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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월스트리트나우] 썩 나쁘지 않은 CPI, 썩 좋지 않은 아이폰2023.09.14 PM 12:36
<9월 13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20%, S&P500 0.12%, 나스닥 0.29%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56%(-0.8bp), 2년물 4.980%(-2.5bp)
13일(미 동부시간) 월가의 모든 관심은 오전 8시 30분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CPI)에 쏠렸습니다. 헤드라인 CPI나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수치는 예상보다 살짝 높았습니다. 하지만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영향을 줄 만한 정도는 아니었죠.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가는 "훌륭한 CPI 보고서는 아니지만, Fed 전망을 바꾸는 보고서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CP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달보다 0.6% 올랐습니다. 시장 기대와는 같지만 7월의 0.2%보다 크게 올랐죠.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CPI는 0.3% 상승해 7월(0.2%) 및 예상(0.2%)보다 살짝 높았습니다.
美 8월 헤드라인 CPI 전월 대비 0.6% ↑, 근원 CPI 0.3% ↑
→ 근원 CPI, 예상치 0.2%를 상회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CPI가 3.7% 올랐습니다. 7월(3.2%)이나 예상(3.6%)을 역시 상회했습니다. 근원 물가는 4.3% 상승했는데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2%)에 비하면 아주 높습니다.
美 8월 헤드라인 CPI 전년 대비 3.7% 상승, 근원 CPI 4.3%
→ 헤드라인 CPI, 예상치 3.6%를 상회
▶세부 요소를 살펴보면 휘발유 가격(10./6%) 상승으로 에너지 가격이 5.6% 올랐습니다. 식료품은 0.2% 올라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헤드라인 CPI가 0.6% 오르는데, 에너지가 0.4%포인트를 이바지했습니다. 중고차가 1.2% 떨어지면서 이를 상쇄했고요. 주거비는 지난달 0.4% 올랐었는데 이달 0.3%로 상승률이 추가 둔화했습니다. 호텔비가 한 달 만에 3.6%나 급락한 게 주거비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주거비의 핵심인 렌트는 0.5%로 7월(0.4%)보다 높아졌지만, 자가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4% 오르는 데 그쳐 7월(0.5%)보다 낮아졌습니다. 근원 CPI에서 렌트는 10%, OER은 32% 비중을 차지합니다. 월가는 부동산 시장 추세를 보면 주거비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주거비 하향 추세는 이어질 것
→ 주거비 인플레이션에 선행하는 실시간 데이터가 하락세
▶제롬 파월 의장이 주시한 에너지와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 이른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은 7월 0.2%에서 8월 0.4%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항공료가 7월 8.1% 하락에서 8월 4.9% 상승으로 돌아선 탓입니다. 다만 항공료의 변동 폭은 이례적이고, 미국 국내 여행이 꺾이는 추세를 고려하면 상승세가 지속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월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8월 호텔, 중고차, 레크리에이션 물가는 모두 내렸죠.
8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 0.4%
→ 항공료의 이례적인 상승 때문
항공료는 변동성이 큰 항목
결과적으로 CPI 데이터는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금리는 잠깐 치솟았다가 보합 수준으로 돌아왔고요. 주가지수는 살짝 강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오안다는 "데이터 발표 직후 전월 대비 근원 CPI가 예상보다 높아서 금리와 달러가 올랐지만, 트레이더들이 전체 보고서를 이해하면서 시장 방향은 반전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원 CPI는 지난 석 달간 전달보다 0.2%, 0.2%, 0.3% 올랐는데요.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연 2.4%에 그칩니다. 2.4%는 Fed의 목표에 근접한 것이죠. 6개월간 수치를 연율로 바꾸면 3.7%죠.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설립자는 "일단 에너지 흐름을 조정하면 근원 물가는 (Fed 목표에 부합하는) 월 0.2% 상승 추세를 보인다. 세부 요소에는 전월 대비 거의 오르지 않은 평평한 요소가 많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다음주 열리는 FOMC의 예상되는 결정(금리 동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그다음 FOMC(10월 31~11월 1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CPI의 3개월 연율은 2.4%로 낮아졌다. 우리는 Fed가 다음주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며 9월 회의 이후에도 (둔화하는) 데이터로 인해 더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CPI 보고서가 9월 FOMC 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통화정책(금리)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FOMC가 11월 회의에서 최종 인상을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계속 믿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근원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로 유지되면 연준 목표치 2%로 내려오지 않을 것
하지만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고문은 "헤드라인 CPI는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근원 물가는 4.3%로 더 낮아졌다. 하지만 점점 높아지는 유가가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 데이터는 Fed의 다음주 금리 동결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 FOMC 회의인 11월 1일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추가됐다"라고 전망했습니다. BMO는 "8월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가 둔화하고 있고 8월 고용 보고서에서 나타난 노동 시장 냉각과 결합해 9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긴 하지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불편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유가가 배럴당 거의 90달러까지 오르고 있어서 Fed는 여전히 또 다른 금리 인상을 테이블에 올려두기를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36% 올라 배럴당 88.5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395만 배럴 증가해서죠.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하반기 수요가 공급을 하루 평균 120만 배럴씩 초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장중 올해 최고치인 89.6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가 상승 외에도 내일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자동차노조(UAW)의 파업으로 자동차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CPI에서 신차의 비중은 4.3%, 중고차의 비중은 2.8%입니다. 재고가 있는 만큼 파업이 몇 주 내에 해결된다면 큰 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요.
