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철학] 한달 중 17일이 폭염… '악몽의 1994년 더위' 또 오나2024.06.21 PM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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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여름 같은 6월 날씨 원인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아이들이 물에 발을 담구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이상 고온으로 초여름부터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특히 20일 폭염(暴炎) 특보가 전역으로 확대된 중부지방은 이달 말까지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불볕더위가 길어질 전망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의 기세가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오는 3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을 중심으로 더위가 이어지겠다. 최근 남부지방을 달궜던 불볕더위가 중부지방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변수는 ‘늦장 장마’다. 중부지방은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 장마 시작 일이 6월 25일인데 올해는 첫 장맛비가 7월이 돼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장마전선이 올라오기 전까지 중부지방은 주로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강한 햇볕, 뜨거운 남풍에 의해 한여름 더위를 겪겠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늦어지는 것은 한반도 북쪽에 형성된 저기압이 현재 제주도까지 올라온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힘겨루기에서 저기압이 장마전선에 앞서고 있는 것이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는 23일 강원 영동, 24일 수도권과 강원도에 비가 오겠지만 더위를 식혀줄 만큼 양이 충분하진 않겠다. 비가 내리고 난 후에 중부지방은 다시 기온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해 남부·중부로 차차 올라온다. 보통 제주에서 장맛비가 시작되면 늦어도 일주일 내외로 중부까지 장마전선이 올라온다. 올해는 북쪽 저기압 영향으로 제주와 중부의 장마 시차가 이례적으로 열흘 이상까지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는 폭염, 남부·제주는 폭우가 발생하는 ‘극과 극’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다. 19일 밤 장마가 시작된 제주에선 20일 오후 10시 기준 223㎜의 비가 내리면서 6월 일 강수량으로는 역대 둘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


올여름은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폭염’이 30년 만에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극한 폭염’의 전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일 본지가 기상청에 의뢰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관측 지점 295곳의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총 77곳(26%)에서 역대 최고기온 1~3위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1위는 36곳, 2위는 17곳, 3위는 24곳이었다. 전국 4곳 중 1곳에서 올 6월이 역대 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더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여름은 초여름인 6월부터 기온이 서서히 오르다가 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 장마를 겪으며 더위가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인다. 본격적으로 한여름 더위가 나타나는 것은 7월 중순부터다. 그런데 올여름은 폭염 특보가 작년보다 일주일 일찍 발령되는 등 초여름부터 전례 없이 가파른 기온 상승 폭을 보였다. 7월 한여름 더위가 6월부터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 6월 폭염 양상은 1994년 7월과 비슷하다. 1994년은 한여름인 7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역대 가장 많은 ‘17.7일’로 한 달 중 절반 이상이 폭염이었던 해다. 1994년은 7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8.5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당시 강한 햇볕과 뜨거운 남풍(南風)에 의해 열기가 계속 쌓이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올 6월은 남부에 첫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10일부터 이동성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했고, 대만발 뜨거운 서풍과 남해상의 뜨거운 남풍이 차례로 불어오며 기온을 높였다.


특히 온난화 여파로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것이 이른 한여름 더위를 몰고 온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동해·서해는 평년보다 1~3도, 남해는 0.5~1도가량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황이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이 일대를 지나 한반도로 들어오는 바람의 온도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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