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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철학] 커피·초콜릿 가격 올린 온난화 '지난 여름 2000년 만에 가장 더웠다'2024.05.15 PM 04:08
지난해 6~8월, 1890년까지 평균보다 2.20도 높아
기후 위기 현실화에 식품 기업들 대응 나서
지난 3월 폭염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 모인 사람들./AFP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 기온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4.98도로, 1850년부터 온도계로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달 기온 역시 역대 4월 관측 기록 중 최고치였다.
이번에는 지난해 여름 북반구의 표면 기온이 지난 2000년 동안 가장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170년 조금 넘는 기간만 따져 지구 온난화를 분석했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11배가 넘는 시간을 추적한 것이다.
온난화는 기업과 소비자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식품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제품 가격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면서 기후변화를 견딜 신품종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무 나이테로 기상 관측 이전 기온 추정
얀 에스퍼(Jan Esper)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교수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2000년 동안의 여름 기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름이 가장 더웠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00년 동안 북위 30도부터 90도 사이 지역의 매년 6~8월 표면 기온 데이터를 수집했다. 1850년 이후 기온 기록은 기상 관측소 수천 곳에서 측정한 값을 참고했다.
다만 관측 초기에는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 서기 1년부터 1890년까지 기온은 기후에 민감한 나무의 나이테를 기반으로 예측했다. 1800년대 중반에는 양동이로 물을 퍼서 온도를 측정해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이테는 날씨가 따뜻하고 습할수록 간격이 더 넓어져 수온 측정보다 정확하게 기온을 예측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지난해 여름은 본격적인 관측 전인 서기 1년부터 1890년까지의 평균 기온보다는 2.20도 높게 나타났다. 이 기간 중에 화산 폭발로 기온이 가장 낮았던 536년의 여름과 비교하면 3.93도 높았다. 나이테 기록으로 보정한 1850년부터 1900년 사이의 기온 평균과 비교하면 2.07도 더 높았다.
연구진은 “전 지구적 단위에서 온난화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아니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 급감, 식품 기업에 직격타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열매의 씨앗인 코코아 콩으로 만든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병충해가 겹쳐 코코아 콩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네덜란드 열대연구원
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해지자 국내외 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온난화가 유발한 폭염과 가뭄 같은 극한 기상이 농산물 생산량을 줄이면서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기후변화+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코코아나 커피, 설탕, 올리브유와 같은 식재료 물가가 동시에 뛰며 가공식품, 외식비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가뭄으로 브라질의 커피콩 가격이 크게 오르자 세계 최대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가뭄 탓에 원두 생산량이 급감한 여파로 커피 가격이 오르면서 스타벅스의 이윤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돌던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과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올리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스페인에도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리브유의 가격도 크게 치솟고 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40% 넘게 올랐고, 이에 맞춰 국내 가격도 30% 넘게 올랐다. 전 세계 코코아 콩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도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초콜릿 원료 가격도 올랐다. 지난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콩 선물 5월 인도분 가격은 사상 최초로 1t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원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일부 식품회사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식재료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대응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의 충격으로 먹거리 물가가 올랐을 때 통화정책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후 위기 속에서 먹거리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들은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개발에 나섰다.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병해충과 가뭄, 이상기후를 견딜 수 있는 커피 종자를 속속 발표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온난화로 감자의 전분이 당분으로 많이 바뀌어 튀김 품질이 나빠지자 정부 연구소와 함께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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