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이상2014.02.26 AM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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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수업중 내머리로 뭔가가 날라왔다.
별느낌이 없고 소리도 약한게 조그마한 종이 뭉치인거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뒷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이 날보며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
유치하게 뭔짓인가 싶었지만 나한테 던진건 실수였던 모양이다
던진게 실수가 아니라 다른사람을 맞췄다는걸까

'톡'

다시 뒤에서 날아온 종이뭉치는 내 앞자리에 있던 여학생의 등에 맞고 튕겨져나왓다
종이뭉치에 맞은 순간 그애의 어깨는 살짝 움쳐려드렸지만 수업에 집중해서인지
신경쓰기 싫은건지 뒤돌아 보진않았다

'툭' '툭' '툭'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종이뭉치는 계속 그애의 어깨와 머리에 날아들었다
저게 무슨 재미인걸까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서 짜증이 났지만
굳이 눈에 날 생각은 없어서 무시했다
그러다 갑자기

계속 종이뭉치에 맞던 애가 고개를 뒤로 획 돌렸다
깜짝이야
고개를 뒤로 돌리고 뒷자리 애들의 표정을 살피던 눈이
나에게 고정됬다
아마 뒤에서 던졌던 녀석들은 급히 행동을 멈추고 안던진척 했던 모양이다
짜증과 분노가 섞여인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야 하지마"
억울한일이지만
난 이 장난에 연루되고 싶지않았다
난 아무 표정없이 그애를 살짝 쳐다보다 다시 칠판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성이 가신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애는 날 다시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그건 뭐였을까
그애의 화난 표정을 본 순간
마음속어딘가에 찌릿한 느낌이 오는것같았다
이런게 사랑인걸까?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였지만
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날이후 난 내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그애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애와 대화해도(물론 냉랭한 표정으로 단답형으로 대답하긴 했지만)
그애의 웃는 표정을 봐도
어제와같은 감정은 조금도 다시 나타나지않았다

허탈감과 잡념으로 뒤섞인 한숨을 쉬며 교실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잠시 한눈판 사이에 교실로 들어오려던 그애와 살짝 부딪치고 말았다

난 반사적으로 "아, 미안"이라 말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의 장난으로 웃음이 가득했던 그애의 얼굴에
짜증과 싸늘함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그애는 그 표정으로 날 살짝 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다시 한번 마음속어딘가에서 찌릿한 느낌이 몸을 관통했다
난 그애의 짜증과 싸늘함 분노의 표정에서 아름다움을 느겼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난 기쁨을 더 느꼈다
물론 밖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였지만
그 표정을 다시 보고 싶었다

혹시나 해서 그애가 아닌 다른 아이의 표정에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애의 그 표정을 보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녀와 조금 가까워야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져선 장난으로 생각할것이다
지금보다도 멀어지면 반응이 없을것이다
너무 소극적인 접근은 둔감하게 만들고
너무 괴롭히면 화를 내서 멀어질 수 있으니
서둘러도 너무 늦장을 피울 수도없었다
하지만 난 참을 수 있었다 그 표정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 후로 나의 괴롭힘은 시작되었고 보이지 않은 줄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노력에 힘입어 그 애의 싸늘한 표정을 더 볼 수 있으면서도
사이가 더 나빠지진 않았다 전과 달리 가만 있다가도 날 노려보긴 했지만
그게 더 날 행복하게 만든다는걸 그애가 안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늦은 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고 길이 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는 차가운 공기
여느 날과 다름 없는 고요함
그리고 저 앞에 그애도 집으로 가고 잇었다
원래 이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는데 다른 볼일이 있나보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보면서 앞으로 걷고 있었다
저러고 가다가 자빠져봐야 정신을 차릴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그애의 옆으로 차가 빠른속도로 오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머리속은 잠시 멈춘듯했다
계속 그 표정을 볼 수 있을까?
저애의 표정을 지킬 수 있을까?
하지만 머리속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현실의 시간은 원래대로 흐르고 있었고
내 몸도 멋대로 앞으로 튀어 나가고 있었다
바보짓을 했다
내몸에 이렇게 뜨거운게 있었나?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몸이 점점 차가워져가는걸 느끼고 있었다
조금 지나서야 내 계산이 틀렸다는걸 알 수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내 신체능력이 내 계획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는것
그애를 구해서 그 표정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내가 없으면 그걸 볼 수 없다는것
그리고 그애가 울고 있다는것
그애의 웃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왜인지 슬퍼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었다

"대체.. 왜? 날 그렇게 대하고선"
그애가 계속 울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제발 그런 표정 짓지말고
마지막이라도 싸늘한 표정을 지어줘라고 말하고 싶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이 점점 식어가는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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