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한은, 기준금리 3.25%로 전격 인하… 3년 2개월만에 긴축 종료2024.10.11 PM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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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첫 인상 후 3년 2개월 만에 인하

작년 2월부터 지속된 금리 동결 행진도 종료

가계부채 증가세·집값 상승세 둔화 고려한 듯

미국 연준 ‘빅컷’으로 자본유출 우려도 덜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로 전격 인하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 후 3년2개월 만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p)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 차가 축소된 데다 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된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이로써 1년 7개월째 지속된 역대 최장기간 동결 행진도 종료됐다. 한은은 지난해 2월 금리를 3.50%로 동결한 후 4·5·7·8·10·11월과 올해 1·2·4·5·7·8월까지 13번 연속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6%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금리를 연 0.5%에서 3.5%까지 올렸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예상되자 작년 2월부터 금리 인상을 멈추고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렸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64%가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8월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 100명 중 90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빅컷으로 한미 금리 차가 2%p(3.5%·5.5%, 상단기준)에서 1.5%p(3.5%·5.0%)로 작아진 점에 주목했다. 한미 금리 차가 작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줄어든다. 자금 유출을 우려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했던 한은의 운신 폭도 넓어진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6% 올랐다. CPI 상승률은 지난 4월(2.9%)부터 8월(2.0%)까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1%대로 내려왔다. CPI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하의 장애물이었던 가계부채 증가세도 9월 들어 둔화하면서 흐름이 전환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한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8월(9조6259억원)의 58.2%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했던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도 이전보다 더뎌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다섯째 주(0.06%, 30일 기준)와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도 0.10%로 유지됐다.


반면 지속된 긴축기조로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금리를 내릴 명분은 강화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미약한 내수로 인해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가 ‘내수 부진’ 진단을 내놓은 것은 작년 12월호부터 11개월째다.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수 쪽을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우리 경제에 여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연내 추가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가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데다가, 최근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도 커지는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의 추가 빅컷 가능성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가 지난 6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연말 기준금리가 3.00%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기준금리를 0.25%p씩 내린다고 가정할 때 두 번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 사람이 전체의 18.2%뿐이었다는 의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월 첫 인하 이후 연속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10월 인하 이후 기본적으로 2번 정도의 회의에서 금융안정 등 관련 데이터를 살펴본 후 내년 2월 두 번째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2.00%에서 연 1.75%로 인하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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