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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최강 F-22 넘는다' 미국 6세대 ‘유령 전투기’ 어디까지 왔나 [박수찬의 軍]2024.09.28 PM 05:24
냉전 이후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F-22 스텔스기. 실전 경험은 없지만, 적 레이더에 포착될 위험을 극단적으로 낮춘 스텔스 성능과 우수한 기동력을 토대로 미국의 제공권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세월의 힘을 이겨내는 것은 없는 법.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공군을 압도하려면, 새로운 기종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개발하려는 것이 차세대 공중 지배(NGAD, 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전투기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 무인기와의 협업, 다수의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융합하는 능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통신 체계 등을 갖출 NGAD는 세계 각국이 만들려는 6세대 전투기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닐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 공군은 NGAD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F-22처럼 모든 기능을 단일 기체에 집중한 ‘슈퍼 전투기’가 아닌 무인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NGAD의 개념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35보다 값이 싸야 한다
NGAD는 미 공군의 공중우세를 2030년대 이후에도 유지하기 위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계획이다.
NGAD는 유·무인복합체계를 토대로 스텔스 등의 성능을 지닌 유인전투기(PCA)와 무인기(CCA)로 구성된다. 유인전투기 1대가 무인기 다수를 통제, 모든 위협에 대응하도록 개발된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공중에서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은 NGAD 프로그램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NGAD에 대한 요구를 재검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NGAD의 대당 추정 비용은 3억 달러(4006억 원). F-35가 8250만 달러(1100억 원), F-15EX가 9000만 달러(1200억 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다. ‘천조국’이라도 대량 도입은 쉽지 않다.
미 공군에 대한 자금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노후한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교체하는 사업은 비용이 예상치인 960억 달러(128조원)에서 1315억달러(176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B-21 전략폭격기 개발과 F-35 생산, T-7A 훈련기 개발 등에 투입되는 예산까지 합치면 미 공군의 예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드론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중국이 6세대 전투기와 스텔스 전략폭격기 개발을 추진하고, 5세대 스텔스기인 J-20과 J-35를 배치하는 것도 변수다.
위협과 기술의 수준이 바뀌었으므로, 몇 년 전에 설정한 설계 개념과 기술적 요구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 공군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비용이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상에서 이륙한 직후 상승하고 있다.
대당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그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 가격은 비싼데 예산은 제약이 많으므로 도입 규모는 축소된다. 이는 단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미 공군은 비용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를 재검토하는 모양새다. 성능과 설계 조정 등을 통해 NGAD의 가격을 F-35 수준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은 최근 미 항공우주력협회 세미나에서 “F-35는 NGAD에 지불하려는 금액의 상한선이지만, 더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8000만 달러 수준에 맞추겠다는 뜻으로 약 2억 달러를 절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 공군은 무인기의 역할 증대를 통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모양새다.
켄달 장관은 “NGAD에서 유인전투기의 일부 장비와 기능, 역량을 함께 비행하고 싸울 무인기로 이전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는 유인 전투기가 무인기 3~5대를 통제하는 것을 구상했지만, 더 많은 무인기를 통제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켄달 장관의 발언이 현실이 되면 고비용·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NGAD 개발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첨단 전투기 생산에서 무인 체계 통합과 비용 절감으로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유인전투기의 경우엔 항속거리와 탑재량, 엔진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인전투기의 일부 장비와 기능이 무인기로 넘어가면, 적기 포착과 공격 임무가 분리될 수도 있다.
유인전투기 레이더가 적기를 포착하면 고성능 데이터링크를 통해 무인기에 공격명령을 내리고, 무인기가 공대공미사일을 쏴서 격추하는 방식의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무인기에 자율 소프트웨어가 탑재될 수도 있다.
이는 NGAD의 컨셉이 크게 바뀔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국 탄도미사일 역량이 강화되면서 미 해군과 공군은 중국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미 해군은 무인 전력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앞세워 중국을 상대할 방침이다. 미 공군은 NGAD의 장거리 비행능력을 통해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격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기체가 소형화되어 항속거리와 탑재량 등이 영향을 받는다면, 독자적인 장거리 비행은 어렵다. 공중급유가 필수적인 이유다.