美 4분기 성장에 잠재적 위험 요소
자동차 노조 파업,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연방정부 셧다운
오늘 골드만삭스는 연착륙을 예상하지만 UWA의 파업,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은 4분기 성장에 있어 잠재적 위협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학자금 대출은 분기 소비를 연율 0.5%포인트만큼 줄일 것으로 봤고요. 연방정부 셧다운은 점점 더 발생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8월 CPI 보고서를 '컵에 물이 반쯤 있다'라는 데 비유했습니다. 그는 "'물이 반이 찼다'라는 측은 지난 3개월 동안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는 점을 보겠지만, '반이 비었다'는 쪽은 근원 CPI가 지난 두 달만큼 낮지 않았고 예상을 약간 웃돌았다는 것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 수준의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같은 시간 뉴욕 채권 시장의 국채 금리도 보합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물이 반쯤 찼다'는 쪽과 '반쯤 비었다'는 쪽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것이었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 따르면 다음주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로 베팅했습니다. 어제 92%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 마음속에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1월까지 추가 인상할 확률은 오늘 41.1%로 어제 44.1%보다 살짝 감소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장중 상승세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에 다시 꺾였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12%, 나스닥은 0.29% 올랐고 다우는 0.20% 하락했습니다.
기술주는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테슬라는 장기 투자자인 론 베론이 낙관적 주장을 고수한 후 1.43% 상승했습니다.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60% 높였던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오늘 “테슬라 목표 주가 상향에 대한 투자자 피드백은 반발 쪽으로 기울었다. 만약 테슬라가 차를 파는 데 그친다면 지금 테슬라는 매우 과대평가됐다. 하지만 우리는 수면 아래 거대한 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내일 오후 상장됩니다. 공모가는 주당 51달러, 회사 가치는 545억 달러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대장주 애플은 어제 1.71% 떨어진 데 이어 오늘도 1.19% 하락했습니다. 어제 발표된 아이폰에 새로운 것이 없었지만, 확실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애플에겐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중국 문제입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애플은 P&G나 코카콜라 같으므로 투자자들은 개별 제품 출시에 관심이 없다"라며 "애플 주가에 영향을 주는 건 중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단속이 실적과 주가를 누르는 요인이라는 겁니다.
모건스탠리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는 예상과 대체로 일치했지만, 중국 위험이 계속해서 투자자와의 대화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 시장 판매 예상량을 400만~500만 대만큼 줄였는데, 이는 예상보다 높은 아이폰15 가격 설정(중국 가격은 인상)으로 상쇄되었다. 중국은 여전히 오버행(잠재적 부담)으로 남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2024년 실적 추정치에 상승 여력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DA 데이비슨은 "과거와 달리 애플은 추가적 주가 상승을 강력한 아이폰 판매에 의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우리의 이런 견해는 ① 아이폰 예상 출시일이 9월 22일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경영진이 9월 분기(3분기) 매출 감소 가이던스를 내놓았고 ② 중국 지방 정부의 국수주의적 행위로 인해 중국 내 판매가 부진할 가능성에 근거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밤새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애플 등 외국 브랜드 휴대폰의 구매·사용을 금지하는 법과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라면서도 "최근 상당수 언론에 애플 휴대폰의 보안 관련 사건이 나온 것을 확실히 봤다. 중국 정부는 정보와 인터넷 안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러시아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아이폰에 악성 코드를 침투시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고, 중국 언론은 이 사안을 앞다퉈 전했었습니다.
美 "아이폰 금지는 中의 보복"
애플을 긍정적으로 보는 금융사도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신제품 발표와 주요 기능은 대체로 예상대로였고 아이폰의 가격 인상 폭은 예상보다 낮았다. 생태계에 대한 애플의 지속적 투자, 아이폰에 대한 미국 통신업체 프로모션이 계속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넷플릭스도 오늘 5.16% 폭락했습니다. 스펜서 노이먼 CFO가 한 콘퍼런스에서 향후 영업이익률 범위를 18~20%로 제시한 탓입니다. 월가 컨센서스인 22%에 미치지 못한 것이죠. 그는 "우리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하므로 연간 3% 증가율로 계속 성장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투자를 줄이게 돼) 비즈니스가 너무 많이 제한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8월 CPI 보고서의 영향은 중립적이었고, 애플, 넷플릭스의 영향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오후 들어 시장 금리가 하락한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2.5bp 내린 4.980%, 10년물은 0.8bp 하락한 4.256%에 거래됐습니다. 금리에 영향을 준 두 가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8월 CPI 발표 후 美 국채 금리 하락
→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 양호, 연방정부 재정 흑자 전환
오후 1시 미 재무부가 실시한 미 국채 30년물 경매 결과가 발표됐는데,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응찰률은 2.46배로 지난 6회 평균 2.418배보다 높았고, 발행금리는 4.345%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 4.335%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통상적 범위에 들어가는 수준입니다. 이번 주 재무부는 월요일부터 3년물, 10년물, 30년물을 모두 발행했는데 일부에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잘 소화됐습니다.
오후 2시에는 연방정부 월간 예산 보고서(8월)가 발표됐습니다. 시장은 8월에도 2325억 달러 적자를 냈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결과는 890억 달러 흑자로 나타났습니다. 2023 회계연도 적자가 지금까지 총 1조5240억 달러로 2022 회계연도보다 61%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이는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학자금 대출 탕감을 막은 뒤 관련 예산 3190억 달러가 환입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8월 재정 흑자는 1955년 이후 처음입니다. 작년 8월만 해도 2200억 달러 적자를 냈었죠. 채권 시장 관계자는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줄어드는 만큼 국채 발행량도 줄어들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내일은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보고서가 발표됩니다. 높아진 에너지 비용은 8월 PPI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전달보다 약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7월의 0.3% 증가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8월 소매판매는 7월 0.7% 증가에서 8월 0.2% 증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내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시장은 인상 확률을 65%로 봅니다. 로이터가 높아진 ECB 내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보도한 뒤 인상 확률이 35%에서 65%로 뒤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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