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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전자산이라더니'…내리꽂는 美 ETF에 서학개미 울상2023.09.27 PM 03:34
美 연준 긴축 메시지에 10년물 4.542%...16년 만에 최고
2.3억달러나 산 레버리지TMF, 두달 새 수익률 26% 하락
미국의 긴축 시그널로 인해 미국 ETF를 구매한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미국 국채 수익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이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주식과 펀드에 자금을 넣은 일명 '서학개미'들은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올해 들어서만 미국 장기채 ETF를 총 2조원 넘게 사들였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인투자자는 이르면 내년 초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장기채에 대거 베팅했지만 당분간 시장금리가 하락할 이벤트가 없어 손실을 계속 감내해야 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 국내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 8종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2일까지 8종 ETF를 총 428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모두 손실 구간에 접어들게 됐다.
해외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도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각)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거래일 3시 기준보다 9.40bp 상승한 4.542%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7월 27일 열린 FOMC 이후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결론 내린 서학개미가 집중 매수했던 TMF ETF는 하루 만에 7.6% 내려 두 달 간 26%나 하락했다.
TMF는 미국 20년물 국채 수익률을 세 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다.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채권의 실효 만기)이 길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데 이를 3배로 반영하니 초고위험도 상품인 셈이다. TMF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약 9억2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해외 주식 순매수 1위에 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두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TMF는 2억3700만달러어치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기관투자자는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채권을 레버리지 ETF로 보유하지 않는점을 감안하면 거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셈이다.
국내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2억4500만달러(약 3284억원)로 4위인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저리 본드(TLT)'와 2억4300만 달러(약 3248억원)로 5위인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저리 본드 바이라이트(TLTW)'도 각각 연초보다 18%, 10% 하락했다.
문제는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단기간 내 큰 폭으로 내려올 여지가 낮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올 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혀 고금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을 시사하자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8%로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8월 초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해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4.1% 수준까지 올랐던 당시에도 TMF를 2억 달러 이상 추가로 순매수해 이른바 ‘물타기’를 한 바 있어 손실 규모는 종전보다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미 장기채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금리가 빨리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은 장기채 ETF를 사기에 좋은 때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장기물에 비해 적은 단기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내년에 시작될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됐다면 정책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라며 "일본은행까지 제로금리에서 탈피하려고 한다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 수준은 4.7%까지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미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른 만큼 채권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추가적인 금리 급등 가능성이 낮아 분할매수가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글로벌 연기금에서 대기자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측면에서 공방이 한동안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음달 6일 나오는 비농업 부문 고용지수에서 그동안 타이트했던 상황이 바뀐다면 연준도 이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고 시장금리는 다시 안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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