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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찰리 멍거의 고백... '제2의 버크셔? 어렵다'[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2023.11.04 PM 05:32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AP=뉴시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99)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인물입니다. 내년 1월 1일이면 만 100세가 되는 멍거의 인생 지혜에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인도 많습니다.
재산이 25억달러(3조3500억원)에 달하는 찰리 멍거는 마음 씀씀이도 넉넉합니다. 지난 10월 초에는 캘리포니아주 산 마리노에 있는 헌팅턴 미술관에 버크셔 해서웨이 A클래스 77주를 기부했습니다. 주식 수는 몇 주 안되지만, 금액은 4000만달러(536억원)가 넘습니다.
지난 10월 29일 미국 팟캐스트 어콰이어드(Acquired)가 멍거의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진행한 1시간 분량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멍거는 왕촨푸 BYD 설립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설립자를 비교하고, 버핏의 일본 상사 투자 이유를 설명하는 등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습니다.
만일 지금 버핏과 다시 시작하고 둘 다 30세라면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을 다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솔직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멍거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기적
중국 BYD를 방문한 멍거와 버핏(좌로부터 왕촨푸 BYD 회장, 찰리 멍거, 워런 버핏)/사진=중국 인터넷
이날 자주 언급된 기업은 BYD, 코스트코, 에르메스입니다. 중국 전기차 1위업체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코스트코는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Hermes)는 강력한 럭셔리 브랜드를 구축했죠. 기업을 높이 평가했다고 해서 그 주식을 사라고 추천한 건 아닙니다. 멍거는 '가격이 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BYD부터 볼까요. 멍거는 "BYD는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BYD를 격찬하면서 왕촨푸 BYD 회장은 지능지수(IQ)가 높은 데다 주당 70시간 일할 정도로 일에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링 박사인 왕 회장이 타사 자동차 부품을 보고 그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마디로 왕 회장은 타고난 엔지니어이자 일을 맡으면 끝까지 완료하는 타입의 경영자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건 대단히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vs 왕촨푸와 BYD'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멍거는 "그(머스크)는 필요하다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광적인 사람"이라며 "머스크가 출발점(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더 가깝다면 BYD의 그(왕촨푸)는 일론보다 실제 물건을 만드는 데 더 능숙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멍거는 "BYD의 빅 팬이지만, BYD가 너무 공격적이라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 BYD H주 2억2500만주를 8홍콩달러에 매수했으며 지난해 약 30배 오른 250~270홍콩달러에서 BYD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해 보유 수량을 60% 정도 줄였습니다. 지난 2일 홍콩에 상장된 BYD H주는 232홍콩달러에 거래됐습니다.
日종합상사 투자, "100년에 2~3번 나올까 말까 한 아이디어"
멍거는 일본 종합상사 투자는 투자자가 버핏처럼 영리하더라도 100년에 많아야 2~3번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0.5%에 불과한 데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경제적 해자를 갖춘 오래된 기업으로서, 값싼 구리 광산과 고무농장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멍거는 일본에서 0.5%의 금리로 돈을 빌려서 5% 배당을 주는 이들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도 없는 쉬운 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 8월 미쓰비시·이토추·마루베니·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각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버핏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5대 종합상사 지분을 늘렸으며 일본 주식에 추가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일본 증시가 들썩였습니다. 버핏의 일본 방문 이후 일본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며 니케이225지수가 3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나이키(Nike)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멍거는 나이키를 살펴본 적이 있지만, 나이키는 패션 회사(style company)라며 패션 회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에르메스를 충분히 싼 가격에 사라고 제안한다면 사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패션 회사는 안 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멍거는 세탁세제 타이드(Tide), 코스트코의 자체브랜드(PB) 커클랜드(Kirkland)도 브랜드이지만, 에르메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브랜드라며 에르메스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제2의 버크셔 해서웨이 가능할까
워런 버핏이 1964년 인수한 방직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가총액 750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대성공은 운일까요? 능력일까요? 팟캐스트 진행자는 멍거에게 "만약 오늘 버핏과 다시 시작하고, 둘 다 30세라면 오늘날의 버크셔에 가까운 기업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멍거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답하며 대개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매우 영리해야 하고 열심히 일해야 하며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건데요. 엄청난 성공(Super successful)을 위해서는 3가지 모두 갖춰져야 하지만, 그러기는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멍거는 정답은 "일찍 시작해서 오랫동안 계속 노력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한두 가지는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멍거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만 분석합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추종자인 만큼 어떤 종목이 정말 싸다면 아무리 형편없는 기업이라도 매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별 볼일 없는 회사를 싼값에 사는 '담배꽁초 투자'(Cigar Butt Investing)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훌륭한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멍거는 이번에도 가격을 강조하면서 "정말 주가가 저렴해진, 드문 경우에 매수하는 게 중요한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코스트코를 현 주가에 매수하는 것은 괜찮을 수도 있으나 (좋은 결과가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투자 얘기는 뒤로 하고 가족을 얘기해볼까요. 멍거가 보는 좋은 가족을 만드는 비법은 뭘까요. 대답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당연히 모든 가족과 잘 지내야 한다. 미국의 결혼 커플 중 절반은 꽤 잘 지낸다"며 "그런데 이들 커플은 둘 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똑같이 잘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멍거식 유머인데요. 멍거는 "좋은 배우자를 얻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배우자를 가질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좋은 배우자도 당연히 제정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좋은 배우자를 가지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좋은 배우자가 돼야 한다는 걸 양쪽이 깨달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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