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몰락한 가치투자 名家…신영운용, 국민연금 위탁자금 전액 회수 당해2023.09.21 PM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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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차전지 질주에 가치주 대가 신영도 패배

국민연금, 신영 중소형 펀드서 자금 회수

일임 운용잔고, 5542억→294억 급감

 

 

국내 대표 가치투자 하우스 신영자산운용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았던 자금을 모두 회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불었던 이차전지 열풍에 탑승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테마주가 증시를 주도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투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저평가된 우량주·배당주 투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유물이 됐다.

 


신영자산운용/문수빈 기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국민연금은 중소형주 펀드를 마지막으로 신영자산운용에 위탁한 자금을 모두 거둬들였다. 신영자산운용의 투자일임 운용잔고(AUM)는 1일 하루에만 90.96%(2970억원) 증발했다. 지난해 말 5542억원이었던 투자일임 AUM은 이달 14일 기준 29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은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를 늘려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의 절반가량을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한다.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멀티에셋 등 총 7개 분야에 대해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돈을 맡기는데, 신영자산운용은 이 중 국내 주식 담당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신영자산운용을 포함해 29곳의 자산운용사에 국내 주식에 투자해달라며 맡긴 금액은 63조3402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에 대한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데,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맡긴 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운용 성과 ▲운용 전략 및 프로세스 ▲위험 관리 등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신영자산운용은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성과를 내지 못해 자금을 회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산운용을 울린 건 이차전지였다. 연초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개발·생산 기업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POSCO홀딩스 등 이차전지주가 크게 올랐지만, 신영자산운용은 관련 종목에 거의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1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시장 흐름을 타고 올해 7월 129만3000원까지 올랐다. 7개월 만에 1155.33%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은 401.08%, 포스코퓨처엠 234.07%, POSCO홀딩스는 126.11% 상승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저평가된 우량주를 주된 투자처로 하는데,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때 800배를 넘기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장사 평균 PER이 13.3배임을 고려하면 에코프로는 과대 평가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신영자산운용은 이차전지 랠리에서도 이들 종목에 크게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신영자산운용은 가치 투자 1세대인 허남권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 하우스의 콘셉트다. 장기로 투자할수록 빛을 발한다는 뜻이 담긴 마라톤펀드의 대박으로 2017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국내 주식형 펀드 3위에 올랐다.


신영투자신탁 시절인 2001년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해 왔다. 전성기엔 이 규모가 3조~4조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전액 회수당하면서 신영자산운용은 22년 만에 국민연금과의 연이 끊겼다.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 추이도 심상치 않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 공모펀드 63개 중 올해 들어 46개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 결국 신영자산운용을 키웠던 가치주가 신영자산운용을 주저앉힌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점차 감소 중이다. 2020년 4월 1일~2021년 3월 31일 당기순이익은 341억4500만원이었으나 그다음 해 같은 기간 91억4500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월 1일~올해 3월 31일까지의 당기순이익은 69억6200만원으로 3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신영자산운용에서 꾸준히 자금을 회수했다”며 “올해 몽땅 빠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영자산운용은 저렴한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는데 가치주의 장에서 성장주의 장으로 돌아서면서 신영자산운용의 언더퍼폼이 심했다”고 말했다.

 

 

#가치주 #성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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