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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192017.10.20 AM 07:05
하얀 결별(訣別) #01
「미사」
그녀는 같은 방을 쓰는 멜리사가 이름을 부르자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면회야. 누구일 것 같아?」
「글쎄...」
「고다드함의 영웅인 글로벌 준장이셔」
미사는 그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랐다.
「응접실에 계서. 빨리 가봐, 빨리!」
멜리사는 그녀에게 재촉했다. 마치 글로벌이 미사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오기라도 한 듯이 기뻐했다. 미사는 그녀에게 떠밀린 채로 방을 나섰다.
「실례하겠습니다」
모기 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미사는 응접실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주임 교관과 평상시와 다름 없이 미소를 띄우고 있는 글로벌이 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글로벌의 얼굴에서 얼어붙어 갔다. 그는 문 앞에 서있는, 몇 개월 전에 만난 소녀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녀를 보며 놀란 것이다. 불과 몇개월만에 사람이 이렇게나 변할 수 있는걸까? 보석처럼 빛나고 있던 총명했던 눈은 내려 뜬 채였다. 머리칼도 어딘가 윤기가 없다. 활기찼던 소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림자 조차 옅어져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겨우 글로벌의 입이 떨어졌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사는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그녀라면 「글로벌 아저씨」라면서 달려와 안겼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준장께서 자네를 만나기 위해 오셨네. 자, 편하게 앉게나」
주임 교관은 그녀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그녀는 시키는대로 의자에 앉았다. 주임 교관은 홍차와 케익을 내주었다. 그녀는 홍차와 케익에 입조차 대려하지 않았다.
글로벌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미사는 자신의 틀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주임 교관만이 전쟁의 영웅이 찾아왔다는 기쁨을 표정에 드리우고 있었다.
「미안하네만, 이 학생과 단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글로벌은 주임 교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뇨, 딱히 상관 없습니다만...」
그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오후에 교련 수업이 있는데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그녀는 우수한 학생이니까, 반나절 정도 지인과 대화하는 데에 누구도 나무라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을 위해 특례가 주어졌다. 하지만, 상대는 현재 평판이 높은 영웅 글로벌과 군실력자의 딸이다. 누가 이 두 사람을 나무랄것인가.
「그럼, 저는 옆 방에서 집무를 계속하고 있을테니, 용무가 끝나시면 불러주십시오」
주임 교관은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갔다. 언제나 학생에게 취하던 존대함은 어디에도 없다. 자그마한 양성소라는 세계에서는 가장 대단하지만, 군이라는 거대한 세계에서는 가장 말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가 나간 뒤의 실내는 침묵에 지배되었다. 테이블 아래나 방 구석에서 소용돌이치는 침묵들은 희희낙락하며 각각의 숨어있던 곳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었다. 찻잔 사이를 맴도는 침묵들. 으르렁거리며 굳이 두 사람의 다리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침묵. 미사는 그러한 침묵에는 민감해져 있었다.
「무슨 용무신가요?」
미사의 말에 침묵들은 당황하며 은신처로 달아났다. 그리고, 치켜 뜬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빈틈이 생기기를 엿보고 있다.
「무슨 용무냐고 해도 곤란하구만. 나는 그저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왔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어제 어머님 문병을 갔는데 건강해지신 듯 하더구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정도면 곧 퇴원할 수 있겠던데」
「그리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글로벌은 미사의 주위에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이 아이는 누구와 함께 하더라도 이런 공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그 공기 속에서 나오려 하지도 않고, 그 안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라이버 군의 일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글로벌의 말은 그 공기 속을 파고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서둘렀더라면, 어쩌면 그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두세요」
미사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거기에는 차가운 공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그녀가 있다. 글로벌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귀에서 살며시 떼어놓았다. 미사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마치 아버지가 딸에게 하듯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그렇게 마음을 닫고 있는게야」
글로벌이 미사에게 말했다.
「라이버는 이미 죽었어」
미사는 다시 귀를 막으려 했다. 글로벌은 즉시 그 팔을 잡았다.
「몇번이고 말해주마. 라이버는 죽었어. 이미 돌아올 수 없어.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괴로움은 나도 안단다」
자유를 빼앗긴 미사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나 역시 젊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든」
미사는 이 말에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팔에서 힘이 빠졌다. 그는 이제 귀를 막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일어서더니 창가로 다가갔다.
「벌써 20년 넘게 세월이 흘렀구나」
그는 등을 돌린 채로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막 스무살이 된 젊은이였지. 그리고 젊은이답게 연애도 했어. 상대는 약간 연상의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었단다. 우리들은 하나님도 말릴 수 없을 만큼 서로를 사랑했어」
잠깐 말을 끊고, 그는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거기에는, 평소와 다름 없는 교련 풍경이 있다.
「어쩌면 그런 우리를 하나님이 진심으로 원망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날, 겨우 나사 하나의 조임이 살짝 느슨했던 것 때문에 그녀가 탄 여객기가 태평양으로 추락했어. 나를 만나기 위해 탄 비행기였단다. 나는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말았지. 그러니 너의 기분도 뼈아플 정도로 이해한단다」
미사는 글로벌이 등 뒤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그가 얼마전까지 독신을 고수해 왔는지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로벌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나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지는 않았어. 지금의 너는 자신을 망가뜨리려 하고 있어. 자신의 틀 속으로 달아나서, 라이버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게야. 추억 속에 머물려고 하지마. 좀 더 진취적으로 살아가는거야」
그 말은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틀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 구멍으로부터 그녀는 조금씩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두번 다시 밝게 미소짓던 소녀로 돌아갈 수 없었다.
- 랑야방 앓이중...
- 2017/10/20 AM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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