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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전하는 유럽 배터리… 韓·中 2파전 구도 강화2024.09.24 PM 09:25
獨, 전기차 구매 보조금 재개 움직임
“유럽 전기차 시장, 내년부터 재성장”
최근 유럽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서방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당분간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의 2파전 양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는 유럽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상태로, 최근엔 중국의 CATL 등이 약진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올해 역성장을 기록 중이나, 내년부터는 다시 두 자릿수 규모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볼보트럭은 내년부터 스웨덴에 짓기로 했던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 착공을 1~2년 뒤로 연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볼보트럭의 유럽 내 전기트럭 시장 점유율은 56.9%에 이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5분기 연속 전기트럭 주문이 감소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볼보트럭 제공
이탈리아 정부 역시 다국적 자동차제조업체 스텔란티스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배터리 합작 공장에 지급하려던 보조금 2억유로(약 3000억원)를 다른 사용처에 쓰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 건설이 지난 6월부터 중단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벤츠, 토탈에너지와 합작사 오토모티브셀컴퍼니(ACC)를 세우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기가팩토리 3곳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CC는 현재 프랑스 공장만 가동 중이고, 독일과 이탈리아 기가팩토리는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스웨덴 바스테라스의 노스볼트 공장 모습. /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 역시 전기차 시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BMW와 체결했던 20억유로(약 3조원) 상당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최근 취소되면서 성장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가격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 경험이 부족한 서방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방 기업의 배터리 확장 계획이 잇달아 좌절되면서,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중국 간 2파전 양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 Volumes에 따르면 2020년 한국 배터리 3사, 삼성SDI, SK온의 유럽 지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했으나, 올해 1~7월 기준으로는 50%로 하락했다. 일본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15%에서 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BYD의 점유율 합계는 10%에서 42%로 늘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을 확보했으나, 유럽 점유율을 중국으로부터 사수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17일~22일(현지시각)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상용차 전문 전시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 전시된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셀투팩)' 제품.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가격이 저렴한 원료인 망간 비중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삼성SDI는 LFP 배터리에 망간과 신규 극판 기술을 적용한 LFP+ 배터리를 유럽 시장에 적극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올해 유럽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최대 소비국인 독일의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정부가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폐차한 뒤 전기차를 구매하면 신차 6000유로(약 894만원), 중고차 3000유로 상당의 구매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면서 내년부터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은 작년 12월 독일의 보조금 축소 및 폐지로 얼어붙었다. 이번 보조금 지급 재개는 시장 전체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유럽 전기차 업체의 경영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주요 국가의 정책 지원 재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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