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신기루’ 의심 휩싸인 사우디 네옴시티... 韓 업계도 '전략 수정'2024.10.12 PM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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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성장 전망치 낮추고 재정적자 추정치 상향 조정

네옴 핵심 ‘더 라인’ 축소설에 사우디 정부 반발

외국인 투자 부진... 反인권·혐오 사건 영향

국내 업계 “월드컵 등 타 대형 이벤트 수주 노력”

 

 


사우디 아라비아가 지난 2022년에 공개한 '더 라인' 디자인 조감도. /NEOM 제공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추진 중인 ‘네옴시티’ 조성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수주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 등으로 사우디 국내 수입은 줄어든 와중에 외국인 투자 역시 저조해 네옴시티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재무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2024-2026 회계연도에 대한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재정적자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30일 사우디 재무부가 발행한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이전 추정치(4.4%)보다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이어 올해 사우디 GDP의 2.9%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역시 기존 추정치(1.9%)보다 증가했다.


사우디 당국이 밝힌 이 통계의 배경은 네옴시티 등이 포함된 초대형 개발 계획 ‘비전 2030′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곳에 투입되는 예산으로 인해 사우디의 재정적자 증가 양상이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전 2030′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발표한 사우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계획이다. 2022년 말부터 원유가격이 하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신성장산업 발굴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핵심사업 ‘더 라인’ 대폭 축소설… 사우디 정부는 반발


그런데 올해 중순부터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 핵심인 ‘더 라인’의 사업에 속도조절을 시작했다.


‘비전 2030′의 핵심 산업인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넓이에 달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첨단산업단지,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 중에서도 더 라인은 수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가동되는 길이 170㎞의 거대한 미래형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네옴시티 더 라인의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사우디 라인 빌딩 길이 비교. /월스트리트저널(WSJ)



그러나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더 라인은 지속적인 재정적자, 사업 비용 증가 등에 따른 자금난과 기술적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더 라인의 전체 구간인 170km 중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는 부분이 2.4km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150만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30만명으로 내려 잡았다.


사우디 당국은 이후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네옴시티의 공사 진행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투자자와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선보이면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일스 팬들턴 더 라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지난 9일까지 17회에 걸쳐 네옴시티 진행상황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는 “네옴은 늘 밝혔듯이 여러 단계를 거쳐 건설될 것이고, 170km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 부진 계속… “反인권·혐오 등 사건 영향”


다만 사우디 당국이 부족한 재정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메우려고 하는 가운데, 성과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액은 330억 달러(약 45조원)로, 목표액인 1000억 달러(약 136조원)의 33%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GDP의 1.2%로, 목표치인 9.2%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 대해서는 최근까지 외신에서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로 비전 2030 계획이 발표된지 불과 10일 만에 거행된 사우디 내 주요 인사의 대규모 구금 및 숙청이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거론된다. 사우디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 400명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했는데, 빈 살만 왕세자의 명령으로 행해졌다. 사우디 내부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사업 초기 투자 유치가 월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자일스 팬들턴 '더 라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공개한 더 라인의 최근 공사 진행 현황. /자일스 팬들턴 링크드인 캡처

 


네옴시티 담당 임원들이 비위에 휩싸이고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흑인 여성 부하 직원을 경멸적인 말로 불러 인사 담당부서에 소환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임원도 있는 등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계약을 철회한 회사도 있다. 영국 친환경 에너지 기업 ‘솔라 워터’는 사우디 당국이 네옴 프로젝트 토지 개간을 위해 마을을 불도저로 철거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1억 달러(1346억원) 규모의 네옴시티 계약을 철회했다. 이 같은 잇따른 사건들은 투자를 끌어올 서방 국가에서 사우디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국내업계 우려 증폭…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 수주도 노력”


이 때문에 네옴시티 프로젝트로 건설업계 위기를 극복해보고자 했던 국내 건설업계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간 국내 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22년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그를 만나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이듬해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과 리야드를 방문해 한국의 스마트 시티 건설 역량을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더 라인의 수직도시 터널 공사를 수주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프라 사업의 경우 현지에 지사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주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네옴시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기존보다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포기하기는 아까운 사업인 만큼 RHQ(중동지역본부) 참여를 통해 현지 지사를 설치하는 한편 e스포츠월드컵과 동아시안게임, 세계박람회(엑스포), 월드컵 등 줄줄이 열리는 대형 이벤트 관련 사업 수주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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