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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바이든, LNG 수출시설 승인 보류 선언…대선 쟁점 부상할까2024.01.30 PM 04:00
업계 "러시아의 승리…동맹국 에너지 공급 약속 저버려" 반발
기존 승인 사업은 영향 없어…"장기화시 시장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미국이 수출시설 신규 건설에 대한 승인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정부는 계류 중인 LNG 수출 관련 결정에 대한 일시 중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즉각적 국가안보상 긴급상황은 예외라고 단서를 두긴 했지만 LNG 수출시설의 신규 건설 승인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LNG 수출이 에너지 비용과 미국의 에너지 안보, 우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후위기를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화당원들은 고의로 이를 부인하고 미국 국민이 위험한 미래에 처하게 하지만 내 행정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특수이익단체들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정 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더 희망찬 미래를 건설함으로써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LNG 수출 프로젝트 심사와 관련한 미 에너지부의 현행 경제·환경 분석 방식으로는 해당 사업이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에 이미 승인받은 사업은 이번 발표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밝혔다.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조처는 이미 수출이 승인된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우리 동맹국들에 대한 (LNG) 공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협력국들의 중기적 에너지 필요에 부응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이상고온과 한파 등 극단적 기후현상이 잇따르면서 기후위기가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차기 대선에서 핵심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2016년부터 LNG를 수출하기 시작한 미국은 불과 10여 년 만에 하루 평균 3억2천800만㎥ 상당의 LNG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를 시행한 이후 수출량이 더욱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우려해 온 과학자들과 환경 활동가들은 이날 발표를 크게 환영했다.
반면 관련 업계는 러시아에만 이익이 될 뿐인 조처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석유·천연가스 산업 최대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서머스 회장은 "이건 러시아의 승리"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에 동참한 동맹국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루이지애나주 연안에 미국 최대 LNG 수출 터미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온 벤처 글로벌의 셰일린 하인스 대변인은 "동맹국들이 미국산 LNG에 에너지 안보를 의존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LNG 수출시설 신규건설 승인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우리 동맹국들에게는 미국에 더는 의지할 수 없다는 대단히 파괴적인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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