이를 위해 미 공군은 NGAD에 차세대 공중급유기(NGAS)를 붙여서 충분한 행동반경을 확보할 방침이다. NGAS는 기존 KC-46A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춰야 한다.
스텔스 성능을 지닌 유인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매우 작은 크기라 레이더 포착이 어려운 다수의 무인기로 구성된 공격 편대는 유사시 공중전과 공대지, 공대함 전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고성능 데이터링크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비용과 인공지능이 변수
NGAD의 앞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우선 비용 문제다. NGAD의 비용을 F-35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F-22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닐 NGAD는 재료, 구성품, 조립 방식 등에서 F-35와 다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무인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유인전투기에 탑재되는 장비들을 무인기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NGAD는 유인 전투기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한다. 포착·식별·공격에 이르는 절차에 필요한 장비와 센서를 각각의 무인기에 분산하고, 유인전투기는 무인기들이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록히드마틴이 만든 X-62A 시험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이는 유인 전투기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대신 무인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위험도 존재한다.
유·무인복합체계에 적용되는 무인기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해야 한다. 그래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유사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무인기에 장비와 무장을 추가하고, 임무 수행 범위를 넓히면 무인기의 제작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유인 전투기 비용 절감 효과가 상쇄되는 셈이다.
AI와 자율 소프트웨어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도 문제다. 항공 작전에서 AI를 적용하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군 전력 운용에서 AI를 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미 국방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해 9월 미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시험을 실시했다.
AI가 조종하는 F-16 개조 전투기(X-62A)와 인간 조종사가 탑승한 F-16은 최대 시속 1931㎞로 상대방 주변을 비행했다. AI F-16은 방어 및 공격 기동을 하며 유인 전투기에 약 610m까지 근접했다. 가시거리 내 공중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공중전에서 어떤 F-16이 우위를 차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DARPA는 “AI가 항공기를 조종하는 자율 전투시스템을 개발하는 공중전 진화(ACE) 프로그램의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2월 ACE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21차례의 AI 전투기 시험 비행을 실시, 10만회 이상의 소프트웨어 수정을 진행했다.
이 시험에 투입된 X-62A는 록히드 마틴 산하 개발부서로서 SR-71 정찰기 등을 개발한 스컹크 웍스와 칼스펜사 등이 합작해 만들었다. F-16D 블록 30을 개조해 다른 항공기의 동작 특성을 모방할 수 있는 AI를 탑재했다.
보잉이 구상하는 6세대 전투기 상상도. 보잉 제공
지난 2022년 12월 시험에선 인간의 도움 없이 17시간 이상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AI를 탑재한 무인기를 공중전에 투입한다면,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AI 무인기는 인간 조종사와 달리 중력가속도(G)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간 조종사보다 더 강도 높고 어려운 기동이 가능하다. 기계학습(머신러닝)에 의해 축적된 공중전 경험과 지식은 인간 조종사의 경험을 압도할 수 있다.
인간 조종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식별하고 공유하며, 일사불란하게 집단행동을 해서 위협을 제압할 수 있다.
AI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선 유인 전투기가 없어도 NGAD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윤리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AI의 군사적 활용은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고위급회의)에 참가한 국가들은 △AI 적용은 윤리적·인간중심적일 것 △AI 역량은 국내법·국제법에 합치하게 적용될 것 △인간이 AI 적용의 책임·책무를 질 것 △보호장치 마련을 통해 AI 적용의 신뢰성을 보장할 것 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NGAD에도 이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면, AI를 적용한 무인기는 유인 전투기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된다.
이는 유인 전투기가 무인기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한다. 적군이 전자전을 시도하는 상황에서도 무인기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면, 데이터링크와 통신 및 보안 체계 기술이 높은 수준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켄달 장관도 “무인기에서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 중 하나는 엄격한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항공기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교전할 때는 철저한 통제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NGAD는 2030년대 세계 공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무기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중국을 견제하는 ‘창’ 역할을 맡을 NGAD가 어떤 모습을 지닐 것인지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경쟁도 달라진다. NGAD를 둘러싼 미 공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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