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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코인·주식 최고치… 안전·위험자산 왜 같이 오르나2024.03.07 PM 11:25
달러 약세 전망에 세계경제 기현상
그래픽=양인성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안전자산’인 금(金)과 ‘위험자산’의 대명사인 주식·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런던 ICE 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89달러(종가 기준)로, 2020년 8월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2069달러)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금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5일엔 2141달러까지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도 지난 5일 6만9000달러를 돌파, 2021년 11월 종전 최고치 (6만8990달러)를 경신했다.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일본 닛케이평균 등 주요국 주가지수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경기침체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는 경우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옮겨가면서 위험자산 가격이 내리고, 안전자산 가격은 오른다. 반면 호황기에는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자산가격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역사적으로 금값과 비트코인·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예컨대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된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은 1000달러대에서 1만9000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법인세 감세로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에 28% 올랐다. 반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금 가격은 2017년 9월 1350달러 선에서 그해 말 1250달러로 내려갔다.
그래픽=양인성
코로나 팬데믹 때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코로나 충격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2020년,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연초 1500달러대였던 가격이 8월 2000달러대까지 급상승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2월 초 1만달러에서 3월엔 5000달러대로 ‘반 토막’ 났고, 나스닥지수도 2월 중순 9800대에서 3월 말 6800대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2022년 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은 물론, 안전자산인 금까지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진 것이다. 개별 자산별로는 오를 만한 이유가 있다. 예컨대 금값은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 사들이면서 금값을 끌어올렸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1월 미국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것과 4월에 돌아오는 반감기로 발행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 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달러가 여전히 넘치는 상황에서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점을 기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이 올해 통화 긴축 정책을 끝내고 이르면 6월쯤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자 풍부한 시중 자금이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금과 비트코인 등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달러 패권 저문다” 전망도 가세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2022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4.5%까지 오르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비트코인과 주식, 금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내리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에 금값이 올랐고, 금리가 낮을수록 오르는 속성이 있는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도 강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수십년간 세계의 기축통화였던 미국 달러화 패권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전망도 에브리싱 랠리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최근 투자자 메모에서 “미국 정부의 빚은 100일마다 1조 달러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달러 대체재인) 금과 비트코인 가치가 사상 최고치에 다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만든 디지털 화폐다. 디지털 세상에서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화폐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모든 거래 내역을 모든 거래 참가자의 장부에 분산해서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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