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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서 배당 투자는 바보 같은 노후 대책' 전문가들이 말리는 이유 [왕개미연구소]2023.12.04 PM 01:21
韓·日·臺 3개국의 배당 투자 비교
韓, 세금·건보료 많아 득보다 실
일본·대만은 배당 분리과세 가능
“건강보험료가 너무 올라서 속상합니다. 가치 투자의 핵심 중 하나는 배당인데, 건보료 변동 안내문을 받으니 배당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배당소득세는 원천징수로 떼고, 나중에 종합과세로 또 떼어가는데, 건강보험료까지 올라 버리니 배당 받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네요.”(수퍼개미 A씨)
최근 건강보험료 변동 안내문을 받았다는 수퍼개미 A씨는 “12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매달 100만원씩 더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면서 “아프지 않아서 병원도 잘 안 가는데 우리 부부가 내는 건보료만 1년에 6000만원이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A씨처럼 이달부터 건보료가 오르는 가입자는 총 234만가구에 달한다(건보료는 11월분부터 소득·재산이 새롭게 반영되어 조정).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A씨의 건보료가 크게 오르게 된 이유는, 한국 주식에 투자해서 받은 배당금 때문이다. 그가 투자 중인 우량한 회사들이 주주 환원책을 강화하면서 배당금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한다.
“수익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세금 정책의 기본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배당 투자를 하면 수익이 없어도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배당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주가가 폭락한다면 최종 계좌 수익은 마이너스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세금과 건보료는 그런 손실은 하나도 고려해 주지 않고 계산하니까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① 한국서 배당 받으면 밑지는 장사”
배당은 가치 투자의 ‘꽃’이다. 배당금은 회사가 번 순이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배당은 이익이 안정세를 보이는 상장사들이 펼치는 주주 환원책이며, 동시에 조건 없이 투자해 준 주주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주주 역시 배당이 넉넉하면 주가가 급락해도 가치를 되찾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는 예상 배당 수익률이 7~9%인 고배당주가 적지 않다<위 표 참고>.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블 수익이다. 부족한 노후 생활비를 채우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 배당은 안성맞춤이고, 정부도 연금재정 부담을 덜고 싶다면 배당 투자를 적극 권장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선 배당 투자가 일본·대만처럼 널리 확산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왜 그럴까.
증권업계 고수인 B씨는 한국에서의 고배당주 투자, 일명 ‘K배당 재테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선 배당 투자 많이 하면 호구 됩니다. 일본이나 대만에선 배당주 투자로 은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에선 배당으로 노후 준비하겠다고 나섰다간 이중으로 세금 뜯기고 건보료 폭탄까지 맞아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쉽습니다. 주식 배당보다는 차라리 아파트 월세로 노후 준비를 하세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② 일본·대만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일본과 대만은 무엇이 다르길래 은퇴자들에게 ‘배당투자 천국’이라고 하는 걸까.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3개국의 배당 투자에 대해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유안타증권과 함께 조사해 봤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본과 대만은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방법이 종합과세(다른 소득과 합산)와 분리과세(배당만 따로 계산)로 나뉘어 있다. 개인 투자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과세 방식을 골라 세금을 낼 수 있다.
일본은 소액주주 기준 배당소득 과세 방법이 총 3가지다. 종합과세 방식을 선택하면 배당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엔 합산되어 누진세율(5~45%)이 적용되고 건강보험료도 부과되기 때문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원천분리과세도 단일세율이 적용되어 계산하기 편하지만,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의 경우엔 아쉽다.
그래서 일본의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배당의 이익과 손실을 전부 통합해서 계산하는 신고분리과세 방식을 선택한다고 한다. 배당을 1000만원 받았어도 주식으로 1000만원 손해를 봤다면 상계 처리가 되어 내야할 세금은 없다. 국세청에 확정신고는 해야 하지만, 원천징수를 선택하면 단일세율(20.315%, 주민세 포함)이 적용되어 신고 절차도 간단하다. 분리과세로 신고된 소득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도 빠진다.
대만은 어떨까. 대만 역시 배당소득에 대해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분리과세 세율은 28%로, 일본보다는 다소 높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건강보험료(NHI)는 배당소득금액의 2.11%를 내야 하는데, 배당소득 2만대만달러(약 83만원) 이하는 추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합산과세를 신청하면 배당소득과 다른 소득을 합쳐 신고해야 하며, 세액공제(8.5%, 한도 8만대만달러) 혜택이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③ 年배당 2000만원 넘으면 세금 폭탄
“노후에 월 200 배당 받으면 세금과 건보료를 때려서 불이익을 주니까, 다들 지팡이 짚고 취직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것이다. 이런 악법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 배당주 투자가 늘어야 기업들도 잘 되고 국부도 늘어나서 선순환이 생긴다.”(조선닷컴 독자 K씨)
한국은 배당소득을 받으면 15.4% 세율로 원천징수된다. 그런데 2000만원 넘게 배당소득을 받으면 복잡해진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어 다른 소득과 합쳐 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소득이 없고 금융소득만 있다면 원천징수된 세금 외에 내야 할 세금이 많지 않지만, 다른 소득이 많다면 세율이 최고 49.5%까지 높아진다. 소득세를 떼고 배당금을 받았는데 2000만원이 넘었다고 세금을 또 내라고 하니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픽=정다운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인의 경우 2000만원이 넘는 배당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고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2000만원 초과 금액의 8%(장기요양보험료 포함)가 더 내야 하는 돈이다. 가령 배당소득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면, 기준선(2000만원)을 넘는 1000만원의 8%, 약 80만원을 1년간 더 내야 한다.
배당소득을 2000만원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소득이 적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 자격도 유지할 수 없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재산과 소득에 따라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는 배당·이자 등 금융소득을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1년치 배당소득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단 1만원이라도 넘어 1001만원이 되면 전체 금액(1001만원)에 대해 건보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점옥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세무사)은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는 시세차익이 배당 소득 과세 대상으로 잡혀 종합소득세나 건보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세(22%)는 내야 하지만 건보료 부담에선 자유로우니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점옥 세무사는 이어 “폐업이나 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었다면 소득정산제도를 활용해 바로 건보료를 조정할 수 있는데, 금융소득(이자·배당)은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건보료 부담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금융투자를 할 때 비과세 상품(비과세저축, 브라질국채 등)이나 연금 계좌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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