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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전도체 테마주, 리서치 본 적 있으세요?…스몰캡 IR 의무화 필요'2023.08.06 PM 02:46
[센터장의 눈] ⑫이충헌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 대표
[편집자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신뢰를 잃고 있다.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일도 적지 않고, 선행매매와 같은 범죄도 발생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소신있게 내놓은 종목 의견은 '조리돌림' 수준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히려 신뢰하기 어려운 유튜브 등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은 주식시장을 수십년간 지켜온 전문가들이며 축적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방향과 투자방법, 주목할만한 업종을 물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2023.8.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강은성 기자 = 덕성(004830), 서남(294630) 등 '상온 초전도체' 물질 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단어조차 생소한 초전도체를 이해하기 위해 뒤늦게 과학 공부에 매진하는 투자자부터, 초전도체 관련 기업은 어디 있는지 탐색에 나선 투자자까지 다양하다.
최근 초전도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덕성의 경우 기업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스포츠용품과 가구, 자동차 내장재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합성피혁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설명돼 있다. 합성피혁 주원료를 만드는 합성수지와 전자재료 등을 생산하는 재료부문도 함께 영위한다.
현재 덕성에서 사업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이 정도다.
초전도체 테마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이차전지(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올해 주식 시장을 뒤흔든 테마주 열풍 한 가운데엔 스몰캡(중·소형주) 종목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스몰캡 종목을 제대로 '커버'하는 증권사는 거의 없다. 결국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에서 한 번도 보지 못 한 생소한 회사 주가가 요동쳤고, 마음 급한 개인투자자들은 유튜브나 커뮤니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최근<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가 설립한 밸류파인더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스몰캡 기업을 탐방해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 회사다.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어 개인 투자자의 소외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이 대표는 짚었다. 그는 "증권사 영업수익의 44%가 법인영업인데, 스몰캡은 돈이 안 돼 (보고서) 종목을 커버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을 위해 스몰캡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이나 홍보 활동을 하는 'IR'에 소홀한 탓이다. 소규모 업체다 보니 IR 담당팀이 없는 건 예삿일이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 업체도 많았다.
이 대표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상장 문턱을 크게 낮춰 놓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폐지는 쉽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그래 놓고 관리는 되지 않는 것이 문제"고 지적했다. 그는 "코넥스 기업은 협의회에서 IR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코스닥은 1년에 한번 IR을 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스몰캡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스몰캡 기업이 IR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투자 환경이 진흙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분석 보고서도, 직접적인 IR도 없는 상태에선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펀더멘탈보다 기대감을 타고 가파르게 오른 종목들이 급락하면, 그 후폭풍으로 투자자들 손실이 막대해질 위험이 크다.
당국에서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상장기업의 IR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 대표는 "상장사는 책임감을 갖고 본인의 회사의 현황을 알리는 IR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서 해야 할 행동"며 "독립리서치의 필요성이 부각된 김에 당국이 함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2023.8.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매수 일색'인 리서치 보고서 관행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당국의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만 공매도가 가능한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낼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증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피150 종목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회사에도 주주에게도 매도 보고서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굳이 매도 리포트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당국에서 롱과 쇼트를 제대로 풀어주면, 매도 보고서가 제대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독립리서치 협회가 크고 공매도와 같은 제도적 기반도 잘 마련돼 있어 셀(매도) 보고서를 쓰더라도 애널리스트가 배척받을 일이 없다"며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파인더 스스로도 리서치 보고서 신뢰 제고를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는 '하락종목 A/S'가 있다. 지난 4월부터 자사 보고서 중 시장 하락률보다 더 많이 떨어진 종목을 다룬 사후 보고서다. 오르는 종목에만 집중하고, 주가가 내리면 입을 닦는다는 리서치 업계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A부터 Z까지 자세히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모든 보고서는 신뢰성 제고를 위해 IR 담당자와 이야기를 마친 뒤 낸다"며 "숨은 진주를 발굴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現 밸류파인더 대표이사, 수석연구원
-前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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