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주목받는 유럽 증시의 ‘그래놀라즈’ [조은아의 유로노믹스]2024.02.23 PM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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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유럽 증시의 ‘그래놀라즈’ [조은아의 유로노믹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도심에 ‘미래는 유럽’이라는 글귀가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다.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럽 주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급등한 미국 기술주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미국 증시에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M7)’이 있다면 유럽 증시에 ‘그래놀라즈(GRANOLAS)’가 있다며 조명하고 있다. M7은 미국 증시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7개다. 


이에 상응하는 유럽 증시의 그래놀라즈는 글락소미스클라인(GSK), 로슈, ASML, 네슬레, 노바티스, 노보 노르디스크, 로레알,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아스트라제네카, SAP, 사노피다. 





● ‘버블’ 없는 유럽 증시 주목


최근 유럽 증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석이 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MFS투자운용 등의 전략가들은 유럽 증시가 미국 주식보다 평가 가치가 낮고, 미국 빅테크들처럼 버블이 쉽게 꺼질 우려도 크지 않다며 유럽 증시를 낙관했다.


유로뉴스도 최근 골드만삭스가 그래놀라즈에 주목했다며 해당 종목 합산 시가총액이 2조6000억 유로(약 3750조 원)를 넘어선다고 소개했다. 최근 1년간 그래놀라즈는 5000억 유로(약 720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연 8%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부진함에도 유럽 주식이 좋은 성과를 낸 이유 중 하나”라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에는 대다수가 ‘유럽 주식이 비싸다’고 봤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수가 ‘저평가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주가 수익률은 78%로 전망됐다. 3개월 전 50%에 비해 28%포인트 오른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는 점도 변수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빅테크는 고금리에 더 민감한 편이다.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인하되지 않아 미국 기술주가 많이 오르기 힘들다는 시각이 있다. BCA 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는 미국 빅테크들이 지난해에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실적이 좋긴 힘들다고 보면서 비교적 버블이 없는 유럽을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 제약-패션 중심의 그래놀라즈





유럽 증시의 우량주는 20년 전만 해도 통신 및 석유, 은행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 지형이 달라졌다. 10개 종목 중 6개가 제약 분야다. 영국의 GSK, 스위스의 로슈홀딩과 노바티스,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 영국과 스웨덴의 합작사인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의 사노피가 이에 속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백신 등 제약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외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업인 독일의 SAP도 이름을 올렸다. 


유로뉴스는 “그래놀라즈는 인구 고령화, AI 및 로봇 공학의 발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가장 유망한 구조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막대한 배당금, 탄탄한 성장 전망, 광범위한 국제적 영향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분야도 두 종목이 포함됐다. 프랑스의 로레알은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로 꼽힌다. 역시 프랑스의 LVMH는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매출이 증대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섬유의류·사치재 지수는 지난달 중순 이후 22%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 고가 패션브랜드 주식이 중국 경기 회복에 투자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 유로화 강세와 트럼프발 관세는 위험 요인


그래놀라즈 투자도 위험성이 있긴 하다. 특히 유로화 강세 현상은 그래놀라즈에 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매출의 80% 이상이 유럽 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수출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통화 변동 등 외부 변수에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 것이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래놀라즈는 힘든 시기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뉴스는 “그래놀라즈의 37%가 미국 시장에 노출돼 있는데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2년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문제다. 전쟁 초기 에너지 및 원자재 값 급등으로 유럽 기업들이 고전했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조짐이라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LVMH, 로레알, ASML은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유럽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STOXX 

댓글 : 1 개
유럽이 다시 미국을 재끼는 시대가 올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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