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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도체 패권전쟁에 몰리는 돈…미·EU, 보조금 110조원 쏜다2024.05.13 PM 11:05
전세계 각국서 반도체 생산 촉진에 총 520조원 배정
"美·EU 111조원 투입은 첫 번째 물결…中 견제 목적"
韓·日·인도·사우디 등 다른 美동맹 동참해 전선 강화
"美 국가 전략 최우선 목표…과잉생산은 잠재 위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현재까지 약 810억달러(약 110조 890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중국을 포함해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는 인텔, TSCM 등과 같은 반도체 기업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지금까지 3800억달러(약 520조원)를 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과 EU은 약 8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생산 보조금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 동안 총 527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인텔에 85억달러, TSMC에 66억달러, 삼성전자에 64억달러, 마이크론에 61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또 750억달러 상당의 저금리 대출과 최대 25%의 세금 공제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랜드 연구소의 중국 담당 선임 전략 고문인 지미 굿리치는 “중국과 기술 경쟁 측면에서,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양국 모두에 있어 반도체는 최우선적인 국가의 전략적 목표”라고 말했다.
EU는 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약 463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공공 및 민간 투자가 1080억달러 이상 투입될 것으로 EU는 추정하고 있다. EU는 인텔이 독일에 건설할 예정인 360억달러 규모 공장에 110억달러를, TSMC의 독일 공장에 투자액의 절반을 각각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아직 최종 승인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 2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반도체 투자의 경제적 이점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이 미국에 수년 뒤처져 있다는 의견과 따라잡기 직전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첨단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후자의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이 반도체에 투자하는 금액은 미국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중국이 반도체에 14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또 최근 사상 최대인 270억달러 규모의 칩 펀드도 조성했다.
이에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맹인 EU와 함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 규제 방안을 내놓는 등 공동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한국, 대만, 일본 등 다른 동맹국들과도 반도체 협력을 강화해 대중 견제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발맞춰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약 253억달러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167억달러는 TSMC의 일본 공장 두 곳과 자국 반도체 산업 증진을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의 공장 건설에 보조금으로 책정됐다. 일본은 민간 투자를 포함해 총 642억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일본 내 칩 생산 매출을 현재의 약 3배 수준인 963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인도 역시 지난 2월 자국 내 첫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에 100억달러의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도 올해 안에 반도체 부문에 상당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또 한국에 대해선 정부가 그동안 직접적인 지원보다 반도체를 전기차, 로봇을 포함한 국내 산업의 일부로 보고 간접적인 길잡이 역할을 선호해 왔지만, 12일 발표되는 73억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도체 투자는 비록 결실을 맺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중국이 수십년 간 추진해 온 산업 정책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일본과 중동 등의 지역을 포함해 미·중 무역 전쟁의 전선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전 세계적인 AI 열풍 속에 미국과 유럽, 아시아 동맹국 간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가지 잠재적인 위험은 전 세계적인 정부 지원 급증으로 반도체가 과잉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은 초기엔 경제 안보 측면에서 미래 산업에서 없어선 안되는 핵심·필수 부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은 물론, 미사일, 탱크, 드론 등 전쟁 무기까지 반도체가 없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만큼 ‘미래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후 인공지능(AI)이 등장했고 이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나아가 향후 세계를 주도할 국가가 어디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반도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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