육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아이들이 도통 독서를 하려 하지 않거나 만화책만 읽거나 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전 19살(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 까지 만화 삼국지나 슬램덩크, 드래곤볼, 바람의 검심 같은 만화책을 제외하고 책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분명 어릴 때 위인전이나 동화책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글들을 읽었겠지만 하나도 기억나는게 없었습니다. 전 중학교~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 학업을 게을리 했고 공부도 매우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수능 공부를 할 때 였습니다. 수험 공부라는 건 수능에 적합한 지식 체계를 빠르게 쌓아올리고 문제풀이에 익숙해 져야 하는 것이라 독서를 많이 하는 것과 성적의 연관관계는 아주 장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거의 없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남들보다 힘들게 공부하며 전 늘 불안했습니다. 그 때 제게 친구처럼 다가와 마음을 위로해주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들을 채워주었던 것은 책들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면 가장 좋은 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내적 동기에 의해서 였습니다.
그렇게 한 번 생기기 시작한 독서 습관은 대학에 가서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대학에 가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한동안 책을 멀리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마음이 공허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때 책을 잡아드는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모는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은 얼마나 많은/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있는지. 아이가 지성인이 되길 바라면서 본인 스스로는 배우고 익히는 걸 즐기며 성장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죠. 스스로 독서, 학습, 성장 없이 아이를 학원과 과외에 의존해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
많은 육아 전문가들은 부모가 공부하고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부모를 좇아 따라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부모의 일상을 보고 많은 것들을 자연스레 습관화 합니다.
제 주변에 보면 부모가 독서/학습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학원과 과외, 국제학교/사립학교 같은 것에 목숨을 겁니다. 아이가 국제학교/사립학교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거주지를 옮겨서라도 좋은 학군에 꼭 편입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도그마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제학교/사립학교를 보낼 수 있는지, 전형은 어떤지, 어떤 유치원이 좋은지 등을 알아보는데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허비합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독서하지 않습니다. 전 여기에 큰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영 교수의 이 책은 육아에 대한 책이지만 성인(부모)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라'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 부족한 점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랐으면 하는가에 대해 아내와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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