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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포의 폭락장, 언제쯤 회복되나 역대 기록 봤더니2024.08.10 PM 05:06
세계대공황 이후 10대 폭락장 분석
[왕개미연구소]
지난 5일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를 패닉에 빠뜨린 ‘8·5 폭락장’은 앞으로 역사에 오래 남을 만큼 살벌했다. 한국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2896) 대비 장중 18% 가까이 하락해 올해 상승분을 다 까먹고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3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280조원이 증발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가 하루 만에 사라졌던 셈이다.
오일 쇼크, 블랙 먼데이, IT 버블 붕괴, 리먼 쇼크…. 지난 100년 동안의 전 세계 주식시장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와 상처를 남겼다. 증시 폭락 후 회복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바로 힘차게 반등해 공포 속 매수가 결국 바겐세일 기회였던 사례도 있다. 과거 폭락장은 현재와 미래의 증시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과거 세계 증시를 흔들었던 폭락장에서 성공 투자 전략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그래픽=이진영
✅“폭락 후 바닥 확인 두 달은 필요”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가 닥쳐 증시가 폭락하고 나면 언젠가 다시 회복되기는 했다. 하지만 폭락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하락의 불씨들이 다 꺼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929년 세계대공황부터 2020년 코로나 위기까지 10대(大) 증시 폭락장을 살펴보면, 주가가 직전 고점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5개월은 걸렸다. 2000년 IT 버블 붕괴로 고점에서 77% 하락한 나스닥지수는 다시 예전 수준을 밟기까지 14년여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일본은 1991년 3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이 지나서야 옛 고점을 회복했고, 중국은 증시 고점 회복이 여전히 요원하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2020년 코로나 당시 코스피가 폭락했다가 며칠 만에 바로 반등했던 학습 효과가 강렬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 폭락 이후 바로 반등한 경우는 드물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주가 급락 이후 바닥을 충분히 확인하기까지 통상 2개월 이상은 걸렸다”면서 “주가 급락이 나온 뒤의 시장은 취약하기 때문에 당장 주식을 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매매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사태 당시, 미국 증시는 연초 이후에만 30~40% 올라 과열 분위기였다. 하지만 갑자기 매도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루 20% 폭락했다. 이후 주가가 더 급락하지는 않았지만 여진은 지속됐다. 바닥을 찍기까지 2~3개월 불안한 소강 국면이 이어졌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에 2년여 시간이 걸렸다.
1998년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7월 이후 19% 하락해 8월 말에 바닥을 찍었던 미국 증시는 10월 초까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이때는 19주 만에 시장이 회복했는데,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빚을 내서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파산한 롱텀캐피털(LTCM) 충격이 제법 컸기 때문에 미국 연준은 금리를 세 번이나 인하했고 그제야 시장이 진정됐다.
S&P 500 지수가 8월에 조정을 겪었던 해의 수익률
①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위기, LTCM 파산
②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 시작
③ 2011년 S&P 美 국가신용등급 강등
④ 2015년 그리스 재정 위기, 중국 위안화 쇼크
2007년, 2011년, 2015년 말 S&P 500은 연초와 비슷한 수준
단, 1998년 말 S&P 500은 연초 대비 25% 상승
→ LTCM 사태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연준이 3차례 금리 인하
→ 올해는 1998년과 비슷한 경로 (블룸버그 칼럼)
✅코스피, 9·11테러 후 회복에 42일
코스피 역대 최대 하락률(-12%)은 지난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이슬람 과격 단체의 미국 공격)가 발생했을 때였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충격을 줄이려고 평소보다 3시간 늦은 정오에 거래를 시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장 전 동시 호가부터 ‘패닉 매물’들이 쏟아졌고, 전날 540이었던 코스피는 465로 급락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시 465까지 추락한 코스피가 직전 수준으로 복원되기까지는 총 42일이 걸렸다. 코스피 역대 하락률 상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8.4%) 때처럼 단 5일 만에 주가가 복원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0월 리먼 쇼크 악재로 코스피가 하루에 9.4% 하락했을 때는 총 180일이 지나서야 주가가 원래 자리를 찾았다.
허재환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는 과하게 급락하고 나면 시차를 두고 다시 복원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실제로 코스피가 V자형으로 급등한 사례를 보면 리먼 쇼크, 코로나 위기, 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 등 위기 직후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역대 코스피 하루 상승률 1위(12%)는 지난 2008년 10월 리먼 쇼크가 터져 급락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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