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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증시 시총, 3년새 8730조원 증발…시진핑 부담도 커져'2024.09.11 PM 06:36
중국 주식시장 약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신뢰 위기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이래 중국 및 홍콩 증시에서 상장기업의 시총 약 6조5000억달러(약 8730조원)가 증발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경기 하강을 멈춰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오후 반등하긴 했지만 10일 오전 중국 증시는 하락 추세가 지속되며 2019년 1월 이래 최저가에 근접했다. 올들어 중국 본토 증시 대표지수인 CSI300은 7% 내리며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하락을 기록 중이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는 2000년 이후 글로벌 증시를 최장기간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주식 매도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위기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끌어내렸을 뿐 아니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리스크는 증시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의 피드백 루프(고리)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가 약화돼 디플레이션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강력한 부양책 출시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과거의 경기 침체기에 내놓은 것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중국 증시에 대해 비관적이다. 라자드자산운용의 론 템플 수석 시장 전략가는 "놀라울 정도로 시장에 나쁜 시기였다"며 "중국 경제가 6개월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규모 수요 부양책을 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 훼손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증시의 부진한 수익률은 올해 글로벌 증시의 호황 장세와 대조를 이루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가진 중국의 비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CSI300지수는 2019년 초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미국·일본·인도의 대표지수는 이 기간 동안 적어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알리바바 등 민영 기업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와 중국이 산업적인 자급자족을 추구하면서 미국·유럽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무역 균열이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선호하지 않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중국·홍콩 증시는 2021년 초 고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약 6조5000억달러(약 8730조원)에 달하는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일본 주식시장의 전체 시총과 맞먹는 규모다. 10일에도 CSI지수는 오전한 때 0.5% 하락하며 9월 하락폭이 4% 이상으로 확대됐다가 오후장 들어 반등하며 보합으로 마감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증시하락을 수수방관하는 건 아니다. 올해 중국 정부는 국부 펀드를 총동원해 8월중순까지 약 660억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으며 퀀트 트레이딩, 공매도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정책도 제고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다만 증시 부양책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홍콩 증시를 30년 동안 지켜본 투자은행 UOB 카이히안 홍콩의 스티븐 렁 이사는 "내가 아는 중국과 홍콩 투자자들은 너무 실망해서 이미 낮은 익스포져를 더 줄이고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헤지펀드 그로우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홍하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시장은 부양책을 원하고 있지만 부양책이 찔끔찔끔 나오고 있다"며 "마치 환자에게 생명 유지 장치를 달아놓고 절실히 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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