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100대 항구 25%가 중국에... 美·中 갈등 새 전선 된 조선업2024.03.13 PM 09:40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LINK :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economy/2024/03/13/S2ND6VMORFHK7DZYHKBHPHOJKY



12일(이하 현지 시각) 전미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를 포함한 미국의 5개 노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 해양, 물류, 조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북미 노조는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중국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위, 정책, 관행을 통해 해양, 물류, 조선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조선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국내 철강 생산업체에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조선 산업에 대한 적절하고 실행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USTR이 미국 항구에 있는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포츠머스 해군 조선소. / AP 연합뉴스

 


이번 청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사용한 법령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제출됐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부여한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청원서가 접수됨에 따라 45일 안에 중국 조선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타이 대표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중요 광물 등 여러 부문에서 종속성과 취약성을 만들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공급망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봐왔다”며 “USTR과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노동자 가정을 가장 우선하고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며 우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매일 싸우고 있다. 이 청원을 자세히 검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美 조선업, 세계 19위로 떨어지는 사이 中은 국가차원서 지원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선박 건조를 중단했다. 1975년 미국 조선업은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만들면서 세계 생산능력 1위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상선의 1% 미만을 생산하면서 세계 19위로 떨어졌다.


미국 조선업 전문가들은 1980년대부터 조선업 보조금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 조선업 쇠퇴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보조금이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조선업 관련 보조금을 삭감했다. 당시만 해도 냉전 기간 미국이 수주했던 군함이 미국 조선업을 지탱할 것이라고 봤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제조 기술이 아웃소싱 되기 시작한 이후, 조선업 관련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결국 미국에선 조선업 관련 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어졌고 조선소의 경쟁력과 생산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중국의 선박 생산량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과 비교해 3배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원양항로 선박을 1000척 이상 생산했다. 미국이 10척을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많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조선산업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전 세계 생산량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1년부터 세계 조선업을 지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후 보조금, 해외 파트너십 제한 등을 내놓으며 조선업을 키웠다. 2006년에는 조선업이 중국 국영기업이 통제해야 하는 7대 전략 산업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일환으로 조선업을 중국이 2025년까지 장악하려는 10대 우선 분야 중 하나로 지정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선박 제조 능력이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모든 국가의 상업적, 군사적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군사 장비, 보급품, 연료의 90%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동하고, 대부분은 상업용 화물선을 통해 운송되는데 이들 상선의 대부분이 중국을 포함한 미국 외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중국 ZPMC가 제작한 선적 크레인이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오클랜드 항에 서 있다. / AFP 연합뉴스



이를 반영하듯 청원서에는 “주로 국영 기업인 중국 기업이 전 세계 항구 터미널의 자금 조달, 건설, 운영, 소유의 선두 주자가 됐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해군전쟁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조교수인 이삭 B 카든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96개 외국 항구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카든 교수는 지난 2022년 ‘국제 안보’ 저널에 “전 세계 상위 100개 항구 중 25개가 중국 본토에 있고,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구의 약 61%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또 조선업에 사용되는 많은 장비를 생산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ZPMC는 전 세계 화물 크레인의 70%를 공급한다.


FT는 “이번 청원은 조선 산업에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미·중 무역 갈등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증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상업 해운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FT는 이어 “동시에 이는 2024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부문에서 미국의 재산업화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잠재적으로 미·중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갈등 #조선 #해운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