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원금 일부라도'…中지방정부, 빚더미 속 '할인 상환' 확산하나2023.11.24 PM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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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상환 합의 사례' 전국 확대 가능성…"지방정부 신용 악영향" 우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아파트 모델하우스 둘러보는 시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들이 건설 사업 등으로 누적된 '숨겨진 빚'을 갚기 위해 한화 218조원 규모의 특별채권을 발행한 가운데, 투자자들에 부채 잔액을 30%가량 제하고 상환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22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쭌이시 보저우구에서 기간시설 건설 등을 담당해온 지방정부융자법인(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은 최근 채권자인 중타이신탁(국유기업)과 빚 4억4천만위안(약 800억원) 중 3억800만위안(약 560억원)만 상환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마쳤다.


부채의 69.8%를 갚는 것으로 전체 채무를 없앤다는 것이다.


제일재경은 이런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남서부의 한 성(省) 지역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어느 현(縣)의 LGFV가 근래 특별채권 자금을 받은 뒤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70%'를 상환한다는 방안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 LGFV는 상환금의 절반은 현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현물자산으로 갚겠다고 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기간시설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널리 활용해온 LGFV 투자 방식은 대규모 사업을 민관 합작 형태로 수행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LGFV가 받은 투자금이 정부 부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빚'이 된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런 빚은 지난 3년간의 막대한 방역 비용 지출, 과도한 인프라 투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지방 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LGFV의 빚을 합친 지방정부의 총부채를 중국 GDP의 절반이 넘는 약 66조위안(약 1경2천400조원)으로 집계했다. 2018년 부채 규모(35조위안)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지방정부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7월 지방정부 부채 해결 방침을 하달했고,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숨겨진 빚을 갚기 위한 특별채권을 발행했다. 지금까지 26개 성에서 발행된 특별채권은 총 1조2천억원(약 218조원)어치다. LGFV들은 이 돈을 나눠 받은 뒤 채권자들과 개별 상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제일재경은 원금 할인을 해서라도 국유은행 등 금융기관에 빚을 갚는 방안에 대해 중국 당정이 강조해온 '시장화·법치화 원칙에 따른 평등한 협상'이기만 하면 법규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에 LGFV에 빌려준 돈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라 투자자 중에서는 원금 일부라도 회수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며 "할인 상환이 다른 지방에서 효과를 보인다면 이제 흔한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할인 상환'이 지방정부의 신용도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난·재정난이라는 명분이 있고, 처음부터 리스크가 큰 채권이었다고 해도 어쨌든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라이청 중앙재경대 교수는 "현재의 숨겨진 빚 할인 상환은 기업과 기업 간의 비즈니스 행위이므로 쌍방이 평등하기만 하면 가능하다"면서도 "할인 상환은 분명히 LGFV의 신용에 악영향을 주고, 향후 다른 투자자가 이런 행위를 (투자에) 고려할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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